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다 뜯어고친 '롤' 세계관, 찬반 엇갈린 이유는?
2017.04.06 20:28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2014년 시작된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의 결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지난 2014년, 명실상부한 국민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공지가 하나 올라왔다. 대대적으로 개정된 세계관인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를 준비 중이며, 앞으로 이 세계관이 반영된 다양한 소설과 만화,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라는 공지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2017년, 드디어 ‘유니버스’의 성과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바뀐 국가와 인물의 설정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여러 소설과 음악도 공개되는 중이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공개된 ‘유니버스’ 콘텐츠 질은 훌륭하다. 하지만 ‘유니버스’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반응은 아직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의 ‘리그 오브 레전드’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 이질적이라는 불만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면 허술했던 세계관을 괜찮게 고친 거 아니냐는 긍정도 있다. 세계관 개정이 공지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찬반이 갈리는 것이다.
▲ 최근 공개된 럭스와 가렌 소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유니버스’에 대한 호오가 심하게 나뉘는 이유는 그만큼 세계관 설정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설정만이 아니다. 세계관을 대하는 제작사의 태도까지 바뀌었다. 본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는 게임 내에서 보여줄 수 없는 설정은 없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여러 번 보여준 적 있었다. 이러한 실용주의적인 태도는 꽤나 완고해서, 기존에 연재하던 세계관 콘텐츠도 불필요한 설정이 늘었다는 이유로 연재를 중단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세계관에 대해서 그렇게 완고한 태도를 고수하던 라이엇게임즈가 돌연 세계관을 뜯어고친 것이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유니버스’에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일부 팬 층의 반대를 감수하면서까지 구태여 세계관을 뜯어고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올해 드디어 베일을 벗은 ‘유니버스’ 결과물은 어떻길래 아직도 논쟁을 낳고 있는 걸까?
게임 메커니즘 설명에만 집중했던 초기 세계관
▲ 초기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은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유니버스’가 없던 시절에도 세계관은 있었다. 다만 당시 세계관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었다. 초창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가상의 세 국가인 ‘데마시아’, ‘녹서스’, ‘아이오니아’가 국가대항 스포츠인 ‘정의의 리그’를 통해 국제분쟁을 해결한다는 독특한 줄거리로 진행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배경인 발로란 대륙은 강력한 마법을 지닌 국가들 사이의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있었다. 이에 각국은 전쟁 없이도 국제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 결과 고안된 것이 바로 ‘정의의 리그’였다. ‘정의의 리그’는 각국이 내보낸 대전사(代戰士) 팀끼리 겨루는 소규모 대리전으로, 여기서 승리한 국가는 국제분쟁에서 승소한 것으로 간주됐다. 국가간 전면전 대신 일종의 스포츠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정의의 리그’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우선 경기는 중립적인 마법사 집단 ‘전쟁학회’의 중재 하에 이루어진다. ‘전쟁학회’는 마법으로 ‘정의의 리그’가 벌어지는 가상의 전장을 만들고, 각국 대표팀의 실체화된 의식을 이곳으로 소환해준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정의의 리그’에서 치러지는 전투는 실제가 아닌 가상의 전투이므로, 선수가 싸우다 죽어도 실제 생명에 지장은 없다.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위키)
다만 선수는 자기 의식을 가상전장에 연결시켜줄 마법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주는 것이 바로 ‘넥서스’라는 마법적인 구조물이다. ‘넥서스’가 파괴되면 해당 팀은 전원 연결이 끊겨 가상전장에서 튕겨나가게 된다. ‘정의의 리그’ 승리 조건도 바로 적 ‘넥서스’를 파괴해 상대 팀 선수를 모두 퇴장시키는 것이다.
‘정의의 리그’가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보니, 각국은 뛰어난 전사나 마법사, 혹은 괴물을 자국선수로 영입하기 위해 애쓴다. 여기에 플레이어는 선수의 의식을 가상전장으로 전송시키고 통제하는 ‘전쟁학회’ 소속 마법사인 ‘소환사’ 역할을 맡는다.
이상의 설정은 플레이어가 왜 선수인 ‘챔피언’을 사야 하고, 왜 상대 팀과 싸워야 하며, 어떻게 ‘챔피언’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지 등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즉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은 플레이어가 게임 메커니즘에 흥미를 느끼고 납득하게 할 서사적 장치로 존재했다.
▲ '정의의 저널'은 진지하게 세계관을 다루기 보다는 흥미 위주의 각색이 주를 이루었다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위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은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의의 리그’를 제외하면 심하게 부실했다. 당시에도 세계관을 다룬 가상 저널인 ‘정의의 저널’, 그리고 짧은 소설 시리즈인 ‘리그의 시험’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다가올 게임 이벤트나 새 챔피언 소개를 흥미 위주로 각색해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정의의 저널’은 2011년 12월에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리그의 심판’도 2012년 3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왜 세계관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는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세계관은 게임 내에서 다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정의의 저널’이 연재 중단된 이유를 설명하며 ‘게임에 직접 연결된 설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게임 외적으로 존재하는 설정체계 대신, 실제 게임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설정만 다루겠다는 뜻이었다.
▲ 이용자 참여를 실제 게임과 세계관에 반영했던 '이오니아 대 녹서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몇 번의 이벤트를 통해 게임 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한 이벤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0년에 있었던 ‘아이오니아 대 녹서스’였다. 이 이벤트는 라이엇게임즈에서 선발한 10명의 플레이어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고, 그 결과를 게임상에 반영시킨 대회였다. 당시 대회에서는 승리한 것은 아이오니아 팀이었다.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추가된 아이템이 지금도 게임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이며, 일정기간 동안 라이엇 스토어에서는 아이오니아 출신 캐릭터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소소한 퀘스트나 이벤트를 통해서도 캐릭터의 특징이나 관계를 보여주고자 애썼다. 예컨대 ‘사냥 시작’은 적대관계에 있는 두 사냥꾼 챔피언인 카직스와 렝가가 상대 팀에 존재할 때 발생하는 이벤트다. 이벤트가 발생 시 카직스와 렝가는 특정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상대를 죽일 때 특별한 보상을 얻는다. 세 번까지 진화하며 강해지는 캐릭터 카직스는 렝가를 흡수해 특별히 네 번째 진화를 이룰 수 있다. 반면 렝가는 적을 죽일수록 강해지는 전용 아이템인 ‘뼈이빨 목걸이’가 ‘카직스의 머리’라는 훨씬 강한 아이템으로 바뀐다. 이와 같은 시도는 게임 내에 실제로 적용되는 효과를 통해 진영과 캐릭터의 스토리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의 이벤트도 실제로 일반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직접 즐기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아이오니아 대 녹서스’ 같은 대회는 선발된 선수만 직접 참가할 뿐,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그저 누구를 응원할지 정하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런가 하면 게임 내 퀘스트 및 이벤트는 성립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즉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내 스토리텔링은 본래 기획과는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하기 힘든 것뿐이었으며, 따라서 팬 층의 호응도 극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한계에 부딪친 ‘게임 내 스토리텔링’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내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힘든 AoS(혹은 MOBA;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라는 점이다. AoS는 실시간으로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해 싸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PVP를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AoS의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도 일반적으로 넓은 범위를 조망하면서 정신 없이 싸우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특성은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대전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캐릭터의 상세한 일면이나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거기에 더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 챔피언의 수도 문제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발매됐던 시즌 1 때만 해도 게임에 등장하는 챔피언 수는 고작 28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의 수는 시즌 1의 5배 가량인 134명까지 늘어났다. 이 수많은 챔피언의 이야기를 모두 게임 내 이벤트로 반영하기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이 바로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플레이가 무료인 대신 다양한 챔피언과 챔피언 스킨을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챔피언의 멋진 모습과 독특한 개성이다. 그런데 AoS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장르적 한계 탓에 설정을 게임 내에서 스토리텔링하기 힘들 뿐 아니라, 수많은 챔피언에게 하나씩 별도 이벤트를 만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캐릭터 스토리텔링은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게임인 셈이었다.
이에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내에서 시선을 끌 수 있는 개성적인 챔피언과 스킨을 만드는 데 더욱 큰 공을 들였지만, 때로는 너무 ‘특이함’에 신경 쓴 작위적인 결과물이 나와 팬 층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챔피언 ‘문도 박사’의 기술 중 하나인 ‘타오르는 고통’은 사용하면 주위로 불타는 구체가 회전하며 인근의 적을 불태운다. 그러나 거구의 미치광이 살인마인 ‘문도 박사’가 어떻게 자신을 불로 뒤덮을 수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심지어 개발자 앤디 호도 인터뷰에서 ‘타오르는 고통’이 ‘문도 박사’와는 테마상 맞지 않는 기술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게임 내 스토리텔링’을 완고하게 주장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효과적으로 게임 내에 캐릭터 성격과 스토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캐릭터 설정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결국 스토리텔링 위해 미디어믹스 선택한 ‘리그 오브 레전드’
그러던 2014년 9월, 라이엇게임즈는 ‘세계관은 게임 내에서 드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던 기존 태도를 완전히 바꾼 공지를 게시했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정의의 리그’ 설정에만 너무 매몰된 나머지 각 챔피언의 성격과 특징을 보여줄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라이엇게임즈는 앞으로는 세계관이 반드시 게임과 연결될 필요는 없으며, 이후 다른 매체로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을 확장시키겠다는 뜻까지 전했다.
이처럼 라이엇게임즈가 세계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기존 게임 내 스토리텔링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기존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설정은 게임에 실제로 반영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시켜왔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계속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힘들어지자, 이제 게임 외 매체를 통해 캐릭터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것이다.
실제로 2017년 3월 ‘리그 오브 레전드’ 디자인 디렉터 그렉 스트리트는 게임 전문지 폴리곤과의 인터뷰에서 블리자드의 FPS ‘오버워치’가 소설과 만화 등 게임 외적 매체를 통해 게임 캐릭터를 스토리텔링한 점을 크게 칭찬한 적 있다. FPS의 특성상 드러내지 못했던 캐릭터 개인의 성격과 일면을 심도 깊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 라이엇게임즈는 '유니버스'로 게임 스토리텔링 방식에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세계관을 중시하고 다른 매체로까지 스토리텔링 영역을 넓히겠다는 라이엇게임즈의 선언은 비단 말뿐이 아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유니버스’ 발족 이듬해인 2015년, 워해머 40K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 게임 개발자 겸 소설가로 참여했던 그레이엄 맥닐을 영입해 선임 작가로 삼아 화제가 됐다. 맥닐 영입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은 변화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으며, 2016년에는 ‘유니버스’라는 개정된 세계관의 초안과 몇몇 소설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 세계관이 자세해짐에 따라 각 지역에 따른 환경, 토착종 등의 설정도 다양해졌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과거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에는 매번 새 챔피언이 나올 때마다 근시안적으로 짰던 설정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니버스’는 앞으로 나오는 새 설정들이 일정한 틀 속에서 기존 요소들과 연계성을 갖추고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잡아주었다. 우선 기존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확실치 않았던 세계관 속 여러 지역들을 12개 권역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또한 모든 챔피언도 12개 지역 출신으로 나뉘어 서로 은원관계가 연관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의 많은 설정들이 전보다 확실한 개성을 갖게 되었으며, 챔피언의 성격, 동기, 행동방식도 개연성을 갖게 되었다.
▲ 바뀐 세계관으로 인해 챔피언들 사이의 은원관계도 보다 입체적으로 변모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최근 공개된 ‘유니버스’의 소설, 아트, 오디오도 모두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덕분에 새로운 콘텐츠는 전에 비해 훨씬 완성도 높은 품질을 지닐 뿐 아니라, 통일된 주제의식과 분위기를 지닌다. 어느 때보다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는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해졌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환기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너무 큰 변화, 그 뒤에 남아있는 문제
하지만 대대적인 세계관 개정은 많은 문제를 동반했다. 기존 팬 층이 알고 있던 게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세계관 구축 작가 팀’은 기존의 여러 흩어진 설정을 한 데 모아 엮던 중 일부 설정을 수정하거나 폐기했는데, 그 결과 어떤 챔피언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늑대인간 챔피언인 워윅은 본래 저주를 받은 잔인한 사냥꾼이었다는 설정이었지만, 이제는 뛰어난 연금술사 출신이었던 인물로 과거가 뒤바뀌고 말았다. 이러한 설정 변화는 전체 세계관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오랫동안 확립되어온 캐릭터성이 뒤집어진 데 대한 팬 층의 혼란과 불만은 타당한 반응이다.
▲ 늑대인간 챔피언 워윅은 캐릭터성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또한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단순하고 가벼운 세계관이 특유의 명랑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새로 투입된 ‘세계관 구축 작가 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를 ‘워해머 40K’ 스타일의 어둡고 잔인한 세계로 바꿔놓았다. 정의롭고 선했던 국가 데마시아는 이제 마법을 혐오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과 거짓도 서슴지 않는 전체주의적 국가로 변모했다. ‘유니버스’에 공개된 소설은 대부분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거기에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정의의 리그’ 설정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는 ‘정의의 리그’ 설정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정의의 리그’ 설정이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실제로 최근에 나온 새로운 챔피언들은 과거와 달리 대부분 ‘정의의 리그’에 선수로 참가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스토리가 없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아예 선수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많은 팬은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이 ‘정의의 리그’를 비롯한 옛날 정체성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하고 있다.
분명 ‘유니버스’ 출범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보다 짜임새 있고 통일성을 갖춘 세계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보다 훨씬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챔피언들도 등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연 달라진 ‘리그 오브 레전드’는 많은 팬들이 좋아했고, 또 계속 보기를 바라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습일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