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패륜과 배신, 드라마같이 자극적 세계관 '세븐나이츠'
2017.06.01 19:55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모바일게임으로는 특이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둔 '세븐나이츠' 세계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모바일게임은 어디서나 쉽고 간단히 즐길 수 있지만 깊게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 탓에 한때는 많은 모바일게임이 굳이 세계관과 스토리에는 비중을 두지 않고 게임성에만 치중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렇기에 플레이 하면서도 왜 동료를 모으고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고, ‘모바일게임에서는 스토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모바일게임의 약점이라고 여겨지던 세계관과 스토리를 개발해 주목을 받은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넷마블의 ‘세븐나이츠’다. 실제로 ‘세븐나이츠’의 설정은 아트북, 피규어, TC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는 등, 모바일게임 치고는 유달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MMORPG까지 제작할 예정이라니, 확실히 다른 모바일게임과는 차별화될 정도로 큰 성과를 이룬 셈이다.
▲ 현대백화점에 브랜드스토어까지 오픈했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세븐나이츠’가 다른 모바일게임과는 달리 세계관과 스토리를 내세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특징으로는 아마 ‘자극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븐나이츠'는 동서양이 제멋대로 뒤섞인 이국적인 세계관, 그리고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이에 벌어지는 극단적인 드라마를 내세웠다. 즉 깊이나 짜임새 보다는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동서양이 뒤섞인 혼성적 세계, 첫 눈에 시선을 끈다
모바일게임인 만큼 ‘세븐나이츠’는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인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이브리드’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조금이라도 괜찮아 요소는 전부 얕고 넓게 끌어와 만든 '없는 게 없는' 세계다.
▲ 지금의 '세븐나이츠' 세계를 만든 '파괴의 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세븐나이츠’ 세계관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조각난 상태에서 시작한다. ‘가이아’라는 이 세계는 본디 하나였지만, 어느 순간 ‘파괴의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 12 조각으로 찢기고 말았다. 이러한 설정은 게임 시작 영상과 지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게임 지도에 보이는 ‘가이아’는 마치 꿰매놓은 것처럼 서로 상이한 기후와 지리가 불연속적으로 붙어있다. 바로 ‘파괴의 신’에게 한 번 찢겨진 세계의 조각들이 다시 한 번 이어 붙여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원래 다른 지역이었던 땅들이 한 번 조각났다 다시 붙었다는 설정대로, ‘세븐나이츠’ 세계관은 동서양을 막론한 여러 문화요소들이 제멋대로 뒤섞여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가이아’의 조각 중 7개는 서쪽 바다에서 뭉친 결과 ‘아스드’ 대륙을 이루었다. 하나로 뭉치기는 했지만 ‘아스드’ 대륙은 여전히 누더기 같은 모습이다. 이 땅에는 몽환적인 숲과 불타는 지옥, 울창한 밀림, 얼어붙은 동토가 제멋대로 이어지며 나타난다.
▲ 여러 기후의 땅들이 불연속적으로 붙어있는 '아스드'와 '아이사' 대륙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 보니 ‘아스드’의 거주민도 독특하고 이색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작열하는 ‘화염의 사막’에는 오리엔트의 오달리스크를 연상시키는 ‘삼미호’와 ‘엘프’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도시국가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가 하면 황량한 ‘침묵의 광산’에서는 지하갱도 아래 거친 괴물들이 모여 서로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세븐나이츠’의 세계에는 온갖 문화적 모티프가 뒤섞인 채 존재한다.
동쪽의 땅이 뭉친 ‘아이사’ 대륙은 조금 더 통일성 있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여러 요소가 혼합되기는 마찬가지다. 만리장성을 연상시키는 ‘끝없는 성벽’, 삼국지 영웅들이 사는 ‘붉은 협곡’, 손오공이 사는 ‘신선의 봉우리’ 등, 동양 판타지의 총체적 크로스오버라는 느낌이다.
이처럼 ‘세븐나이츠’ 세계관은 온갖 흥미요소를 혼합시킨 ‘칵테일’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넷마블넥서스 배봉건 대표는 과거 ‘세븐나이츠’ 아트워크 방향성에 대해 인터뷰할 당시 “여러 콘셉을 녹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즉 한 가지 콘셉트에 치중하는 대신 여러 콘셉트를 얕고 넓게 차용하여 혼합시킨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인 셈이다.
▲ '세븐나이츠' 세계관은 온갖 국적불명의 캐릭터가 난무하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막장드라마 뺨치는 자극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캐릭터와 스토리도 세계관 못지않게 자극적이다. ‘세븐나이츠’ 스토리는 선악이 불분명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막장드라마로 이루어진다.
▲ 어머니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는 '세븐나이츠'의 일원 '스파이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세븐나이츠’ 스토리는 ‘파괴의 신’이 남긴 궁극의 힘을 중심소재로 전개된다. 스토리상 세계를 12조각으로 나눈 ‘파괴의 신’은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힘을 12개 조각으로 나누어 지상으로 보낸 후 자취를 감춘다. 이 중 7개는 조각난 땅들이 뭉친 서쪽의 대륙인 ‘아스드’로, 나머지 5개는 동쪽의 대륙인 ‘아이사’로 향했다. 힘의 조각들은 각각 한 명씩의 인간들을 선택해 깃들어 초인적인 힘을 부여했지만, 대신 숙주에게 증오와 분노 등 파괴적인 감정을 충동질했다.
▲ '세븐나이츠'의 핵심 소재인 '파괴의 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중 서쪽의 일곱 영지에 떨어진 조각에게 선택된 사람이 바로 ‘세븐나이츠’다. 즉 근본 자체가 어둡고 파괴적인 충동을 지닌 초인이 주요 캐릭터다. 처음에는 ‘세븐나이츠’도 자신이 지닌 힘을 통제해 왕국의 수호자나 통치자가 되는 등, ‘파멸의 힘’을 선한 목적에 쓰고자 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너무 강한 힘과 파괴적인 충동으로 인해 서로 대립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고, 결국 ‘세븐나이츠’들 사이에는 전쟁 발발의 위기가 팽배해진다.
▲ '세븐나이츠'는 '파괴의 힘'의 충동으로 서로간에 싸움을 벌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게임 초반부에는 ‘에반’이라는 모험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에반’은 스스로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실은 여신 ‘엘레나’의 선택을 받아 ‘세븐나이츠’ 사이에 벌어질 불화를 막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될 운명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이처럼 ‘에반’이 모험에 나서 ‘세븐나이츠’들 사이의 불화를 막고 세상에 질서를 찾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초반 스토리가 끝나자마자 스토리는 급속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 초반 스토리는 '세븐나이츠'를 도울 사명을 타고 난 '에반'을 주인공으로 진행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에반’은 ‘세븐나이츠’를 화해시키고 공동의 적인 흑기사 ‘델론즈’의 음모를 폭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사실 ‘델론즈’의 목적은 12개의 ‘파괴의 조각’을 모두 모아서 ‘파괴의 신’을 재림시키는 것이고, 이 의식에는 ‘에반’의 연인이자 고대인의 후예인 ‘카린’이 필요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븐나이츠’는 주저 없이 ‘카린’을 죽이고자 한다. 즉 ‘세븐나이츠’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헌신한 용사를 배신한 셈이다.
하지만 ‘에반’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그는 연인을 구하고자 지금까지 받들었던 ‘세븐나이츠’를 대적한다. 그러나 ‘에반’과 ‘세븐나이츠’가 싸우는 사이 ‘카린’은 악의 조직인 ‘다크나이츠’가 납치해간다. 그에 따라 캐릭터들은 ‘에반’과 ‘세븐나이츠’ 편이 나뉘어 서로 배신하거나 대립하게 된다.
▲ 스토리가 진행되며 '카린'을 둘러싼 캐릭터들의 대립도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지금까지 주인공급으로 나왔던 캐릭터들이 서로 대립하게 된 만큼, 이후 스토리에서는 아예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치고 박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게임 후반부에는 아예 ‘세븐나이츠’의 입장에서 보스로 등장한 ‘에반’과 싸우는 스테이지까지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스토리에서는 아트북 표지 모델이기도 한 ‘세븐나이츠’ 일원 ‘레이첼’이 ‘에반’ 측 인물과 전투 중 불타 죽는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극단적인 대립구도로 흐르는 중이다.
이처럼 ‘세븐나이츠’의 스토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외관과는 달리 도덕적으로 모호하고 자극적인 스토리를 내세웠다. 예쁜 캐릭터들이 벌이는 첨예한 대립의 드라마는 유저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다.
▲ 주인공 '에반'의 동맹 '갤리두스'와 싸우다 불타 죽을 위기에 처한 '레이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세계관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또한 자극성에 치중하다 보니 개연성과 깊이에 있어서는 취약한 면이 많다. ‘레이첼’이 죽자 뜬금없이 시간의 마법사 ‘바네사’가 나타나 ‘레이첼’을 살린다거나, 지금까지 복선도 하나 없다가 ‘카린’이 갑자기 고대인의 후예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의 전개는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렇듯 자극성만 극단적으로 강조한 스토리는 사뭇 B급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의 맛이 난다.
▲ 뜬금 없이 나타난 시간여행자 '바네사'가 '레이첼'을 구해주는 등, 개연성은 크게 떨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얕은 깊이와 개연성은 약점, 모바일 바깥에서는 성공 힘들 듯
‘세븐나이츠’는 오래 깊이 즐기기 힘들다는 모바일게임의 특성을 감안해, 아예 세계관과 스토리도 깊이보다는 신선함과 자극성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관심을 깊고 파보면 곧 아쉬운 점이 조금씩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물론 모바일게임으로 간단히 즐기는 ‘세븐나이츠’에서는 깊이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넷마블이 ‘세븐나이츠’ 지식재산권을 전방위로 확대 중인 점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넷마블은 지난 1월 18일에는 ‘세븐나이츠 MMORPG’를 발표했으며, 그 외도 다양한 지식재산권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관 전반에 대한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언급된 바가 없다.
분명 ‘세븐나이츠’는 자극적인 소재들로 이루어진 세계관과 스토리로 모바일에서 유저들의 시선을 끄는 데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모바일을 벗어나면 지금의 얕고 넓은 세계관으로 얼마나 신선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국내 게임 대기업인 넷마블이 주력하는 지식재산권 중 하나인 만큼, 모바일을 떠난 ‘세븐나이츠’의 세계관이 과연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올해 공개된 '세븐나이츠 MMORPG', 과연 세계관 '깊이'도 개선될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