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은 팀버게임즈의 개발력을 신뢰합니다"
2016.11.18 23:49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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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가 2014년 선보인 ‘아제라’를 기억하는가? 정통 MMORPG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게임성과 세 국가의 치열한 RvR, 그리고 거대병기 ‘마갑기’로 출시 초기 나름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지나치게 생소하지 않은 구성과 적정한 사양으로 3040 게이머에게 환영 받았는데, ‘아제라’의 ‘아제’가 실은 ‘아재(아저씨)’인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아제라’는 초반의 좋은 분위기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했다. PC MMORPG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일뿐더러, 중소개발사인 팀버게임즈가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 늦게나마 신규 캐릭터 ‘주술사’를 투입하는 등 분투했지만, 떨어지는 지표는 붙잡지 못하고 결국 지난 10월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그렇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아제라’가 잊혀질 찰나, 웹젠이 팀버게임즈와 함께 모바일 신작 ‘아제라: 아이언하트’를 공개했다. 온라인게임을 모바일화하는 것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굳이 실패한 IP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모바일게임 신작 경쟁이 날로 과열되는 가운데, 웹젠은 과연 ‘아제라’의 무엇을 보고 기대를 걸었을까? 팀버게임즈 정재목 대표와 웹젠 박시형 사업PM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웹젠 박시형 사업PM(좌)와 팀버게임즈 정재목 대표(우)를 만났다
실패한 IP? 중요한 것은 IP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
“’아제라’의 네임벨류가 여느 대형 IP보다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IP 이상으로 그걸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모바일 MMORPG의 시스템이 점차 PC 온라인시절의 근접하면서, 옛 MMORPG 개발 경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웹젠은 팀버게임즈의 개발력을 신뢰합니다”
일반적으로 IP 계승작은 원작의 후광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박 PM은 ‘아제라’가 아닌 그 뒤에 있는 팀버게임즈를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얘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제라’가 실패했든 말든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것. 실제로 팀버게임즈에는 과거 ‘드라고나 온라인’과 ‘퀸즈블레이드’ 등 여러 MMORPG를 개발 및 서비스한 핵심 인력이 집결해 있다.
팀버게임즈가 실패를 그저 무위로 흘려 보내지 않고 제대로 곱씹은 점도 웹젠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 대표는 “’드라고나 온라인’ 시절만 해도 투자 대비 매출이 훌륭했어요. 그러나 점차 시장의 중심축이 모바일로 옮겨가며 유저들의 성향도 바뀌었습니다. 잘 작동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헛돌고, PC에서까지 빠르고 간편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시대가 온 거죠. ‘아제라’는 그러한 시류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어요”라고 자조했다.
▲ 과연 원작의 실패를 설욕할까? '아제라: 아이언하트' (영상제공: 웹젠)
팀버게임즈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신작에 담아내고자 했다. 굳이 ‘아제라’라는 제목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제라’와 ‘아제라: 아이언하트’는 ‘마갑기’를 비롯한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는 것 외에는 스토리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정 대표는 “후속작이 아니라 리메이크로 보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것이 진짜 정통 MMORPG, 경쟁작의 3배 오픈필드와 10배 서버 인원
비록 PC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차이는 있지만, 원작 ‘아제라’와 ‘아제라: 아이언하트’는 정통 MMORPG라는 동일한 지향점을 지녔다. MMORPG는 팀버게임즈가 줄곧 만들어왔으며 또한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부분만큼은 기기 성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본래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 팀버게임즈와 웹젠의 바람이다.
“요즘이야 너도나도 ‘광활한 오픈필드’를 내세우지만 사실 대부분 작은 존을 이어 붙인 눈속임에 불과해요. ‘아제라: 아이언하트’는 완벽한 심리스는 아닐지라도 경쟁작에 3배가 넘는 비선형적인 필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서버 인원 또한 여느 게임이 1,000~1,500명 정도가 평균인데 반해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서버 자체가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으면 합니다”
▲ 광활한 오픈필드를 통해 MMORPG 본연의 재미를 담았다 (사진제공: 웹젠)
그렇다고 단순히 넓기만 한 필드는 유저의 피로감만 가중시킨다. 이에 ‘아제라: 아이언하트’는 자동 대쉬 기능을 넣어 플레이 템포를 끓어 올리고 전투 시스템도 스킬 체인, 분노 모드, 마갑기 3단계로 구분하여 지루함을 덜어냈다. 여기서 스킬 체인이란 2개 이상의 스킬을 연계하여 효과를 증폭시키고 시전 후 딜레이를 줄여주는 것을 뜻한다.
스킬 체인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다 보면 점차 분노 게이지가 차오르고, 일정 단계에 다다르면 캐릭터에게 날개가 돋아나며 자동으로 분노 모드에 돌입한다. 분노가 치솟은 캐릭터는 일순 공격 속도와 파괴력이 크게 증가하여 MMORPG에서도 핵앤슬래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필드 몬스터를 조련하여 탈 것으로 삼을 수도 있어 넓은 필드가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 전투의 템포가 늘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발동하는 분노 모드 (사진제공: 웹젠)
‘양산형’ 딱지는 거부한다, 특색있는 ‘마갑기’와 ‘아지트 침략전’
조건만 갖춰지면 제멋대로 발동하는 분노 모드와 달리 ‘마갑기’는 소환 시기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일종의 필살기라 할 수 있다. ‘활력’이라는 별도 자원을 소모해 ‘마갑기’를 소환하는데, 여러 옵션의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다. ‘마갑기’ 중에는 성능이 매우 강력한 대신 활력 소모가 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마갑기’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싸움을 거듭하며 성장합니다.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기도 하고, 파츠를 장착해 성능을 끌어올리기도 하죠. 또한, 탑승자의 능력치가 ‘마갑기’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캐릭터와 궁합이 맞아야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아, ‘마갑기’ 뽑기 같은걸 만들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모든 기체는 스토리 진행 혹은 던전 보상으로 획득 가능합니다”
▲ 여러 '마갑기'를 가지고 다니며 전황에 맞게 소환할 수 있다 (사진제공: 웹젠)
여기서 끝이 아니다. MMORPG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길드, 이것만큼은 아무리 모바일이라 해도 변하지 않는다. ‘아제라: 아이언하트’에서는 길드 단위의 유저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 길드마다 아지트가 마련됐다. 유저들은 아지트에 모여 친목을 다지고 함께 길드 포인트를 모아 ‘수호룡’과 ‘수호석’을 강화시킬 수 있다.
“길드 포인트를 통해 수호룡을 성장시키고, 전용 상점에서 복장이나 마크를 구매해 결속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길드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간단해요. 다른 길드의 아지트를 침략하면 됩니다. ‘아지트 침략전’이 시작되면 양 아지트에 포탈이 열리는데, 이곳을 넘나들며 먼저 상대의 ‘수호석’을 파괴하고 용을 제거해야 하죠. 무미건조한 석상 같은 것이 아니라 애지중지 키운 ‘수호룡’이 희생되는 것이기에 훨씬 경쟁에 몰입하게 됩니다”
‘아제라: 아이언하트’는 12월 중 한 차례 테스트를 진행하고, 별 탈이 없다면 빠른 시일 내 정식 론칭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여느 IP 계승작과 달리 ‘포장이 아닌 알맹이’를 보아달라는 이 호기로운 게임이 과연 전작의 실패를 설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끝으로 ‘아제라’라는 제목을 정말 ‘아재’에서 따왔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웃음을 터트리며 “절대 아니죠, A to Z와 제네레이션의 합성어에요. 모든 세계를 아우른다는 뜻이에요”라고 답했다.
▲ "IP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 웹젠은 팀버게임즈를 신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