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오'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다가오는 올해 2월 9일에 ‘니오’가 정식으로 발매된다. ‘니오’는 역사적인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요괴물스러운 일본 다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액션 RPG다. 플레이어는 금발 서양인 사무라이인 윌리엄 애덤스의 역할을 맡아서 숙적인 사악한 연금술사를 쫓아 전란에 휩싸인 일본열도를 가로지르는 모험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나 핫토리 한조 등 실제 역사에 존재한 인물들과 만나며, 전란을 틈타 세상을 횡행하는 흉악한 요괴들과도 맞서야 한다.
‘니오’는 일본풍 다크 판타지의 독특한 분위기를 훌륭히 드러내준다. 전란에 휩싸인 일본 전장과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오니와 텐구를 비롯한 다양한 일본 전통요괴들이 등장한다. 물론 카타나를 비롯해 나기나타나 쿠사리가마, 대조총 등 다양한 일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서양풍 판타지 분위기에 식상해진 이들에게 크게 이색적으로 다가올 만한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특색 넘치는 요소들로 무장한 ‘니오’는 대체 어떤 게임일까? ‘니오’의 정식발매를 얼마 앞둔 지금, 여태까지 공개된 ‘니오’의 정보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한다.
▲ '니오'에서는 금발 백인 사무라이가 되어 일본 요괴들을 사냥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오랜 기다림의 끝, 13년만의 발매
사실 ‘니오’가 처음 발표된 것은 PS3가 출시되기도 전인 2004년이었다. 당시에 코에이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미완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오니(Oni; 2006)’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게임 제작은 ‘진삼국무쌍’ 시리즈 제작으로 유명한 오메가 포스 팀이 담당하기로 예정됐고, 게임과 영화를 연계해 제작하겠다는 이 미디어믹스 프로젝트에는 도합 30억 엔(한화 약 306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투자되어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초기의 관심과는 달리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난황을 겪어야 했다. 2005년에 코에이는 이 프로젝트의 타이틀을 ‘니오’로 정하고 2005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서 첫 트레일러를 공개했지만, 돌연 영화와의 연계제작은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심지어 그 이후 2009년까지 ‘니오’에 대한 어떠한 추가적인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으로 ‘니오’의 제작은 중단될 줄로만 알고 있었다.
▲ 처음에 기획된 '니오'의 콘셉트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던 2010년 코에이는 도쿄게임쇼에서 다시 한 번 ‘니오’를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니오’는 이전까지 알려져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 사이 코에이테크모게임즈는 ‘니오’의 개발을 기존의 오메가 포스 팀에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와 ‘닌자 가이덴’ 시리즈 제작으로 유명한 팀 닌자에게로 인계시켰고 그에 따라서 ‘니오’도 처음부터 다시 제작된 것이다. 그리고 코에이테크모게임즈는 지난 2016년 4월 액션 RPG라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니오’의 알파 데모 버전을 공개했다.
이처럼 다사다난한 과정 끝에 2016년 9월에는 결국 베타 데모 버전까지 공개됐다. 베타 데모는 알파 데모에서 지적됐던 밸런스상 문제를 수정한 버전이었다. 다가오는 올해 2월 9일 정식으로 발매될 ‘니오’는 바로 이 베타 데모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13년만에 보게 될 ‘니오’의 특징들은 무엇일까?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일본적 다크 판타지의 구현, 특색 있는 스토리와 배경 설정
‘니오’의 스토리에서 센고쿠 시대의 역사적 배경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역사에 존재한 인물들이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윌리엄만 해도 실존인물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나 이시다 미츠나리 등 일본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 할 만한 유명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니오’를 플레이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 그 유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니오’에서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스토리 요소는 다크 판타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적 다크 판타지다. ‘위쳐’가 동유럽의 전설들을 바탕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낸 것처럼 ‘니오’는 일본의 신화와 민담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일본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냈다. 물론 이 세계는 음모와 악의로 가득 찬 어둡고 위험한 세계다.
▲ 다양한 종류의 일본 요괴들을 퇴치하는 것이 '니오'의 묘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니오’의 세계에는 언제고 사람을 잡아먹거나 홀릴 기회만 노리는 기괴한 요괴가 도처에 도사린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조로구모, 유키온나 등 여러 종류의 요괴들을 만나게 되고, 일본 요괴전설이 지닌 신비스럽고도 잔인한 매력 또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브루탈 사무라이 액션을 표방한다, ‘니오’만의 게임 시스템
2016년에 공개된 데모에서 ‘니오’는 ‘다크 소울’이나 ‘위쳐 3’ 등과 같은 최신 액션 RPG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도 제작을 맡은 팀 닌자는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처럼 ‘니오’도 ‘다크 소울’이나 ‘블러드 본’과 마찬가지로 피와 살이 튀기는 하드코어한 전투를 주요 재미로 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액션 RPG와의 여러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니오’는 자신만의 고유한 특색 또한 지니고 있다.
1. 기(Ki)
‘니오’의 기는 ‘다크 소울’의 스태미나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자원이다. 가만히 있으면 회복되지만, 뛰거나 회피, 막기, 공격 등의 행동을 취하면 소모된다. 그리고 기가 완전히 소모된 상태에서는 적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게 된다. 이 점은 다크 소울을 비롯한 여타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거기에 더해 기는 기의 맥(Ki Pulse)이라고 하는 액션에 의해서 회복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적을 공격하던 중 타이밍에 맞춰 기의 맥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타이밍이 맞았다면 공격에 사용된 기가 곧바로 회복된다. 즉 공격에 사용된 만큼의 스태미나를 바로 되찾는 셈이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전투 중 기의 맥박 타이밍을 재도록 하여 긴장감을 더해주는 동시에, 성공만 하면 되찾은 스태미나로 연속적인 공세를 이어나가 불리한 전황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 자세(Stance) 시스템
‘니오’가 전투에서 내세우는 특징적인 시스템이 바로 자세다. 자세는 상단, 중단, 하단의 세 종류가 있고 플레이어는 전투 중 상황에 따라 자세를 바꿀 수 있다.
▲ 각각의 자세는 공격, 방어, 속도에 영향을 준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각각의 자세는 공격, 방어, 그리고 속도에 영향을 준다. 상단 자세를 취하면 공격 속도는 느리게 변하지만, 한 번 한 번의 공격으로 가하는 피해의 양은 크게 상승한다. 반면 하단 자세를 취하면 방어가 상승하고 공격 속도가 증가하는 대신에 한 번의 공격으로 가하는 피해의 양이 줄어든다. 물론 중단 자세는 상단과 하단의 중간에 위치한 밸런스 자세다.
이러한 자세의 변경은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약한 적들을 상대할 때는 상단 자세를 취해 빠르게 적들을 제거함으로 자신에게 누적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보스를 상대할 때도 상단 자세만 사용하다가는 보스의 빠른 속도나 강한 파워에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제압 당할 수 있다. 적의 특성에 따라 자세를 바꿔가며 대응하는 플레이가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무기에 따라 자세마다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자세를 이용한 전술적으로 다채로운 전투방식은 ‘니오’의 전투 시스템만이 지닌 장점이다.
3. 수호령(Guardian Spirits)
‘니오’에는 주인공 윌리엄에게 깃들어 도움을 주는 여러 종류의 정령들이 존재한다. 동물 모습을 한 이 정령들은 수호령으로 불리며, 어떠한 수호령이 깃들었는지에 따라 윌리엄에게 각기 다른 여러 혜택들을 제공해준다.
▲ 동물 모습의 수호령은 무기에 깃들어 강력한 리빙 웨폰이 되어준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전투를 통해 윌리엄이 충분한 적을 쓰러뜨리면 수호령의 게이지가 점점 차며, 게이지가 전부 차면 리빙 웨폰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발동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리빙 웨폰을 발동하면 그 즉시 수호령은 윌리엄의 무기에 깃들어서 막강한 공격을 가능하게 해준다. 리빙 웨폰 발동으로 증가하는 피해 폭은 매우 크기 때문에 얼마나 리빙 웨폰의 종류와 사용 상황을 잘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상의 요소들은 ‘니오’에서 일본 사무라이 전투의 분위기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기는 신체적인 지구력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서의 정신적인 집중과 수양까지 보여준다. 자세는 전투 시스템에 검도의 자세와 기술을 도입하여 적의 특성에 맞춘 상성의 전투를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수호령은 영적인 존재들이 단지 사악한 요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수호령도 있다는 신토 분위기를 게임 시스템에도 반영해주고 있다. 이는 단지 배경 설정만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에서도 실제 역사와 일본 전통 판타지가 그럴 듯하게 결합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는 어떨까? 데모 평가
16년 9월에 공개된 ‘니오’ 데모는 전세계적으로 약 85,000장 가량 다운로드 되는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단지 다운로드 회수만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에 대한 소감은 어떨까?
‘니오’에 대한 해외 매체들의 평가는 꽤나 후한 편이다. 메타크리틱이나 IGN 등의 주요 매체들은 대체로 리뷰에서 10점 만점 기준으로 8점 후반에서 9점 사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특유의 전투 시스템, 그리고 일본적 다크 판타지라는 배경과 괴물 디자인, 실제 역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토리 등이 높은 점수의 이유였다.
반면 팀 닌자가 폴리곤 닷컴을 통해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알파 데모 때까지만 해도 일반 이용자들의 평가는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미대륙과 유럽의 이용자들은 ‘니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평가를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이용자들은 그래픽에 대해서만 후한 점수를 주었고 UI와 난이도에 있어서는 불만족한 경향이 있었다.
같은 해인 2016년 9월에 공개된 베타 데모는 이러한 알파 데모의 설문 결과를 반영해서 수정된 버전이었다. 팀 닌자는 베타 데모 제작에 있어 아시아권에서 문제로 지적된 난이도를 하향시키기 위해 UX를 개선해줄 트레이닝 스테이지를 추가했고, 적들의 인식반경이나 협공AI를 약화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수용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베타 데모의 설문 결과는 알파 데모 때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불만족/매우 불만족이 17%에 달하던 아시아권의 반응이 1%대로 떨어진 것이었다.
▲ 충실한 피드백 덕분에 베타 데모 버전의 평가는 세계적으로 크게 개선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충실한 피드백으로 호응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행보를 되돌아볼 때, ‘니오’의 정식 발매 버전 역시 베타 버전보다 진일보한 게임성을 문제없이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빠르고 치명적인 액션과 독특한 세계관을 원한다면
‘니오’는 분명 ‘다크 소울’ 시리즈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일본적 다크 판타지 세계관, 독특한 주인공과 스토리, 그리고 사무라이 전투를 구현한 고유 전투 시스템은 ‘니오’만의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한 다크 판타지 세계를 누비는 요괴 사냥꾼 사무라이 액션 ‘니오.’ 흔한 판타지 액션 RPG가 식상해졌다면 오는 2월 9일 ‘니오’의 정식 발매를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 일본적 다크 판타지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운 '니오'를 기대해보자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