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워즈 2’ 체험기, 윈10? 헤일로는 역시 Xbox!
2016.07.04 20:40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2017년 2월 21일 Xbox와 윈도우 10으로 출시되는 RTS '헤일로 워즈 2'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오늘날 쏟아지는 콘솔 FPS를 보면 믿기 힘들겠지만, 한때는 패드로 FPS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2001년 들어 Xbox 패드에 최적화된 FPS ‘헤일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사라졌다. M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헤일로’를 첨병 삼아 계속해서 콘솔용 게임의 외연을 넓혔는데, 2009년 내놓은 콘솔 RTS ‘헤일로 워즈’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란 문자 그대로 실시간으로 전장을 살펴보며 기지 건설, 자원 채취, 병력 생산 및 운용 등 여러 전략전술을 동원해 상대를 무찌르는 장르다. 국내에서 국민게임 대접을 받는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RTS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황에 맞춰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병력을 알맞게 분배해 파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러한 빠르고 세세한 컨트롤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적격이다.
▲ RTS는 한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게임 장르였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반면에 콘솔 패드는 사용할 수 있는 키도 적을뿐더러 애초에 여러 유닛을 개별 컨트롤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콘솔 RTS란 FPS 보다 컨트롤적인 면에서 훨씬 더 큰 도전이었다. 이에 MS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로 RTS에 잔뼈가 굵은 앙상블 스튜디오를 투입했고, 부대 단위 전술과 간소화된 자원 채취 및 생산 시스템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아냈다.
‘헤일로 워즈’는 준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콘솔 RTS 대중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출시 후 앙상블 스튜디오도 해체되어 더는 후속작이 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MS는 게임스컴 2015 현장에서 6년 만의 후속작 ‘헤일로 워즈 2’를 발표했다. 특히, Xbox는 물론 윈도우 10으로도 즐길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과연 ‘헤일로 워즈 2’는 기나긴 RTS 가뭄의 단비가 되어줄까? 1년의 기다림 끝에 기자가 직접 E3에서 시연해보았다.
▲ '헤일로 워즈 2' 멀티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콘솔 RTS 왕의 귀환, 1편의 강점 고스란히 계승했다
역시 콘솔 RTS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지, ‘헤일로 워즈 2’ 개발에는 ‘토탈 워’ 시리즈로 이름 높은 전략명가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투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려 반, 기대 반으로 ‘헤일로 워즈 2’가 사실상 ‘토탈 워: 헤일로’가 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직접 해본 결과 ‘토탈 워’의 영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헤일로 워즈 2’의 전체적인 감상은 전작을 고스란히 계승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을 대폭 향상시키고 더 강력하고 화려한 콘텐츠와 최신 시스템을 얹은 아주 정직한 후속작이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쯤 되는 개발사가 너무 얌전히(?) 모든 것을 이어받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앙상블 스튜디오가 구축해놓은 골격이 콘솔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여전히 참신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콘솔 RTS '헤일로 워즈'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기지 건설은 본영 주위에 추가 건물을 부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잘 연상이 되지 않는다면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부속 건물을 떠올려보라. 본영 하나당 5개의 추가 건물을 부착할 수 있으며, 이 추가 건물에서 병력 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은 패드에 맞춰 컨트롤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든 건물은 직접 짓지 않고 궤도상에서 보급받는다.
자원 또한 일꾼이 맵에서 캐내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궤도 보급을 통해 이루어지며, 보급선 착륙을 위한 추가 건물이 많을수록 자원을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유닛을 생산하는 건물과 자원 확보를 위한 건물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 맵 곳곳에 본영을 건설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럿 있으니 부지런히 확장하여 병력과 자원을 불려 나가도록 하자.
▲ 기지 건설은 본영에 추가 건물을 부착하는 방식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유닛은 ‘UNSC’측 해병 분대, 화염방사병, 워트호그 그리고 우리의 스파르탄까지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인다. ‘헤일로 워즈 2’에서는 ‘코버넌트’ 대신 저힐라네 족장 ‘아트리옥스’가 이끄는 ‘더 배니쉬드(The Banished, 추방된 자)’라는 별도의 세력이 등장하는데, 소속 병종은 그런트, 자칼, 헌터, 엘리트, 브루트 등 전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콘솔 패드로는 유닛을 개별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트리거 버튼으로 전체를 선택하고, 버튼 하나로 이동과 공격, 특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군을 회복시키거나 적을 타격하는 특수 능력은 전부 범위형이라 대상 선택이 용이하며, 지휘관 유닛을 생산하면 주위 병력이 자동으로 지휘관을 따라다니므로 부대 운용이 한결 수월하다. 이처럼 ‘헤일로 워즈 2’의 모든 조작은 콘솔에서 가능하도록, 그리고 편하도록 설계됐다.
▲ 버튼 하나면 부대 지정부터 이동과 공격까지 가능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헤일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경설정이다. 재미있게도 ‘UNSC’측 주인공 ‘스피릿 오브 파이어’ 일행은 모종의 이유로 28년을 건너뛰어 ‘헤일로’ 1편부터 5편까지 이야기를 모조리 놓쳤다. 그렇다면 ‘스피릿 오브 파이어’는 어떻게 ‘아크’에 당도했으며 ‘코버넌트’에서 갈라져 나온 ‘더 배니쉬드’의 목적은 무엇일까? 전작에서도 싱글 캠페인이 특히나 호평이었던 만큼, 다시금 한바탕 대격전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 '헤일로' 1편 이전에서 갑자기 5편 이후로 훌쩍 건너 뛴 '스피릿 오브 파이어' 일행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장르가 바뀌어도 ‘헤일로’는 역시 패드? 어색한 키보드 및 마우스 조작
앞서 언급했듯 ‘헤일로 워즈 2’는 MS에서 추진하는 ‘Xbox Play Anywhere’ 지원 타이틀이다. 따라서 Xbox에서 게임을 사도 윈도우 10에서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한다. 본래 PC에 적합한 장르인 RTS를 콘솔용으로 재구성한 것이 ‘헤일로 워즈’인데, 이걸 다시 PC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PC가 강세인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RTS는 역시 PC지!’라며 쾌재를 외치고 있다.
이번 시연에서는 Xbox 패드는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로도 ‘헤일로 워즈 2’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평소 PC를 주로 사용하는 기자는 마우스 덕분에 한결 자유로운 컨트롤이 가능하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게임을 하는 내내 손발이 묶여있는 듯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패드로 즐길 때는 제한된 조작 체계를 200% 활용한다는 느낌이었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로 바뀌니 되려 당연히 할 수 있는걸 못하게 막는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 마이크로 컨트롤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막싸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콘솔게임을 PC로 이식하는 것은 단순히 아날로그 스틱을 마우스로 바꾸고 패드 조작키를 키보드에 하나씩 대응한다고 끝이 아니다. 본래 게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키보드와 마우스에 적합하도록 조작 체계를 변형하고 다듬어야 한다. 일례로 유독 PC판이 혹평을 면치 못했던 ‘다크소울’과 ‘데빌 메이 크라이’, ‘몬스터헌터 프론티어’를 보면 하나같이 키보드와 마우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식됐음을 알 수 있다.
‘헤일로 워즈 2’를 마우스로 한다고 해서 없던 영역 지정이 지원되거나, 유닛을 개별로 눌러서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전체 지정을 트리거 버튼으로 하냐, 탭 키로 하냐의 차이다. 키보드 조작 체계는 전부 패드에서 일대일 대응된 것이고, 마우스는 그저 아날로그 스틱 대용에 불과하다. 패드보다는 반응속도가 빠르지만 일반적인 PC RTS에 비하면 기능이 너무 제한되고, 키보드는 버튼 찾기가 번거롭기까지 하다.
단순히 ‘PC 이식이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다. ‘헤일로 워즈’ 시리즈는 태생부터가 콘솔용으로 설계된 게임이다. 이 때문에 건설 및 생산 시스템은 극도로 단순화하고, 병력 운용은 부대 단위로 이동 혹은 공격 명령을 하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병종도 몇 되지 않고 PC RTS에서 중요한 요소인 ‘마이크로 컨트롤’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공격 명령이 내려진 유닛들은 알아서 위치를 바꾸며 ‘적당히’ 잘 싸운다.
▲ PC RTS와 비교는 곤란하다, 총을 들고 도끼를 쥔 적과 마주보고 싸울 정도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극단적으로 말하면 ‘스타크래프트’에서 부대 전체 설정하고 ‘어택 땅’만 하는 게 ‘헤일로 워즈’다. 그렇다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한다고 더 자유로운 컨트롤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MS에서 PC유저를 위해 조작 체계를 대폭 변형하고 키보드에 맞춘 복잡다단한 키 설정을 추가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 시리즈만의 강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은 뿐이다.
‘헤일로 워즈 2’ 또한 단순한 조작으로도 RTS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전력투구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RTS의 깊이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했음은 물론이다. 냉정히 말해서 PC 유저가 굳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이 게임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헤일로’ IP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면 즐겨도 좋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가급적 패드 플레이를 추천한다. ‘헤일로 워즈 2’는 MS 정책에 따라 윈도우 10으로’도’ 나오는 것이지, 윈도우 10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