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스타크래프트 독자적 세계관, 시작은 '모방'이었다
2017.07.14 12:03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최근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게임을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PC방 확산과 e스포츠 전성기 여는데 큰 기여를 했던 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해서, 최근에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한정판은 순식간에 매진됐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지닌 위상은 대단하다.
이처럼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대단했던 이유는 단연 배틀넷을 통한 빠른 멀티플레이 기능이 꼽힌다. 하지만 배틀넷 외에도 ‘스타크래프트’ 인기를 끌어올린 한 가지 특징이 더 있으니, 바로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의 치열한 우주전쟁을 다룬 흥미로운 세계관이다. 실제로 많은 팬이 ‘스타크래프트’ 소설, 만화, 보드게임, 피규어 등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니, 이제 ‘스타크래프트’는 세계관 자체로도 하나의 가치 있는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하지만 사실 ‘E3 1996’에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스타크래프트’가 지금처럼 완성도 높은 세계관의 게임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다. 당시에만 해도 '스타크래프트'는 ‘우주로 간 워크래프트 2’ 취급을 받았고, 세계관도 식상 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혹독했던 E3 관람객 반응에 충격받은 블리자드가 개발진 다수를 ‘디아블로’ 팀으로 돌린 나머지, 제작이 불투명해진 적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전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한 걸까? 그 답은 다양한 SF 작품을 참고해 얻은 영감 덕분일 것이다. 'E3 1996'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이후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은 물론이고 세계관 측면에서 많은 수정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검증된 고전 SF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단지 모방만 한 것이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차용한 소재들을 오랜 세월 동안 치밀하게 재해석하고, 세밀하게 연출하여, 오늘날에는 바탕이 된 작품보다 더 그럴싸한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여러 ‘고전’을 참고해 개선한 덕분에 지금의 세계관을 구축해낸 셈이다.
"우주로 간 워크래프트 2네요?" E3에서 외면 받았던 ‘스타크래프트’의 과거
▲ E3 1996에 소개된 '스타크래프트' 첫 모습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E3 1996’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스타크래프트’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었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테크니컬 디렉터 밥 피치에 따르면, 초기 '스타크래프트' 구상은 정말로 '우주 배경 워크래프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 '스타크래프트'는 1995년 작품 ‘워크래프트 2’ 엔진을 그대로 썼고, 세계관도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다. 그 첫 세계관은 ‘워크래프트’ 2 CD에 동봉된 ‘스타크래프트’ 티저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티저 영상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 배경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고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른 29세기였다. 인류는 이미 10여 개가 넘는 행성을 확보하고 은하문명을 구축했지만, 곧 각 행성 정부가 분열되어 느슨한 테란 연합을 이루었다. 불가사의한 종족 프로토스는 먼 곳에서 이러한 인류를 지켜보고 멸시했지만 접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계에서 흉포한 생체병기 저그가 나타나 프로토스 운명은 경각에 달했고, 인류가 이들 사이의 분쟁에 휘말린다는 내용이었다.
▲ '워크래프트 2'에 동봉된 '스타크래프트' 첫 티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러나 ‘E3 1996’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게임 자체도 ‘워크래프트 2’와 다를 것이 없었는데, 세계관으로도 별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이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E3 반응에 충격을 받은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개발인력을 조금씩 ‘디아블로’로 옮겼다. 한동안 팀에는 피치를 비롯한 소수 인원만 남았는데, 사실상 ‘스타크래프트’ 프로젝트가 중간에 취소되어버릴 수도 있던 셈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 각별한 애정이 있던 피치는 게임 엔진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유지시켰다. 그렇게 새로운 엔진으로 프로토타입 버전을 다시 만든 후에 ‘스타크래프트’ 프로젝트는 비로소 재개될 수 있었다.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엔진뿐만 아니라 세계관도 수정했다. ‘워크래프트 2’와 비슷하다는 E3 비판을 만회하기 위해, 세계관도 확실히 SF 풍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논의 끝에 구상된 것이 바로 오늘날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의 기틀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E3에서 받은 냉대가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프랜차이즈를 있게 해준 셈이다.
▲ 위기에 처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지켜낸 테크니컬 디렉터 밥 피치
(사진출처: 공식 블로그)
▲ 1997년 새로운 엔진으로 다시 제작된 '스타크래프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블리자드 첫 SF 세계관, 다른 작품들에서 많은 영감 얻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스타크래프트’는 ‘우주 워크래프트 2’가 아닌 독자적인 SF RTS로 탈바꿈했다. 새 엔진 덕에 게임 자체는 빠른 속도로 원활히 개발됐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었으니, 사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이전에 SF게임 세계관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블리자드도 ‘섀터드 네이션즈’ 등의 SF게임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섀터드 네이션즈’를 비롯한 SF게임 프로젝트는 모두 중간에 취소되어 실제 완성했던 작품은 없었다. 지금까지 판타지 세계관만 만들었던 블리자드에게 SF 세계관 제작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초기 ‘스타크래프트’는 다른 SF작품을 모방해서 약간 개성을 더한 정도의 세계관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단순히 베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차용한 설정들을 조금씩 재해석하는 창의성을 발휘했다. 이러한 소재 차용과 재해석 과정은 종족 설정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 '스타쉽 트루퍼스'의 '테란 연방' 상징 (좌), '스타크래프트'의 '지구 집정 연합' 상징 (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사실 처음에 테란은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느슨한 연합체라는 설정이었다. 이 설정은 아마도 1959년 출간된 로버트 하인리히 SF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테란 연방(Terran federation)’이라는 기구가 존재하고, 연방행성에서 차출한 우주 해병대를 파견해 외계 침략자에 맞서는 등 테란을 연상시키는 많은 소재가 등장한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아트 디자인을 맡은 샘 ‘샘와이즈’ 디디에는 테란에 변두리 행성으로 진출한 ‘거친 개척민’ 이미지를 부여하고 싶어했다. 그의 열정적인 제안으로 이내 테란에는 갱단, 죄수 같은 불법적 성격이 추가됐다. 디디에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빌리자면 '깔끔한 은하 연방과는 반대되는 길거리 갱단과 죄수들의 조직(Where you’re used to seeing all these polished Galactic Federations, we did the opposite: the street gangs, the prisoners)'이 된 셈이다.
결국 테란은 호주 개척선단처럼, 지구에서 새 식민지 개척을 위해 보낸 죄수 노동자 출신 설정으로 변경됐다. 죄수 노동자들을 태운 개척선단이 기기고장으로 우주에서 표류하다가 궤도를 이탈했고, 간신히 불시착한 ‘코프룰루 섹터’에서 새로운 디스토피아적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 바로 테란이라는 것이다. 천성이 악랄한 범죄자이기 때문인지 테란은 개척 초기부터 폭력과 약물로 약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며, 군벌과 갱단이 사회 핵심부를 이루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렇기에 초기 테란 유닛 디자인은 어딘가 광기어리고 결함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예를 들어서 ‘유령’은 기계장치 이식, 유전자 조작, 약물 세뇌를 받았다는 설정이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기괴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유령’ 손가락은 여섯 개라는 등의 굉장히 세부적인 설정을 여럿 구상했던 점이다. 이 다지증 설정은 정식 발매 버전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스타크래프트' 공식 매뉴얼에 수록된 원화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 2'에 이르러서는 '유령' 디자인이 완전히 수정됨에 따라 다지증 설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그런가 하면 저그는 이름도 몇 번 바뀌는 해프닝이 있었다. 첫 공개 당시 저그는 ‘악몽 같은 침략자(Nightmarish Invaders)’로 소개됐다. 이 가칭 같던 이름은 곧 ‘저그(Zurg)’로 바뀌었는데, 이마저도 한 번 더 바뀌어야 할 일이 생겼다. 1995년 픽사가 낸 만화영화 ‘토이 스토리’에 ‘저그 황제’라는 악당이 언급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생길 수 있는 저작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블리자드는 이 종족의 이름을 철자만 바꾼 ‘저그(Zerg)’로 바꾸었고, 이 이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그 종족 콘셉트는 초기부터 명확했다. 저그는 생물학적 병기이자, 많은 머릿수로 적을 압도하는 침략자 종족이었다. 다른 종족을 감염시키는 점, 곤충을 연상시키는 외모도 처음부터 있던 특징이다. 다만 이러한 여러 특징은 다른 SF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특히 1959년 출간된 SF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와 1979년에 나온 영화 ‘에일리언’, 그리고 미니어처게임 ‘워해머 40K’ 등이다.
이 중에서 ‘에일리언’은 ‘스타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드러난다. ‘스타크래프트’ 데모 버전 ‘프리큐저(Precursor)’ 캠페인 임무에서 테란 병사들은 저그를 ‘제노모프(Xenomorph)’라고 부르는데, 이 ‘제노모프’란 사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외계괴물을 부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 직접 ‘에일리언’을 오마주한 셈이다. 실제로 ‘제노모프’는 외양은 물론, 사로잡은 숙주 유전자를 바탕으로 태어나는 점, 알에서 나온 유충이 변태를 통해 더 강한 개체가 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 '에일리언'의 '제노모프' (좌), '워해머 40K'의 '티라니드' (중앙), '스타크래프트'의 '히드라리스크' (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프로토스도 다른 SF 작품에서 많은 참고를 한 설정이다. 블리자드는 프로토스 콘셉트를 ‘그레이 외계인을 2.5M 키 근육질 체구로 만들고 갑옷을 입힌 종족’으로 설명했다. 다만 외모를 제외하면 정신적 수양과 통합을 중시하는 문화는 ‘스타 트렉’ 벌칸이나, ‘워해머 40K’ 엘다와 많은 유사성이 보인다. 텔레파시나 정신지배 등 정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위 종족들과 비슷하다.
외모를 제외하면 프로토스는 ‘스타 트렉’ 벌칸과 가장 유사하다. 프로토스는 호전적 종족으로 오랜 내전인 ‘영원의 투쟁’을 벌인 과거가 있다. 그러나 성자 ‘카스’가 나타나 텔레파시 네트워크 ‘칼라’를 이용해 내전을 끝냈고, 이후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적 수양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은 벌칸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심지어 ‘칼라’를 거부하고 고향을 떠난 프로토스 ‘암흑 기사단’처럼, 벌칸에도 가르침을 거부하고 고향을 떠난 ‘로뮬란’이 있다.
적은 머릿수를 초능력과 첨단기술로 보완한다는 점은 엘다와 유사하다. 프로토스처럼 엘다는 차원에 틈을 열어 군대와 물자를 다른 장소로 보내는 순간이동 기술인 ‘웹웨이’를 사용한다. 또한 죽어가는 전사를 기계에 안치시켜 계속 싸우게 하는 프로토스의 ‘용기병’처럼, 이미 죽은 전사의 정신을 기계에 깃들게 한 ‘레이쓰 호스트’를 운용한다. 그 외에도 신앙과 철학에 따라 전사들의 소속과 계급이 나뉘는 점, 초능력을 전투에 응용해 적을 무찌르는 점 등 여러 공통점이 있다.
▲ 프로토스 '광전사' 유닛의 초기 원화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 리드 아티스트인 앨런 딜링은 인터뷰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여러 SF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고 전했다. 다만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가 다른 작품을 표절한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기존 작품이 보여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끝없는 재해석과 비틀기를 거듭하며 계속 독자적인 세계관을 발전시켜나갔다. 그 결과 ‘스타크래프트’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다른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냈다.
소설, 만화, 시네마틱 영상 등, 미디어믹스 통한 연출로 완성도 높여
▲ 늘 찬사를 받아온 '스타크래프트'의 뛰어난 시네마틱 영상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언제부터 다른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세계관으로 확립됐을까? 첫 시작은 확장팩 ‘브루드 워’부터로 보인다. ‘브루드 워’는 저그와 프로토스를 유전적으로 결합한 ‘혼종’ 생물체, 케리건과 제라툴같은 주요 캐릭터, 배신과 비극으로 점철된 스토리 등으로 많은 플레이어의 기억에 각인됐다. 하지만 사실 ‘브루드 워’는 자극적 시나리오 덕분에 인상에 남았던 것이지, 세계관 자체가 치밀한 것은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의 세부적인 측면은 게임보다는 소설을 통해서 확립됐다. 게임에서 세계관의 세세한 일면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전투가 없을 때 각 종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하나씩 조명해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로토스가 텔레파시로 의사소통 하는 방법은 게임에서 일일이 설명하기 힘든 설정이다. 이를 처음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크리스티 골든의 소설 ‘암흑 기사단’이었다.
▲ 소설 '암흑 기사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그 외에도 '스타크래프트'는 '마린' 유닛이 소총을 장전하는 방법, 테란 갱단이 운영하는 범죄사업들, 인간이 '혼종'에게 세뇌 당하는 과정 등, 게임을 하면서 한 번쯤 궁금하다고 여길 만한 점들을 상당 부분 소설과 만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게임 내에서는 일일이 다루기 힘든 세부설정을 소설과 만화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미디어믹스를 이용한 정밀한 세계관을 구축해나간 것이다.
이러한 게임 외적 스토리텔링은 ‘스타크래프트 2’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만화, 소설, 시네마틱 영상을 활용한 덕분에,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의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관을 게임 내 스토리텔링에만 의존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미디어믹스 스토리텔링은 이후 '오버워치'를 비롯한 다른 블리자드 게임에도 이용됐으며,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한 여러 게임에서도 차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스타크래프트'는 미디어믹스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의 선구자격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속 세계의 여러 면을 보여주어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 '스타크래프트 2'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양한 소설과 설정 자료들 (사진출처: 공신 홈페이지)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모방과 재해석이 성공 요인
앞서 살핀 것처럼, 사실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단히 새롭고 독창적인 설정은 많지 않다. 대신 ‘스타크래프트’는 기존 인기 있던 설정들을 차용하여 잘 버무리고, 뛰어난 연출로 원본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이런 블리자드 방식은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재해석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보인다. ‘스타크래프트’ 제작진은 그들 자신이 SF소설, 영화, 드라마, TRPG, 미니어처게임 등을 실제로 즐겼다. 그렇기에 이들은 차용하는 소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덕분에 적절하게 재해석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의 성공은,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재해석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창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