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베드씬, 블레스가 ‘성인 게임’을 자청한 까닭은?
2016.01.14 10:44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테스트 당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블레스'의 베드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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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게임을 즐기며 자라온 성인이 기성세대에 편입하며 게임은 연령대를 가리지않는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게임은 청소년을 위한 놀이거리로 인식된다. 19금 딱지는 붙였으나 한국에서 이렇다 할 ‘성인용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청소년 접속이 불가능한 성인 게임임에도, 의도가 그것이 아님에도 불건전하다는 꼬리표가 붙으며 홍역을 치르곤 한다.
현재 공개서비스 막바지 준비에 돌입해 있는 ‘블레스’도 이러한 해프닝이 있었다. 테스트 도중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된 것 중 하나는 ‘베드씬’이다. 남녀 주역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담은 베드씬은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찾아보기 드문 것인 동시에 수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블레스’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며 테스트 역시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이 부분이 청소년에게 노출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컷신이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며 ‘게임이 이렇게 선정적이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 일었다.
‘블레스’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금기라 할 수 있는 베드씬을 사용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베드씬을 넣었냐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살펴보면 제작진이 왜 베드씬을 선택했는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쉽고, 한 번에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명확한 스토리 전달
앞서 이야기한 베드씬은 ‘블레스’ 속 양대 세력 중 하나인 ‘하이란’에 배치되어 있다. 황제의 아들 ‘마티아스 하비히츠’와 그의 연인 ‘레오니’가 베드씬에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왜 이 대목에 굳이 베드씬을 넣어야 했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금 더 스토리를 진행하면 숨어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눴던 레오니가 연인 마티아스를 배신하기 때문이다. '레오니’는 황제가 운용하던 비밀 결사 조직 수장이며, ‘마티아스’는 그 황제의 아들이다. 그러나 황제가 비밀 결사를 숙청했고,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레오니’는 ‘마티아스’를 비롯한 황가에 복수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텍스트만으로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은 관계인가를 실감나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특히 MMORPG를 즐기는 유저의 경우 텍스트를 넘기고 본 게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대사를 잘 써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게임 안에서 글을 읽기 싫어하는 유저들에게 ‘대사를 읽으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베드씬은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인가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해 들어간 것이다. 그래야 이를 보는 유저도 레오니가 마티아스의 뒤통수를 칠 때 더 깊은 배신감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 풀자면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을 저렇게 배신할 수 있나’하는 마음이다.
▲ 지금의 베드씬은 복수에 대한 배신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다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는 “블레스는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까지 보고 싶어하지 않는 세계다. 군국주의, 민족주의, 공화정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주요 인물을 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지만 깊게 다루기도 어렵고 제대로 담는다고 해도 대중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따라서 복잡한 단어나 체제 대립처럼 어려운 이야기 대신 각 체제를 대표하는 인물을 세우고 유저들이 이들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길 원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제작진이 베드씬을 선택한 이유는 말로 하기 복잡한 속사정을 이해하기 쉽게 돕고, 유저들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러한 ‘성인 콘텐츠’로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많다. 바이오웨어의 대표작 ‘드래곤 에이지’나 ‘매스 이펙트’에는 주요 동료와의 다양한 베드씬이 들어간다. 이러한 베드씬은 유저들이 다양한 동료를 공략하며 전체적인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파악하도록 돕는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메인 콘텐츠로 게이머를 연결하는 통로와 같다는 것이다.
복잡한 세계를 쉽게 설명해라, 잔혹한 컷신의 역할
앞서 말했듯이 ‘블레스’ 속 세계는 무겁고, 어두우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곳이다. 대표적인 대립으로는 ‘하이란’과 ‘우니온’이 있지만 두 진영 안에도 무수히 많은 충돌이 있다. 여기에 ‘블레스’라는 게임 역시 ‘쟁’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이란’과 ‘우니온’ 양대 세력은 물론, 같은 진영 안에서도 끝없이 이권다툼이 일어난다. 영토 통치권을 가운데 두고 같은 진영 길드가 격돌하는 ‘영토전’과 수도를 통치할 세력을 가리는 ‘수도 쟁탈전’이 그 주인공이다.
▲ 게임 속 적대세력으로 등장하는 '하이란'(상)과 '우니온'(하) (사진제공: 네오위즈게임즈)
▲ 게임 속에서도 경쟁이 중심을 이룬다 (사진제공: 네오위즈게임즈)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는 “진영 전쟁에 참여하는 유저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사건을 바라보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관을 어느 정도까지는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지만 ‘블레스’를 처음 즐기는 유저에게 ‘알아서 살펴보고 오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연극으로 ‘메인 퀘스트’를 준비하고, 메인 퀘스트에서 설명 못한 속사정을 ‘에피소드 퀘스트’로 엮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컷신은 대사가 아닌 영상으로 주요 사건을 전하며 유저들이 좀 더 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판도 없이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거나 뒤에서 칼로 등을 찌르거나, 죽을 위기에 처한 동료의 머리에 활을 쏘아 입막음을 하는 장면까지. 이권다툼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 냉혹한 이권다툼을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컷신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는 “성인 코드 도입이 우선순위에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소재를 고르는 과정에서 개발진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을 선별한 것이다”라며 “개발진 내부에서도 성인 요소를 다루는 것이 어색하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소재이지만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공감이 생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스토리 전개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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