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비주얼팀 `2D 그래픽? 우습게보면 큰 코 다쳐`
2010.12.21 18:47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리니지’가 12주년이 됐다. 한때 말하는 섬에서 가장 강력한 보스로 셀로브가 등장해 수많은 중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기자는 ‘리니지’하면 버그베어를 잊을 수 없다. 음산한 분위기의 던전에서 흰 살색의 버그베어를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주사위 신공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콘 18 기사로 한 방 한 방 칠 때마다 ‘퍽퍽’하는 의성어와 함께 쫙 달라붙는 타격감이란, 몇 시간 사냥해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근원과도 같았다. 패턴은 하나지만 버그베어는 맞을 때마다 역동적인 리액션까지 취해주니 ‘때리는 맛’은 더 달콤했다. 그래서 지금도 버그베어가 그립다. 당시 그 녀석은 젤 주문서 드랍에 대해 본인에게만 왜 그렇게 인색했는지, 심히 유감이다.
이런 향수를 떠올리며 오늘은 조금 특별한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봤다. 바로 ‘리니지’의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들이다. 비록 2D라고는 하지만 ‘리니지’의 비주얼에는 고유한 느낌이 있고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아이덴티티가 있다. 아주 잠시 ‘리니지’의 월드와 캐릭터, 그리고 몬스터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도록 하자.
▲ 리니지 비주얼 개발팀, 왼쪽부터 남동원 차장, 최인영 차장, 김건우 차장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한다.
남동원 차장: 캐릭터 원화를 담당하고 있다. 보통 원화라고 하면 캐릭터나 몬스터에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외형을 바꾸는 아이템이나 다양한 소품들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다. 유저들의 호감도를 이끌어내고 ‘리니지’의 세계관에 잘 녹여낼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김건우 차장: 배경 원화를 담당하고 있다. ‘리니지’의 전반적인 배경을 전부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인영 차장: 캐릭터와 3D 이펙트의 총괄을 맡고 있다. 최종 아웃풋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획의도와 원화콘셉에 맞춰서 시스템에 맞는 결과물을 제작하고 있다.
‘리니지’의 과거 모습과 현재를 비교해 봤을 때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나?
최인영 차장: 원래 ‘리니지’의 디자인 콘셉이 신일숙씨 만화 원작을 기반에 둔 정통 판타지다. 때문에 과거에는 그에 맞는 몬스터나 세계를 만드는 것 위주로 개발했는데, 요새는 새로운 모습을 갖추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과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남동원 차장: ‘리니지’의 비주얼은 크게 1기, 2기, 3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최 차장 말대로 신일숙씨 원작을 기반으로 해 제작됐고, 2기부터는 유저들이 원하는 색깔에 맞춰 조금씩 그래픽에 변화를 줬다. 색감 등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했다. 그리고 3기는 그동안 서비스하지 못했던 액션 연출을 더 강화하는 등 이쪽으로 많이 연구했다. 1기, 2기, 3기를 서로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건우 차장: 월드도 엄청나게 방대해졌다. 여러 번의 리뉴얼 과정을 거치면서 배경도 예전에 비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입사하고 처음 ‘리니지’를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최인영 차장: 판타지 세계와 그 안에 나오는 캐릭터 등이 다 구현돼 있어서 맘에 들었다. 내가 02년도에 입사했는데 당시에도 콘텐츠가 풍부했고 지금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김건우 차장: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월드가 풍부했다. 배경 디자이너 입장에서 기뻤던 사실은 원하는 대로 새로운 지역을 계속 창조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 최근의 `리니지` 스크린샷
아무래도 ‘리니지’가 2D다보니 3D 게임에 비해 그래픽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을 거 같다.
남동원 차장: 요즘 게임들은 3D 엔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우리는 이전 시스템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제약이 생기긴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콘텐츠의 영향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D 게임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작하는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아쉬움을 장점으로 바꾸어 생각하기도 한다. ‘리니지’의 제약적인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거다. 이런 연구가 쉽게 돼 버리면 개발하는 데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최인영 차장: 맞다. ‘리니지’ 시스템의 한계는 있지만 표현의 제약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건우 차장: 제약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개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인영 차장: 처음으로 거대한 몬스터를 표현했던 스칼 사원의 제브레퀴 몬스터가 기억에 남는다. 원래 뱀이라는 게 거대하게 표현하기에는 실루엣이 적합하지 않은데 다른 팀과 협의를 통해 힘겹게 완성시켰다. 결과물이 좋아 더 기억난다.
김건우 차장: 입사 초기 다크엘프 마을 지역을 내 스타일대로 꾸며서 완성해낸 것이 기억난다. 전체적인 구성은 물론 집 한 채 하나하나까지 전부 만들어낸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남동원 차장: 여러 온라인 게임을 해보는 편인데 유저들이 화폐단위를 ‘아덴’으로 이야기하는데, 개발자 입장에서 참 고맙고 행복하더라. ‘리니지’가 정말 대단한 게임이구나 싶었다.
향후 ‘리니지’ 그래픽을 완전히 뒤엎는다는 식으로 리뉴얼 하려는 계획은 있나?
최인영 차장: 이미 진행 중이다. 4대 용 몬스터부터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는 그런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동원 차장: ‘리니지’가 그래픽 위주로 돌아가는 게임도 아니고 단순히 리뉴얼 만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순 없다고 본다. 여러 요소가 잘 다져졌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거다. 그래픽 퀄리티 향상이라고 해서 단순 리뉴얼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안에 좀 더 많은 콘텐츠 추가를 하자는 기획의도가 함께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콘텐츠 추가와 동시에 그래픽에 변화를 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리뉴얼이다.
김건우 차장: 전체적인 그래픽 외에 UI 같은 편리성 부분도 계속 개선 중이다.
▲ `리니지`는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뿐만 아니라 UI도 편리성을 추구하며 변화했다
‘리니지’가 12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다. 비주얼 개발자로써 해당 관점에서
그 재미요소나 장점을 평가한다면?
최인영 차장: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그래픽이라고 본다. 조화의 힘이다. 사실 ‘매직돌’ 같은 경우 처음 개발할 당시 ‘리니지’와 맞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는데 귀여운 면이 의외로 유저들에게 호응을 받아서 결과가 좋았다.
남동원 차장: ‘리니지’는 그래픽보다 콘텐츠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그것을 받쳐주는 것이 그래픽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리니지’는 올드할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 생각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12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김건우 차장: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나 싶다.
최인영 차장은 두 개발자에게 원화를 받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함께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건 없나?
최인영 차장: 두 원화가 분이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또 의사소통도 잘 된다. ‘리니지’의 캐릭터는 워낙 작은 사이즈로 표현되기 때문에 원화의 100% 모습을 전부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두 분이 알아서 강약 조절할 수 있게 해줘서 특색을 잡기가 쉽다.
김건우, 남동원 차장: 그냥 잘한다고 해주면 안 되나? (웃음)
향후 ‘리니지’에서 어떤 모습을 그리고 싶나?
남동원 차장: 마법인형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고 싶다. 이전의 ‘리니지’와는 약간의 이질성을 갖기도 하지만 이걸 극복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2D 대전액션 게임들처럼 다이나믹한 액션요소를 더 넣고 싶다. 유저들이 허용해주는 범주 안에서 감성코드를 더 자극하고 싶다는 의미다.
‘리니지’ 12주년을 맞은 소감이나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동원 차장: 12주년이면 정말 오랜 기간인데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개발팀 입장에서 참 행복한 일이다. 개발팀이 열심히 만드는데 플레이하는 유저가 없다면 참 재미없고 슬픈 일일 거다. 질책이든 뭐든 전부 도움이 되니 ‘우리를 많이 봐주시는 구나’에 화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예쁘게 봐 달라.(웃음)
최인영 차장: ‘리니지’ 개발을 하면서 모든 팀이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팀과 함께라면 20년이 넘도록 사랑받을 수 있을 거 같다. 함께 역사를 써 나가고 싶다.
김건우 차장: 지금 ‘리니지’는 서서히 변화하는 단계이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거다. 이런 부분들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 오랜만에 버그베어가 잡고싶은 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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