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아닌 문학이다, 나를 찾는 여행 ‘사이베리아 3’
2017.04.11 18:25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머나먼 동토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사이베리아 3'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답답하고 틀에 박힌 일상을 떠나, 신비한 설원으로 매머드를 찾아 떠나는 몽환적인 모험... 프랑스 게임제작사 마이크로이즈의 ‘사이베리아’는 이처럼 독특한 줄거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해낸 아트와 애잔한 음악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다. ‘사이베리아’는 2002년 출시된 첫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끈 이래, 2004년에는 후속작 ‘사이베리아 2’로 한층 깊은 감동을 선사해 두터운 팬 층을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시리즈는 한동안 제작이 중단되었다. 개발사 내부 사정으로 출시가 지연된 것이다.
그러한 ‘사이베리아’ 시리즈의 최신작, ‘사이베리아 3’가 드디어 오는 4월 21일에 발매된다. 무려 13년 만에 이어지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렇게나 오랜 준비 기간 덕분인지 이번 ‘사이베리아 3’은 전보다 훨씬 뛰어난 아트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스토리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며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깊은 감동의 서사를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국내에는 정식 한글화 버전까지 출시된다고 하니, 언어의 장벽도 ‘사이베리아’를 향한 여정은 막을 수 없다. 이처럼 긴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나타난 ‘사이베리아 3’, 과연 이번에도 예전 같은 감동을 기대해도 좋을까?
더 이상 남의 꿈이 아닌, 주인공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사이베리아’ 시리즈는 이야기는 뉴욕의 젊은 여성 변호사 케이트 워커를 주인공으로 진행된다. ‘사이베리아 1’에서 케이트는 고용주인 미국 장난감 기업을 대신하여 프랑스 산골의 한 전통 시계태엽(Clockwork) 인형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출발했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해 서류를 점검하던 그는 사실 이 회사의 마지막 상속자인 정신이상자 ‘한스 포어아를베르크’가 아직도 살아있으며, 심지어 “매머드를 찾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꿈을 쫓아 러시아의 동토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한스를 찾아 회사 인수에 필요한 서명을 받기 위해 떠난 여행 중, 케이트는 내면에 자기 자신도 몰랐던 열정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음을 느낀다. 한스를 찾는 여행 중 케이트는 지금까지 무의미하게 살아온 속물적인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며, 점점 여행 자체에서 기묘한 해방감, 그리고 먼 곳을 향해 떠나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힌다. 결국 한스를 찾은 케이트는 본래 목적을 버린 채 매머드를 찾아 신비로운 동토의 섬인 ‘사이베리아’로 떠나는 모험에 동참했다. 그 다음 작품인 ‘사이베리아 2’에서 케이트와 한스는 온갖 역경을 뚫고 결국 살아있는 진짜 매머드와 만나게 된다.
▲ 전작에서는 살아있는 매머드를 찾는 여정이 주된 줄거리였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이처럼 ‘사이베리아’ 시리즈는 주인공인 케이트가 한스의 모험에 동참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이 게임에서 정말 주체적인 인물은 주인공 케이트가 아닌 한스였다. 애초에 매머드를 찾는다는 목적도 그의 꿈이고, ‘사이베리아’로 떠나는 모험을 이끄는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사실 케이트는 노쇠한 한스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대신 움직여주는 역할에 가까웠다. 비록 한스와의 여행으로 큰 내적 변화를 겪었다 한들, 정작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셈이다. 이처럼 주인공 자신의 미래와 결심에 대한 이야기 없이 끝나버린 ‘사이베리아 2’ 결말은 어딘가 미완으로 끝난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 문명을 등지고 모험을 추구한 케이트는 정신병자 취급까지 받게 된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하지만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사이베리아 3’에서는, 주인공 ‘케이트’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이베리아 2’에서 한스가 매머드들과 함께 떠나버린 뒤, 홀로 남은 케이트는 전작에 잠시 등장했던 ‘유콜’ 부족과 동행하게 된다. ‘유콜’ 부족과 함께 하며 기묘한 전통의식을 치른 그는 점점 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깨닫는다. 그러나 케이트가 여행을 떠나며 연락을 끊어버린 회사, 친구, 가족은 여전히 그를 예전 삶으로 되돌리기 위해 쫓아온다. 이처럼 ‘사이베리아 3’의 이야기는 전작과 달리 주인공 케이트에 집중한,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퍼즐과 드라마로 풀어가는 잔잔한 분위기의 게임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답게 ‘사이베리아’ 시리즈에는 전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게임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퍼즐,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러한 특징은 ‘사이베리아 3’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도 게임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어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단서는 때로는 버튼을 찾아 누르는 정도로 간단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여러 아이템을 수집해 맞춰야 하며, 음향 효과를 통해 해답을 유추하기도 한다.
‘사이베리아 3’가 퍼즐 위주로 진행된다고 너무 긴장감 없고 지루한 게임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이베리아 3’은 시리즈 최초로 실시간 3D 퍼즐을 지원한다. 덕분에 시간제한 없이 풀 수 있는 2D 퍼즐과는 달리, 훨씬 입체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 전반적인 게임 진행은 퍼즐과 드라마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거기에 더해 마이크로이즈는 플레이어가 퍼즐 난이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도록 세 개의 게임 난이도를 나누어놓았다. 이전 ‘사이베리아’ 시리즈는 어떠한 단서도 없는 퍼즐 탓에 많은 플레이어가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었다. 이에 ‘사이베리아 3’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한 게임 난이도에 따라 퍼즐에 힌트가 주어진다. 덕분에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쉽게 드라마만 보고 싶은 사람과, 복잡하고 숨겨진 퍼즐을 푸는 데 익숙한 코어 플레이어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울리는 깊고 서정적인 아트와 음악
‘사이베리아’ 시리즈에서 가장 훌륭한 장점으로 꼽히는 요소는 바로 독특하고도 서정적인 아트와 음악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이베리아 3’의 아트와 음악은 건재한 수준을 넘어 예술적인 깊이를 더했다.
▲ 베노아 소칼의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심상으로 구축된 '사이베리아'의 세계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사이베리아 3’의 아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이베리아’ 시리즈 제작을 직접 이끌어온 만화가 겸 게임 제작자인 베노아 소칼(Benoit Sokal)이 담당했다. 베노아 소칼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해온 인물로, 아름답고 독창적인 심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묘사해낸 표현력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소칼의 특징은 이번 ‘사이베리아 3’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 뛰어난 3D 그래픽 덕분에 전작보다 더욱 서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덕분에 ‘사이베리아 3’가 다양한 환경을 감수성 짙고 환상적인 색채로 묘사해냈다. 안개가 흐르는 신비로운 설원, 조용한 해안가 절벽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정신병원, 아침 햇살이 비추는 모두가 떠난 텅 빈 도시 등… ‘사이베리아 3’이 담아낸 쓸쓸하지만 낭만적인 세상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깊이 빠지게 된다. 거기에 전작보다 향상된 풀 3D 그래픽은 인상적인 아트 디자인에서 한층 더 생동감이 느껴지게 해준다.
▲ 버려진 도시의 지하터널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게임에 대한 깊은 몰입을 도왔던 훌륭한 음악도 여전하다. 시리즈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이던 음악은 ‘사이베리아 3’에서 더욱 깊고 풍부한 음색으로 돌아왔으며, 그로 인해 한층 더 감동적인 체험을 도와준다. ‘사이베리아 3’의 음악은 전작인 ‘사이베리아 2’와 마찬가지로 유명 게임 음악가 이논 주르(Inon Zur)가 담당했다. 이논 주르는 ‘페르시아의 왕자’,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폴아웃 3’ 등 여러 게임 음악을 제작해왔으며, 국내에서는 ‘리니지 2’ 음악을 제작해 유명세를 얻은 바 있다. 이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이논 주르 특유의 음악은 ‘사이베리아 3’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층 깊이 몰입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