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게임 '클로즈드 나이트메어', 실사라 무섭긴 한데...
2018.07.11 15:40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공포주의) '클로즈드 나이트메어' 프로모션 영상 (영상출처: 인트라게임즈 공식 유튜브)
오는 19일,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 출시된다. ‘하야리가미’와 ‘신 하야리가미’ 시리즈 제작사인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PS4와 닌텐도 스위치로 내놓는 신작 ‘클로즈드 나이트메어’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게임은 첫인상부터 독특하다. 무려 실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어드벤처 게임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과거 PS2 시절 종종 출시되던 실사형 어드벤처 게임 같기도 하다. 물론 저장 매체 발전에 힘입어 영상 파트 비중이 늘어나고 화질이 향상되는 등 발전된 모습도 눈에 띄지만, 여러 모로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 방식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이 게임이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실사를 바탕으로 한 ‘공포 게임’이라는 것이다.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 게임 전반적으로 깊게 깔려 있는 공포 분위기, 선택에 따라 전개되는 다양한 분기 등은 처음 봤을 때부터 호기심을 깊게 자극했다. 공포 게임이 사양 장르로 접어든 현재,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중, 게임메카는 1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클로즈드 나이트메어’ 시연회를 통해 한 시간 가량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과연 이 작품은 올 여름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할 수 있을까?
▲ 올 여름을 쫄깃하게 만들 실사형 공포 게임, 개봉박두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영상과 텍스트, 퍼즐로 이루어진 어드벤처 게임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1인칭 시점 실사 영상이 재생된다. 낯선 방 안에 갇힌 주인공. 왼팔은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당신의 이름은 카미시로 마리아. 이 실험의 참가자입니다.”
낯선 공간. 잃어버린 기억. 의문의 흑막. 탈출해야 하는 상황. 처음 생각난 것은 영화 ‘쏘우’다. 실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까지 더해지니 더욱 그렇다. 방을 나가려면 발목이라도 절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실제로 예고편에서는 누군가의 손가락을 펜치로 꺾는 무시무시한 장면까지 나와 이러한 예감에 힘을 실었다.
▲ 실제로 '쏘우'를 연상시키는 정체불명의 가면 살인마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 간혹 가혹해 보이는 선택을 요구하기도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천만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이 끝나고 잠시 텍스트 독백 형태로 진행되던 게임은 곧 탐색 파트로 진입했다. 탐색 파트는 전형적인 ‘포인트 앤 클릭’ 방식 어드벤처 게임이다. 맵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모으고, 주어진 미션이나 퍼즐을 풀어야 한다. 퍼즐이 풀리고 나면 다시 영상 파트로 진입하고, 새로운 일이 생긴다. 게임은 이 세 가지 모드를 반복하며 진행된다.
게임을 하던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영상과 텍스트 모드 간 연결이 굉장히 매끄러운 점이었다. 텍스트 모드라고 해도 실사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상과의 괴리감이 전혀 없고, 영상에서도 아래에 자막으로 대사 등이 표시되어 얼핏 보면 텍스트 모드를 플레이 하는 느낌도 든다. 가끔은 어디까지가 영상이고 어디서부터 텍스트인지 구분이 잘 안 갈 때도 있다. 이러한 부드러운 연출은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높여 줬다. 게임 내 언어가 모두 한국어로 깔끔하게 번역돼 있다는 점도 힘을 더한다.
백미는 1인칭 시점 카메라에 잡히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화면 연출이다. 특히 게임 초반 살인마를 만나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금방이라도 잡힐 듯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긴박함이 그야말로 피부로 느껴졌다. 다만, 연기 톤이나 연출이 전반적으로 일본 드라마풍인지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익숙하다면 무리 없이 감정이입 할 수 있을 것이다.
▲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게임에 빠져든다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개연성 없는 주인공의 행동들... 복선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보였다. 첫 번째는 다소 지루한 탐색 파트다. 탐색 파트는 PS4의 아날로그 스틱으로 커서를 조작하고, 화면 곳곳에 위치한 단서들을 클릭해 조사하는 형태다. 1980년대 등장한 ‘포인트 앤 클릭’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상 부분을 제외하면 시스템적으로는 2018년에 나온 게임이라는 실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고전 게임의 향수를 노렸다면 성공한 셈이겠으나, 조작이 지루하고 불편하다는 점은 역시 마음에 걸린다.
두 번째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주인공의 행동이다. 게임 초반부터 비춰지는 주인공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회인이다. 무서운 장면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워 벌벌 떠는. 겁쟁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전의 용사까진 아닌 ‘보통 사람’이다.
▲ 왼손에 의문의 존재가 들어있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인간인 주인공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얼핏 이해가 안 가는, 용감하다 못 해 공포 불감증에 가까운 행동들을 해 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비명을 질러대는 마네킹을 바라보며 ‘몸을 맞춰 주면 되는걸까’ 라며 팔다리를 끼워 맞춘다던가, 어둠 속에서 수상한 가면을 쓰고 책을 읽는 괴한에게 “저기요 여긴 어디인가요” 라며 대뜸 말을 건다. 대답을 안 하자 “아무래도 책에 푹 빠진 모양이니 옆을 지나가야겠어” 라며 납득하는 모양새는 덤. 참고로 이 주인공, 방금 전에 가면 쓴 살인마에게 쫒긴 적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체 모를 방에 들어갔는데 가면을 쓴 누군가가 아기 인형을 안고 달래고 있다. 보통은 바로 도망쳐 나가야 정상인데, 잠시 지켜보더니 그 방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즉석에서 천을 돌돌 말아 만든 인형에 급작스럽게 사람 얼굴이 생기고 웃음소리까지 나는데 ‘정이 들어서 가지고 다니고 싶다’ 라는 말을 한다. 부드러운 게임 진행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사고방식과 행동력에는 위화감이 든다. 채 확인치 못 한 복선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찝집함은 어쩔 수 없었다.
▲ 이런 사람에게 태연하게 말을 거는 신경이라니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 이번에는 말하는 마네킹의 팔다리를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 왠지 정이 들어서 가지고 다니고 싶었다는 아기 인형, 참고로 웃음소리도 낸다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초반부터 강한 흡입력… 후반 스토리 기대돼
사실 이런 어드벤처 게임은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반 이상 플레이해야 비로소 게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어떤 게임은 중후반의 반전을 위해 초반의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로즈드 나이트메어’는 초반부터 흡입력이 꽤나 뛰어난 작품이다. 게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오컬트 요소,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 왼팔에 스며들어 있는 미지의 존재, 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뭔가 있어 보이는 과거의 행적, 거기에 위에서 언급한 주인공의 납득 안 가는 행동의 이유까지. 고작 1시간도 플레이 해 보지 않았음에도 확인하고 싶은 점이 수 없이 많다. 아무래도 정식 발매되면 진득히 앉아 엔딩을 봐야겠다. 이대로는 궁금해서 밤에 잠이 안 올 듯 하다.
▲ 과연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까?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