워해머 오픈 시기 늦어지는 이유, 한게임에 묻다
2010.03.02 18:16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손님들이 뿔났다. 얼마나 기다리게 했는지 이제 ‘워해머 온라인’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고개를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북미에 서비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2년, 한국 서비스 이야기가 떠돈 것도 무려 1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오픈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잡혔다고 하니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그저 뿔이 날 수밖에.
한글판 ‘워해머 온라인’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약 한달에 걸쳐 1차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기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테스트 참여자가 1만 5천명까지 돌파하는 등 체감 관심 온도는 아직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워해머 온라인’의 오픈 시기는 대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것일까? 한게임에서 지금까지 서비스한 해외 게임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에 조심스런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게임메카는 이 궁금증을 해소해보기 위해 ‘워해머 온라인’ 퍼블리싱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게임 게임사업부 신재명 부장을 만나보았다.
▲ 한게임 게임사업부 신재명 부장
한국화 콘텐츠, EA미씩과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 중
“열성적으로 테스트에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비스 일정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한글판 워해머 온라인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단지 <2010년 하반기 서비스>라는 부분 때문에 부정적 시각으로 게임을 판단해 주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1차 테스트 종료에 대한 소감을 묻자 신재명 부장은 위와 같이 답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처음 ‘한글판’ 뚜껑을 열어 본 것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하며, 유저 분들의 냉랭한 반응을 중점적으로 살펴 향후 테스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이번 테스트의 목표라고 했다.
“사실 일정이 늦어진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공식적으로 서비스 일정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지요(웃음). 한글화의 완성도와 준비하고 있는 한국화 콘텐츠의 조합 때문에 오픈 시기가 이렇게 잡힌 것뿐입니다.”
그는 오픈 시기가 2010년 하반기로 잡힌 것이 연기된 것이 아니라 정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더 테스트를 진행할 것입니다. 물론 준비하고 있는 한국화 콘텐츠도 서서히 선보일 예정이지요.”라고 말하며 향후 일정에 관한 부분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워해머 온라인’의 한국화 콘텐츠란 단순히 한글화가 아니라 게임 내 몇몇 콘텐츠나 시스템을 한국 정서에 맞게 교체/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지스타 2009’에서 일부 종족의 얼굴과 헤어스타일이 추가된 부분을 최초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번 테스트에서는 그래픽 패치가 적용돼 한층 화사해진 월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지난 `지스타 2009`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한국형 얼굴과 헤어스타일
▲ 그래픽 패치로 색감이 밝아져 화사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화 콘텐츠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적지근하다. 얼굴 교체, 헤어스타일 추가, 그래픽 패치 등 지금까지 공개된 것들 대부분이 비주얼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부라면 북미 실패에 대한 팩트를 잘못 짚은 것이 분명할 터. 이에 대해 신재명 부장은 “한국화 콘텐츠가 비주얼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입니다. 저희는 정말로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아직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일단 경제 시스템 개선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이는 쉽게 말해 돈(게임내 화폐)이 쌓이지 않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하이 랭크가 될 수록 돈 쓸 곳이 없어요. 꾸준히 쌓이고만 있죠.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하여 돈이 모이면 바로 유용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선의 주된 목적입니다.”
신재명 부장은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RVR도 중요하지만, MMO 장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소한 부분들은 물론 현재 ‘워해머 온라인’이 진통을 겪고 있는 타격감 문제나 버그들도 신경 써 유저 분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EA미씩 측과 큰 의견 충돌은 없습니다. 한국 시장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죠. 클라이언트는 되도록이면 북미 버전과 한국 버전이 동일하게 가져가고, 몇몇 부분만 On/Off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그는 한국화 콘텐츠 개발에 대해 EA미씩 측과의 관계도 원만하다고 밝히며 확실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어서 그는 “한글화도 번역은 이미 끝났고 튜닝 작업 중에 있습니다. 테스트가 진행될 때마다 차근차근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서비스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 한글화는 대체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경쟁작은 신작이 아닌 기존 게임이 될 것
‘워해머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가면 빠지지 않고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실패’다. 그간 한게임이 서비스했던 해외 게임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나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반응이 생각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한게임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기억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해외 게임으로 세 번째 서비스하게 되는 ‘워해머 온라인’의 성공/실패 요소는 커다란 강박관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인데, 신재명 부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해외 게임을 국내에 잘 정착시킨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나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을 진행할 당시에는 ‘최대한 원본을 건드리지 말자’라는 것이 기본 정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죠.”
이어서 그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성공했다’라고 부를만한 해외 게임이 ‘와우’뿐임을 밝히며 퍼블리싱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앞의 두 게임을 진행하며 충분히 학습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죠. 기본 정책을 바꾼 것도 학습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반지의 제왕 온라인’과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퍼블리싱 과정을 가리켜 ‘학습’이라고 표현했다. 미소를 지으며 답변한 것이었지만 이 단어에 내포된 의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품이 넓을 것이리라.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화 콘텐츠에 힘을 실어 넣는 것도 결국 ‘학습’의 의미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내에서 호응이 좋지 못했던 `반지의 제왕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이 올 하반기에 출시된다면 경쟁작이 어마어마하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세 번째 확장팩도 있고, 엔씨 소프트의 ‘블래이드앤소울’도 있다. 해외 게임으로 충돌할 ‘에이지 오브 코난’은 물론,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테라’까지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신재명 부장은 “워해머 온라인의 경쟁작은 신규 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보니 타사 MMORPG를 플레이하다 넘어온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수요는 한정돼 있으니, 결국 MMORPG란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경쟁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스타크래프트2의 행보는 주시하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마케팅 과정에서 순식간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하며 마케팅 방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세 번째 확장팩 `대격변`
게임의 성공 기준이요? 그건 바로...
“글쎄요... 제가 안 짤리고(?) 남아 있다면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웃음)”
‘워해머 온라인’이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기준이 무어냐고 묻자 신재명 부장은 위와 같이 답했다. 함께 껄껄 웃긴 했지만 그만큼 누구보다 조급하고, 마음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더라.
마지막으로 기자가 ‘워해머 온라인’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신재명 부장은 해맑은 미소로 웃으며 “애정과 관심을!”이라고 외쳤다. 짧고 굵은 한마디다. 게임의 오픈 시기가 늦어진다고 해서 어찌 유저들의 속만 까맣게 타겠는가. 생산자도, 소비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오는 2010년 하반기. ‘워해머 온라인’이 출시된다. 묵직한 물건들 사이에서 어떻게 경쟁을 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리고 신재명 부장의 바람처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최소한 그들이 노력한 만큼은 직접 체험해보고 평가해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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