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특종 찾아 헤매는 독종, 게임 속 '기자' TOP5
2017.01.05 10:05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송구영신(送舊迎新) 즉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지난날의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고 신년에 정진할 목표와 소망을 가슴에 품는 것이죠. 올해는 꼭 무과금으로 랭커가 되겠다거나, 못다한 도전과제를 달성한다던가, 스팀 라이브러리 1K 만들기 혹은 1,000만원치 뽑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자의 신년목표는 사무실을 박차고 나서, 두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역동적인 취재력을 기르는 겁니다. 최근 ‘참된 저널리즘.jpg’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보며 스스로 안일함에 깊이 반성했어요. 이에 특종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게임 속 기자들을 살펴보고 ‘멘토’로 삼고자 합니다. 조금 이상한 사람도 섞여있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죠.
▲ 진정한 저널리즘.jpg (사진출처: 평양최성호 웨이보)
5위 샤메이마루 아야(동방 프로젝트), 기자라면 역시 신속 of 신속
기자라면 역시 신속 of 신속!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여 ‘1보’ 혹은 ‘단독’을 썼을 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선 ‘동방 프로젝트’의 ‘샤메이마루 아야’야말로 타고난 기자라 할 수 있죠. 요괴세계 ‘환상향’에서 가장 빠른 까마귀 ‘텐구’로, 눈깜짝할 사이에 현장으로 날아가 사진을 찍어댑니다. 초상권 요구고 뭐고 ‘아차’하면 이미 볼일 다 보고 사라진 후에요.
▲ 빠른면 좋지만 그보단 정확성이 더 중요한 법인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덕분에 그녀가 발간하는 ‘붕붕마루 신문’은 깨알 같은 소재와 뛰어난 현장감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실보도에 대한 윤리관이 다소 헐렁한데, 허위기사 작성은 물론 기삿거리를 만든다고 직접 사건을 일으킨 적도 있죠. 분명 기자는 신속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해야 한다는 양면의 교훈을 주는 존재입니다.
4위 클리브 스테플(사이퍼즈), 마음 속에 살인마 하나쯤 품고 있어야
신속성 다음가는 덕목은 바로 야수성입니다. 기자가 너무 샌님이면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들로부터 진실을 캐낼 수가 없죠.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선 상당한 집요함과 저돌적인 자세가 필요한 법입니다. ‘사이퍼즈’ 속 ‘클리브 스테플’은 야수성에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자에요. 평소에는 평범한 호남이지만 내면의 광기가 깨어나면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되죠.
▲ 오른쪽은 레X불 마시며 야근하는 기자인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클리브’는 물건을 만져서 과거의 기억을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로, 이를 활용해 각종 사건을 되짚어보고 기삿거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남의 기억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그것이 정신에 각인돼버렸어요. 마치 이중인격처럼 기억의 본래 소유자 ‘잭 더 리퍼’가 ‘클리브’와 공존하는 것이죠. 역시 기자는 마음 속에 살인마 하나쯤 품고 있어야...아, 아닙니다.
3위 파이퍼 라이트(폴아웃 4),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 거짓보다 낫다
속도와 박력을 갖췄다면 남은 것은 거센 외압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할 용기입니다. ‘폴아웃 4’의 ‘파이퍼 라이트’는 핵전쟁으로 질서와 규범이 무너진 세계에서 꿋꿋이 저널리즘을 실천합니다. 어린 시절, 민병대였던 아버지가 상사의 부당거래를 폭로하려다 살해당했던 경험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죠.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 거짓보다 낫다는 것이 ‘파이퍼’의 신조입니다.
▲ 핵전쟁 와중에도 투철한 기자정신은 이어졌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법보다 주먹, 아니 총알이 빠른 세기말에 참된 기자 노릇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행상인들의 담합을 폭로했다가 독살당할뻔하고, 사이비 교단에 잠입했다가 처형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죠. 끝내는 시장이 인조인간이라고 주장하다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쫓겨나기까지 합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실에 다가서려는 마음가짐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2위 마일드 업셔(아웃라스트), 취재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다
진실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아웃라스트’ 속 ‘마일드 업셔’는 취재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었습니다. 익명의 제보를 받고 숨어든 외딴 정신병원이 광인들에게 점거된 수라장이었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사지인줄 알고 향한 것은 아니지만, 참상을 목도한 후 죽을 각오로 맞서기 시작합니다. 손에선 절대 캠코더를 놓치지 않고 말이죠.
▲ 저널리즘이고 뭐고 당장 사표를 내고 싶은 광경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폭력에 굶주린 정신병자와 치명적인 초자연현상을 상대로 ‘마일드’가 가진 무기는 투철한 기자정신뿐입니다. 순도 100% 공포게임 ‘아웃라스트’는 변변한 공격 수단조차 없어,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뛰거나 숨어야만 하죠. 그러면서도 증거가 될 영상을 꼼꼼히 촬영하고, 어떻게든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편집장님, 저는 저런 곳에 취재 보내면 사표 내겠습니다.
1위 프랭크 웨스트(데드라이징), 누가 기자를 유약한 비전투원이라 헀나
앞서 살펴보았듯, 소위 ‘불편한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는 종종 위험에 빠지곤 합니다. 총칼 대신 카메라와 펜촉에 의지하다 보니 아무래도 유약하다는 인상도 강하죠. 실제로 게임에서 만나는 기자는 대부분 주인공이 지켜줘야 하는 민폐 캐릭터에요. 헌데 따지고 보면 기자라고 비전투원일 이유가 없거든요? 카메라가 얼마나 무거운데… 팔에 근육이 절로 붙습니다.
▲ 카메라로 사진이 아니라 머리를 찍어버릴 것 같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데드라이징’의 ‘프랭크 웨스트’는 특종을 찾아 폭동 현장에 나갔다가 갑작스레 좀비 떼거리에 휘말렸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포기하는 대신 팔을 걷어붙였죠.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휘둘러 녀석들의 머리를 깨고 내장을 뽑고, 가끔은 레슬링 기술까지 작렬합니다. 그가 처리한 좀비만 해도 수 천이 족히 넘는데, 취재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