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 유저들에게 자유를 허하라
2010.07.22 18:37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어떤 유저가 어느 날 미친 척 하고 필드에 나무만 심어버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언젠간 그 지역은 울창한 숲이 될지 모르는 일이죠.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현재 아키에이지는 이 자유도를 어느 정도까지 풀어줄 것이냐 그걸 고민하고 있는 거에요."
오래 전 사석에서 아키에이지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분명 인터렉티브한 환경변화는 기존 게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한 단계 진보된 시스템은 분명하지만 꼭 개발자의 의도 그대로 흘러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법 없는 세상이 완벽한 자유로움을 보장해주지 않듯 무한한 자유도가 유저에게 즐거움을 줄 거라는 발상은 위험하고 또, 무책임한 행동이겠죠. XL게임즈는 과연 `아키에이지`에 어느 정도의 자유도를 부여할 생각일까요? 또, 이번 1차 비공개테스트에서는 어떤 내용이 공개되는 걸까요? 게임메카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키에이지` 기획을 맡고 있는 김경태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키에이지
기획을 맡고 있는 XL게임즈 김경태 팀장
3~4레벨에 퀘스트를 통해 `탈 것` 얻는다
일단 레벨제한이나 지역제한은 없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테스터라면 정해진 시간 안에 마음껏 `아키에이지` 월드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월드 크기가 `와우`와 비슷하거나 더 크기 때문에 (개발 중인 관계로) 탈 것이 없다면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고 하네요. 김경태 팀장을 이날 인터뷰에서 탈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아키에이지 유저들은 3~4렙이 되면 퀘스트를 통해 탈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구현된 게 `말` 뿐인데 차후 다양한 탈 것들이 등장할 예정이에요."
일반적인 MMORPG는 편의성 때문에 중, 고렙에 탈것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데 `아키에이지`에서는 저렙때 공짜로 주다시피 탈 것을 나눠 준다니 고마운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설마 탈 것이 죽으면 없어지거나 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소모성 아이템일까요? 김 팀장은 이런 기자의 질문에 "소모성 아이템은 아닙니다. 오히려 캐릭터와 같이 성장하면서 아이템도 착용하며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 장면을 확인한 결과 가방을 포함 총 5가지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고 착용한 장비에 맞게 탈 것의 외형이 변경되더군요.
▲탈
것 상태창 화면
유저 자유도,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가?
‘자유도’는 이번 1차 CBT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XL게임즈는 이번 테스트를 `변화하는 월드`가 아닌 `자유도의 한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아키에이지`에서는 대부분의 필드에서 땅을 팔 수 있고 나무를 심을 수 있는데 어느 날 어떤 유저가 대도시 앞마당을 삽질로 큰 구덩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일이겠죠. 또, ‘아키에이지’에서는 PC나 NPC가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즉, 충돌한다는 말이죠. 게다가 밀어서 상대방의 위치를 옮길 수가 있습니다. 대도시 내 핵심 NPC를 어떤 유저가 밀어내기로 이상한 건물 안에 넣어 강금하거나 아니면 저 멀리 필드로 보내버린다고 상상해보세요. 신선함이 먼저 느껴질까요? 아니면 짜증이 먼저 날까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아키에이지 월드
이를 확인하는 일이 1차 CBT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1차 CBT는 내부적으로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으로만 판단한다면 확실히 ‘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산적한 버그도 그렇고 아직 구현되지 않은 애니메이션 덕분에 어색한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 이런 게 바로 ‘비공개테스트’의 진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거의 완성버전을 들고 첫 테스트를 시작하기 때문에 ‘아키에이지’는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져 보일 수 있다 게 김경태 팀장의 설명입니다.
김 팀장은 이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저 피드백을 꼭 받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부족한 부분에서는 욕을 먹더라도 현재 가는 방향이 맞는 길인지 또,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CBT를 마케팅이나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냥 반응을 보고 싶은 거에요. 우리가 이런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진짜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 있거든요.”
▲전투
애니메이션은 아직 개발단계
노동력을 이해해야 ‘아키에이지’를 알 수 있다
노동력이란 ‘아키에이지’에서 제작이나 생산에 필요한 특수한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게임에서는 무언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요구시간만 충족하면 됐지만 ‘아키에이지’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소비하게 되죠. 김 팀장은 노동력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간단한 거에요. 나의 1시간과 사장님의 1시간은 가치의 개념이 과연 같느냐? 노동력 역시 이런 개념에서 출발했죠. 고레벨 유저와 저레벨 유저의 노동력은 같지만 제작하는 아이템의 가치는 다른 거 잖아요. 그런데 고렙 유저가 굳이 땅을 파기 위해 삽질로 노동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자기 노동력은 아끼고 땅을 팔 때는 저렙 유저의 노동력을 사서 땅을 파면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고렙은 자신의 노동력을 모아 고급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저렙은 돈과 숙련을 얻으니 둘 다 이익을 얻는 것이죠.”
김 팀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 1차 CBT의 최종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하우징은 혼자서 집을 지을 경우 3일 분량의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는 지인이나 길드의 힘을 빌려 같이 집을 짓는다면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게 되겠죠. 전투 외에 생활형 콘텐츠가 다수 존재하는 아키에이지에서는 이런 노동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고수와 하수로 갈리게 되는 셈입니다.
▲제작
아이템은 한 번 제작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단계를 거쳐야 만들 수 있다
유저들에게 자유도를 허하라!
아키에이지의 철학
김경태 팀장은 마지막으로 유저 자유도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유저들을 미리 억압하지 말자는 것인데요.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 그대로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콘텐츠 적인 측면보다는 개발이나 기획의 철학적인 부분에서 더 설명 드리고 싶어요. 앞서 질문해주신 것처럼 이번 테스트에서는 유저들의 산발적인 플레이로 인해 시스템적인 허점을 악용할 여지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일부로 막지는 말자가 저희의 ‘기조’인 거죠. 기획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되요. 그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잖아요. 막아버리면 굳이 다시 기획서를 보지 않아도 되고 또 수정하지 않아도 되니 저희야 더 편해지는 거죠. 근데 그렇게 해버리면 유저들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런 건 피하고 싶다는 거죠. 물론, 유저가 정말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시스템을 악용했다면 제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땐 그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되고 지금은 어떠한 길로 나아갈지 모르는 ‘아키에이지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자’가 이번 CBT의 목표고 저희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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