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안녕하신가, 제목 물어보면 번역 나쁘다 게임 TOP5
2015.09.17 16:49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외산 게임이 국내 유통될 때,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바로 한국어화 여부입니다.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10만 줄에 달하는 대사를 일일이 사전 붙들고 해석하며 즐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언어의 장벽에 막혀 게임 구입을 포기하거나, 누군가 비공식 패치를 만들어주길 기다리죠. 심지어 유저 패치가 어려운 콘솔 오너들은 그나마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근래에는 현지화 사례가 많이 늘었습니다. TGS 2015를 앞두고 소니가 ‘삼국지 13’을 비롯한 여러 신작들을 한국어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기 레이싱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 6’를 정식 발매하며 보조를 맞췄죠. 닌텐도 또한 어린이를 겨냥한 꾸준한 한국어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현지화 타이틀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번역 품질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실제로 얼마 전 닌텐도가 내놓은 3DS판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는 영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엉망진창 한국어화로 유저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번 [순정남]은 ‘역대 최악의 한국어화 TOP5’을 통해 다가올 신작들의 반면교사로 삼고자 합니다.
외산 게임이 국내 유통될 때,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바로 한국어화 여부입니다.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10만 줄에 달하는 대사를 일일이 사전 붙들고 해석하며 즐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언어의 장벽에 막혀 게임 구입을 포기하거나, 누군가 비공식 패치를 만들어주길 기다리죠. 심지어 유저 패치가 어려운 콘솔 오너들은 그나마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근래에는 현지화 사례가 많이 늘었습니다. TGS 2015를 앞두고 소니가 ‘삼국지 13’을 비롯한 여러 신작들을 한국어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기 레이싱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 6’를 정식 발매하며 보조를 맞췄죠. 닌텐도 또한 어린이를 겨냥한 꾸준한 한국어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현지화 타이틀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번역 품질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실제로 얼마 전 닌텐도가 내놓은 3DS판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는 영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엉망진창 한국어화로 유저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번 [순정남]은 ‘역대 최악의 한국어화 TOP5’을 통해 다가올 신작들의 반면교사로 삼고자 합니다.
5위. 삼국지 10, 죽을 때는 함께 죽자고 하지 않았다 관우!
▲ 갈 사람은 가고 살 사람은 살아야지, 일국의 군주답게 쿨한 유비
5위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코에이테크모 ‘삼국지’입니다. 5년 전, 한국지사가 철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한국어화가 이루어진 타이틀이죠. 9편까지는 번역이 꽤 준수한 편인데, 어째선지 10, 11편은 형편없습니다. 특히나 10편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오역이 가득합니다.
게임 속 대사를 보면 높임말과 낮춤말이 한 문장 내에 혼재하고, 호격이 실제 서열과 달리 제멋대로 쓰입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만났는데 “전하로군, 이런 곳에서 우연일세”라며 하극상을 벌이질 않나, “너와 얘기를 나누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라는 존대인지 하대인지 오묘한 어법을 구사하죠. 예의는 또 어찌나 바른지 “여포님 녀석,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구나!”라며 화를 내면서도 존칭은 꼭 붙입니다.
그나마 “님아, 출진하시오!”나 “오오, 방가운 소식이로구나”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조조의 계략일지도 모않습”이나 “저가 한 말, 잊지십니까”처럼 아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 압권은 원문의 뜻을 정반대로 뒤집은 오역입니다. 의형제 관우의 사망 소식을 접한 유비가 “죽을 때는 함께 죽자고 하지 않았다… 관우!”라며 절규(?)하죠. 형제를 잃어버린 유비의 오열이 순식간에 우디르급 태세전환이 돼버렸습니다.
5위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코에이테크모 ‘삼국지’입니다. 5년 전, 한국지사가 철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한국어화가 이루어진 타이틀이죠. 9편까지는 번역이 꽤 준수한 편인데, 어째선지 10, 11편은 형편없습니다. 특히나 10편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오역이 가득합니다.
게임 속 대사를 보면 높임말과 낮춤말이 한 문장 내에 혼재하고, 호격이 실제 서열과 달리 제멋대로 쓰입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만났는데 “전하로군, 이런 곳에서 우연일세”라며 하극상을 벌이질 않나, “너와 얘기를 나누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라는 존대인지 하대인지 오묘한 어법을 구사하죠. 예의는 또 어찌나 바른지 “여포님 녀석,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구나!”라며 화를 내면서도 존칭은 꼭 붙입니다.
그나마 “님아, 출진하시오!”나 “오오, 방가운 소식이로구나”는 귀여운 수준입니다. “조조의 계략일지도 모않습”이나 “저가 한 말, 잊지십니까”처럼 아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 압권은 원문의 뜻을 정반대로 뒤집은 오역입니다. 의형제 관우의 사망 소식을 접한 유비가 “죽을 때는 함께 죽자고 하지 않았다… 관우!”라며 절규(?)하죠. 형제를 잃어버린 유비의 오열이 순식간에 우디르급 태세전환이 돼버렸습니다.
4위. 하프라이프, 오늘 아주 멋져 보입니다! 자네는 선 끝을 맡게
▲ 악! 자네는 선 끝을 맡게! 악! 자네는 선 끝을...
4위는 현대 FPS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 걸작 ‘하프라이프’입니다. 뛰어난 게임성뿐 아니라 실소를 자아내는 어설픈 한국어화로도 유명하죠. 자막은 따로 없고 음성만 우리말로 더빙되었는데, 보이스웨어인가 싶은 발연기는 물론 오역까지 넘쳐납니다. 오죽하면 당시 현지화를 담당한 넥슨 직원이 직접 녹음했다는 풍문이 돌 정도에요.
대표적인 오역으로 게임 초반, 경비원이 주인공 고든에게 말하는 “오늘 아주 멋져 보입니다”가 있습니다. 원문은 “Looks like you're in the barrel today”인데, 여기서 ‘통 속에 있다(in the barrel)’는 힘겹거나 곤란한 처지를 뜻하는 관용어죠. 즉 “너 오늘 아주 힘들겠다”는 얘기가 “멋져 보인다”로 둔갑한 겁니다. 통(barrel)을 더 좋은(better)로 잘못 보기라도 했나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비병을 공격하면 뜬금없이 “자네는 선 끝을 맡게”라고 하는데, 실상은 “너와는 이제 끝이야(End of the line for you)”라며 역정을 내는 상황입니다. ‘End of the line’을 선의 끝이라도 직역한 거죠. 이외에도 액션게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덤벼!(Bring it on)”를 “그걸 가져와!”라고 하는 등 기계가 번역한 듯한 어색한 표현이 산재해있습니다.
4위는 현대 FPS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 걸작 ‘하프라이프’입니다. 뛰어난 게임성뿐 아니라 실소를 자아내는 어설픈 한국어화로도 유명하죠. 자막은 따로 없고 음성만 우리말로 더빙되었는데, 보이스웨어인가 싶은 발연기는 물론 오역까지 넘쳐납니다. 오죽하면 당시 현지화를 담당한 넥슨 직원이 직접 녹음했다는 풍문이 돌 정도에요.
대표적인 오역으로 게임 초반, 경비원이 주인공 고든에게 말하는 “오늘 아주 멋져 보입니다”가 있습니다. 원문은 “Looks like you're in the barrel today”인데, 여기서 ‘통 속에 있다(in the barrel)’는 힘겹거나 곤란한 처지를 뜻하는 관용어죠. 즉 “너 오늘 아주 힘들겠다”는 얘기가 “멋져 보인다”로 둔갑한 겁니다. 통(barrel)을 더 좋은(better)로 잘못 보기라도 했나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비병을 공격하면 뜬금없이 “자네는 선 끝을 맡게”라고 하는데, 실상은 “너와는 이제 끝이야(End of the line for you)”라며 역정을 내는 상황입니다. ‘End of the line’을 선의 끝이라도 직역한 거죠. 이외에도 액션게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덤벼!(Bring it on)”를 “그걸 가져와!”라고 하는 등 기계가 번역한 듯한 어색한 표현이 산재해있습니다.
3위. 콜 오브 듀티, 구멍 안에 발사! 우리들은 친구가 있다! 안돼!
▲ 필자는 자막을 보고 순간 움찔했다, 반성 또 반성
3위는 밀리터리 FPS계의 전설 ‘콜 오브 듀티’입니다. 근래에는 현지화 소식이 없지만 흔히 ‘모느님’이라 불리는 4편까지는 전부 공식 한국어화가 이루어졌어요. 이 작품은 ‘의무의 부름’이라는 제목처럼 군대와 전쟁 얘기가 주야장천 나오는데, 정작 군사용어 번역이 엉망진창입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 흔히 수류탄을 던질 때 “Fire in the hole!”이라고 외치죠. 어원은 옛날 광부들이 “구덩이에 폭약을 설치했으니 조심하라”고 동료에게 주의를 주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걸 ‘콜 오브 듀티’에서는 “구멍 안에 발사!”라는 엄한(…) 소리로 바꿔놨어요. 비슷한 오류로 “We got company!”도 있습니다. 전장에서 적과 조우했다는 뜻인데, 게임에서는 “우리들은 친구가 있다!”며 자랑하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잘못 짚어서 번역이 산으로 가기도 합니다. “너무 오른쪽이야(Too right)”에서 이 ‘right’는 ‘오른쪽’이 아니라 ‘올바른’으로 쓰였어요. 따라서 “지당하다”가 제대로 된 번역이죠. 반면에 “올바른 움직임이다!(right movement)”는 사실 “우측에 (적의)움직임이 있다!”가 맞습니다. 심지어 설정 메뉴에도 오역이 있어요. ‘네/아니오’ 중 ‘아니오’를 “안돼!”라고 해놨습니다. …지금 게임한테 호통치는 건가요?
3위는 밀리터리 FPS계의 전설 ‘콜 오브 듀티’입니다. 근래에는 현지화 소식이 없지만 흔히 ‘모느님’이라 불리는 4편까지는 전부 공식 한국어화가 이루어졌어요. 이 작품은 ‘의무의 부름’이라는 제목처럼 군대와 전쟁 얘기가 주야장천 나오는데, 정작 군사용어 번역이 엉망진창입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 흔히 수류탄을 던질 때 “Fire in the hole!”이라고 외치죠. 어원은 옛날 광부들이 “구덩이에 폭약을 설치했으니 조심하라”고 동료에게 주의를 주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걸 ‘콜 오브 듀티’에서는 “구멍 안에 발사!”라는 엄한(…) 소리로 바꿔놨어요. 비슷한 오류로 “We got company!”도 있습니다. 전장에서 적과 조우했다는 뜻인데, 게임에서는 “우리들은 친구가 있다!”며 자랑하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잘못 짚어서 번역이 산으로 가기도 합니다. “너무 오른쪽이야(Too right)”에서 이 ‘right’는 ‘오른쪽’이 아니라 ‘올바른’으로 쓰였어요. 따라서 “지당하다”가 제대로 된 번역이죠. 반면에 “올바른 움직임이다!(right movement)”는 사실 “우측에 (적의)움직임이 있다!”가 맞습니다. 심지어 설정 메뉴에도 오역이 있어요. ‘네/아니오’ 중 ‘아니오’를 “안돼!”라고 해놨습니다. …지금 게임한테 호통치는 건가요?
2위. 어쌔신 크리드, 불이야! 얼마 남지 않았군! 방가방가, 님 좀 짱인듯
▲ 이 게임 오역 좀 제대로인 듯
2위는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아싸씨노의 일대기 ‘어쌔신 크리드’입니다. 십자군 전쟁,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전쟁 등 다양한 시대와 국가를 다루다 보니 번역이 난해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죠. 그렇지만 그 점을 참작하더라도 이 시리즈의 오역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담당자가 번역만 해놓고 검수는 하지 않았는지, 장면과 전혀 무관한 해석이 튀어나옵니다. 영국군 장교의 우렁찬 “발사!(Fire)”를 뜬금없이 “불이야!”로 해석하고, “조종간을 잡으세요(Grab the Helm)”를 “모자를 쓰세요”라 하는 건 게임을 한번도 안 해봤다는 뜻이죠. 심지어 '님 좀 짱인듯', '방가방가'처럼 시쳇말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번역가의 프로의식을 의심케 합니다.
오역 때문에 졸지에 임무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벤치에 앉아있는 표적을 제거’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벤치에 앉는 사람이 없어요. 사실 제대로 된 번역은 ‘벤치에 앉아서 표적을 제거하시오’입니다. 자물쇠 따는 방법이 ‘위쪽과 오른쪽’이라 해놓고 실제로는 ‘위쪽과 아래쪽’이질 않나, ‘난간’이 ‘사다리’로 바뀌고, ‘녹색’이 ‘회색’으로 둔갑하기도 하죠. 이쯤 되면 템플러의 농간이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2위는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아싸씨노의 일대기 ‘어쌔신 크리드’입니다. 십자군 전쟁,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전쟁 등 다양한 시대와 국가를 다루다 보니 번역이 난해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죠. 그렇지만 그 점을 참작하더라도 이 시리즈의 오역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담당자가 번역만 해놓고 검수는 하지 않았는지, 장면과 전혀 무관한 해석이 튀어나옵니다. 영국군 장교의 우렁찬 “발사!(Fire)”를 뜬금없이 “불이야!”로 해석하고, “조종간을 잡으세요(Grab the Helm)”를 “모자를 쓰세요”라 하는 건 게임을 한번도 안 해봤다는 뜻이죠. 심지어 '님 좀 짱인듯', '방가방가'처럼 시쳇말을 마구잡이로 사용해 번역가의 프로의식을 의심케 합니다.
오역 때문에 졸지에 임무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벤치에 앉아있는 표적을 제거’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벤치에 앉는 사람이 없어요. 사실 제대로 된 번역은 ‘벤치에 앉아서 표적을 제거하시오’입니다. 자물쇠 따는 방법이 ‘위쪽과 오른쪽’이라 해놓고 실제로는 ‘위쪽과 아래쪽’이질 않나, ‘난간’이 ‘사다리’로 바뀌고, ‘녹색’이 ‘회색’으로 둔갑하기도 하죠. 이쯤 되면 템플러의 농간이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1위. 마이트 앤 매직 6, 힘세고 강한 아침! 내게 물어보면 나는 왈도
▲ 최고 나쁘다 번역 '마이트 앤 매직 6' 이보다 순위 높게 줄 수 없다
대망의 1위는 ‘울티마’, ‘위저드리’와 함께 세계 3대 RPG로 꼽히는 ‘마이트 앤 매직’입니다. 오늘날 ‘엘더스크롤’로 대변되는 1인칭 RPG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죠. 총 10편에 달하는 시리즈 가운데 6편 ‘천상의 명령’이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국내 한정으로 ‘왈도전’이라 불리는데, 가히 오역의 성배라 할만합니다.
국내 한 고전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이트 앤 매직 6’ 스크린샷이 ‘왈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장면 자체는 주인공을 발견한 한 남자가 인사를 건네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이에요. 다만 그의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왈도”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어투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건 단순히 번역기를 돌린다고 나올 수 있는 문체가 아니에요. 누군가 정성스레 한땀 한땀 오역한 끝에 왈도체가 탄생한 겁니다.
‘왈도전’의 참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력한 리치(Power Lich)’는 ‘힘센 이끼(Lichen)’, ‘대마법사(Arch Mage)’는 ‘궁수(Archer) 마법사’, ‘요정의 사슬갑옷(Elven Chainmail)’은 ‘열 한 개의(Eleven) 사슬편지’로 오역했습니다. 요새(Fortress)가 숲(Forest)이 되질 않나, ‘사과 나무(Apple Tree)’는 스펠링이 비슷하지도 않은 ‘나무 상자(Wooden Box)’로 변했어요. “이 이상 좋게 줄 수 없다”느니 “좋다 아침!”, “신선함!” 등을 외치는 NPC들을 보고 있노라면 번역가와 진지하게 면담하고 싶어집니다.
대망의 1위는 ‘울티마’, ‘위저드리’와 함께 세계 3대 RPG로 꼽히는 ‘마이트 앤 매직’입니다. 오늘날 ‘엘더스크롤’로 대변되는 1인칭 RPG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죠. 총 10편에 달하는 시리즈 가운데 6편 ‘천상의 명령’이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국내 한정으로 ‘왈도전’이라 불리는데, 가히 오역의 성배라 할만합니다.
국내 한 고전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이트 앤 매직 6’ 스크린샷이 ‘왈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장면 자체는 주인공을 발견한 한 남자가 인사를 건네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이에요. 다만 그의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왈도”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어투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건 단순히 번역기를 돌린다고 나올 수 있는 문체가 아니에요. 누군가 정성스레 한땀 한땀 오역한 끝에 왈도체가 탄생한 겁니다.
‘왈도전’의 참상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강력한 리치(Power Lich)’는 ‘힘센 이끼(Lichen)’, ‘대마법사(Arch Mage)’는 ‘궁수(Archer) 마법사’, ‘요정의 사슬갑옷(Elven Chainmail)’은 ‘열 한 개의(Eleven) 사슬편지’로 오역했습니다. 요새(Fortress)가 숲(Forest)이 되질 않나, ‘사과 나무(Apple Tree)’는 스펠링이 비슷하지도 않은 ‘나무 상자(Wooden Box)’로 변했어요. “이 이상 좋게 줄 수 없다”느니 “좋다 아침!”, “신선함!” 등을 외치는 NPC들을 보고 있노라면 번역가와 진지하게 면담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