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넥슨은 '부분유료화 폐해' 지적할 자격 없다
2017.04.10 18:0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넥슨코리아 정상원 부사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국내 온라인게임 붐과 부분유료화 수익모델을 일궈낸 1세대 온라인게임 개발자 넥슨코리아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이 현재 국내 게임산업 위기의 원인을 온라인게임과 부분유료화라고 지적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6일, 국내 미디어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현재 국내게임업계의) 비극의 시작은 온라인게임이 잘 된 것입니다” 라고 발언했다. 엔딩(끝)이 없는 게임인 온라인게임에서 사업적 모델인 부분유료화를 과용하며 게임 자체보다 서비스에만 열중하는 현재의 세태가 빚어졌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맞는 말이다. 20년간 온라인게임에 매진해 온 입장에서 다양한 고뇌 끝에 나온 솔직담백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그러나 이 말이 다른 회사도 아닌 넥슨에서, 특히 넥슨 창업 초기부터 받쳐 왔던 최고 수뇌부에서 나왔다는 부분이 실소를 자아낸다.
넥슨의 작년 매출은 한화 1조 9,358억원 상당이다. 이 중 모바일게임 매출은 23% 수준인 4,581억원이며, 이를 뺀 나머지 매출의 대부분이 온라인게임에서 발생했다. 20년이 넘는 넥슨 역사에서 모바일 매출이 발생한 것이 극히 최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넥슨=온라인게임사'라는 공식은 절대적이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피파 온라인 3', '서든어택' 등 다양한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을 뒷받침삼아 여기까지 성장해 온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에 불어닥친 개발부진의 원인이 온라인게임과 부분유료화가 몰고 온 재앙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이에 대해 정 부사장은 자사 내부에서 개발·시도하고 있는 콘솔 스타일의 패키지 게임들을 예로 들며 게임의 본질에 대해 모험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상원 부사장은 ‘지스타 2016’에서 네오플이 개발 중이던 모바일 신작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를 수익을 고려치 않은 인디게임이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배경을 알고 보면 부분유료화 모델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넥슨이 몇 개 안 되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앞세워 혁신을 선도하는 개발사로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모양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말을 한 정 부사장 개인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앞뒤가 더욱 맞지 않는다. 정 부사장은 1996년 벤처기업이던 넥슨에 입사해 '바람의 나라' 내부 콘텐츠 기획을 시작으로 '어둠의 전설', '일랜시아', '아스가르드' 등의 넥슨 초기 작품에 관여해 온 인물이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넥슨 대표를 지내던 시절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카트라이더',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등 현재도 넥슨의 주력 수익원이 되고 있는 작품들을 대량 런칭해 현재 넥슨의 토대를 닦았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로 국내 온라인게임의 장을 연 것이 송재경이라면, 그 꽃을 피운 사람은 정상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정상원 부사장이 게임업계에 남긴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부분유료화 모델 도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이러니한 발언이다.
정 부사장은 1999년, 당시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던 넥슨 자회사 엠플레이를 통해 국내 최초의 온라인 캐주얼 게임이라 불리는 '퀴즈퀴즈'를 런칭했다. '퀴즈퀴즈'는 초기에 당시 온라인게임의 일반적인 수익 모델이었던 월 정액제를 채택했으나,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실패 일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도입한 무료화+캐쉬아이템의 부분유료화 모델이 호평을 받으며 온라인게임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후 부분유료화 방식은 온라인게임의 주요 사업모델로 자리잡았고, 이후 모바일까지 그 영향력이 그대로 이어졌다. 모바일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확률형 아이템 역시 부분유료화 방식의 발전형으로, 극악한 확률과 지나친 과금 유도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며 ‘확률 공개’를 법적으로 명시한 법안이 3개나 발의되는 현재의 사태를 낳았다.
정 부사장의 말대로 온라인게임과 그 서비스방식(부분유료화)이 게임산업 위기를 가져왔다면, 이를 도입하고 확산시킨 본인과 넥슨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게임과 부분유료화로 성공을 거둔 넥슨과 정상원이 과거를 잊고 이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