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수익 바라지 않고 만든,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
2016.11.18 15:16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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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 넥슨 지스타 2016 현장에서 정상원 부사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지스타에 출품하는 네오플의 모바일 신작 2종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를 '인디게임'이라 소개한 것이다. 당시 정 부사장은 "넥슨에서도 이 게임에 대해서는 수익을 바라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기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 자신했다.
이후 지스타 현장에서 베일을 벗은 두 게임은 개성이 톡톡 살아 숨쉬는 작품이었다. '이블팩토리'는 강력한 보스를 1:1로 공략해가는 맛이 살아있는 슈팅같은 액션 게임이었으며, '애프터 디 엔드'는 몽환적인 그래픽에 오밀조밀하게 여러 퍼즐 요소를 넣은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시장 대세인 RPG도 아니며 두 게임 모두 난이도가 평균 이상이라 대중적이지 않다.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는 "대중성보다는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코어 게이머를 노린 게임이다"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 '이블팩토리'(상)과 '애프터 디 앤드(하)' 이미지 (사진제공: 네오플)
다시 말해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는 모두 높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애프터 디 엔드'의 경우 유료게임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퍼즐 게임을 정말로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던전앤파이터'와 같이 매출 면에서 흥행을 거둔 작품이 있는 네오플이 왜 이러한 아슬아슬한 도전에 나서는 것일까? 게임메카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네오플 황재호, 박재은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소수 인원으로, 자유롭게, 기존에 없던 게임을 만들어나간다
엄밀하게 말하면 네오플은 '인디게임 개발사'는 아니다. 인력, 규모, 자본 면에서 인디보다는 중대형 개발사로 분류된다. 네오플 박재은 디렉터 역시 "내가 정말 생각하는 '인디'는 자본이나 외부세력에서 완전히 독립되어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여러 인디게임이 상업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분들에 비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에 각 개발팀이 가장 먼저 집중한 부분은 환경이다. 황재호 디렉터는 "내부 매출 기준이나 개발 방식도 기존 게임과 달리 개발자 입장에서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라고 말했다. 박재은 디렉터 역시 "회사에서 최대한 독립적인 개발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내부 매출 목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네오플이나 기존 넥슨 게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치다. 따라서 매출 부담감이 다른 팀보다는 적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네오플 박재은 디렉터
앞서 말했다시피 두 게임은 모두 소수 개발팀이 만들었다. '이블팩토리'는 5명, '애프터 디 엔드'는 6명이 개발팀의 전부다. 박재은 디렉터는 "소규모 게임의 강점은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블팩토리'의 경우 일반적인 모바일게임과 달리 엔딩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새 콘텐츠를 넣어야 한다는 계획도 없다. 다시 말해 라이브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 점이 개발팀에는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
인디게임의 강점은 '개성'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승부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네오플의 두 인디게임 역시 과감한 모험정신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황재호 디렉터는 "일단 '이블팩토리'의 경우 보스를 잡던 80, 90년대의 오락실 게임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다양한 무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게임에서는 2가지 무기를 쓴다. 여기에 주 무기는 폭탄인데 설치 후 조금 시간이 흘러야 터지기 때문에 타이밍적인 면을 잘 고려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여기에 폰에서 손을 때면 캐릭터가 천천히 움직이는 '불릿 타임'이 발동한다. 마치 기존에 나온 '슈퍼핫'처럼 느리게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 있다. 개발팀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적정한 속도를 찾는 것이었다. 황 디렉터는 "모바일의 경우 세밀한 조작이 어렵다. 내부 테스트에서도 개성은 있는데 조작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을 정도다. 따라서 캐릭터 속도만 100번 정도 고치며 최적화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 보스를 1:1로 공략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블팩토리' (사진제공: 넥슨)
이어서 '애프터 디 엔드'는 카메라 워킹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박재은 디렉터는 "저는 게임을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언차티드'와 같은 게임을 보면 내가 직접 안 해도 보는 맛이 있다. 따라서 스토리를 중심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카메라 워킹을 사용해 다른 모바일게임보다 좀 더 상황을 관찰하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게임에 반영되지는 못했으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많았다. 박 디렉터는 "폰 카메라를 손을 가리면 게임 속 시간이 밤이 되고, 낮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이 외에도 폰을 흔들면 게임 속 세계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과 같이 플레이어와 게임 속 세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소소한 요소를 넣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 '애프터 디 엔드' 소개 영상 (영상제공: 넥슨)
여기에 두 게임 모두 스팀이나 콘솔에도 진출할 계획을 잡고 있다. 박 디렉터 "스팀이나 PS4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블팩토리'의 경우, 세로 화면 게임이며 부분유료화기 때문에 이 부분을 PC나 콘솔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황 디렉터는 "오히려 콘솔이나 PC는 저희 게임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애프터 디 엔드'를 진행하며 아트적으로 시도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성능적인 측면 때문에 포기한 것이 많다. 스팀이나 콘솔 버전을 통해 좀 더 좋은 비주얼을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