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리즈를 완성하다,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2018.12.11 18:37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의 시작은 분명 캐주얼한 접대용 액션게임이었다. 실제로 1편이 발매될 당시까지는 친숙한 닌텐도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대결을 펼치는 올스타전 정도의 성격이 강했다. 쉽게 말해 많은 유저들이 속으로만 품고 있던 "'마리오'와 '동킹콩'이 실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닌텐도 만의 방식으로 제시한 게임으로 볼 수 있었다.
헌데, '스매시브라더스'는 2편이었던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DX(이하 DX)'를 기점으로 캐주얼게임보다는 격투게임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웨이브 점프나 급하강, 낙법, 메테오 스매시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 높은 레벨의 심리전과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격투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진 이 시점부터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는 격투게임과 캐주얼게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시리즈 최신작인 이번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이하 얼티밋)'은 여러모로 그 줄타기에 성공한 작품이다. '전원 참전'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아쉽지 않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와 수많은 게임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 들어 있으며, 스토리 모드인 '등불의 별'을 비롯해 다양한 모드를 마련해 초심자부터 고수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대한 콘텐츠를 구비해 놨다. 게임 자체의 밸런스도 잘 잡혀있어 캐주얼한 유저와 격투게임 유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직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물론, 뉴비에 대한 배려는 아무래도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공식 소개영상 (영상출처: 한국 닌텐도 공식 유튜브 채널)
그야말로 크고 아름다운 올스타전!
본작은 그야말로 '올스타'라는 이름에 걸맞은 놀라운 게임 분량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여태까지 4번의 작품에 걸쳐 등장했던 모든 맵과 모든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닌텐도 게임을 비롯해, '록맨', '베요네타', '류'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회사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해 난투를 벌인다. 심지어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인 '페르소나 5' 캐릭터 '조커'도 참전이 계획돼있을 정도다.
특히, 처음부터 사용 가능한 캐릭터는 8명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조건으로 모든 캐릭터들을 해금할 수 있도록 만들어 캐릭터를 개방해나가는 재미도 있다. 게임을 즐길수록 더 많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규칙은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개중에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캐릭터도 있어 성취감을 자극한다. 이처럼 캐릭터를 얻는 방법이 너무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아서 캐릭터를 모으며 이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점이 게임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 처음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겨우 8명 이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금만 열심히 플레이 하면 금방 금방 캐릭터가 해금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단순히 캐릭터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게임에 대한 오마주도 넘쳐난다. 대표적인 게 어드벤처 모드 '등불의 별'에서 볼 수 있는 '스피릿' 시스템이다. '스피릿'이란 다른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사념체로서 캐릭터에 빙의하거나 특수능력을 이용해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새로운 요소다. 이번 타이틀에 등장하는 '스피릿'은 1,200개 이상이며, 모든 스피릿에 원작 특징이 잘 녹아 있다. 이를테면 바위가 길을 막고 있다면 봄버맨 스피릿을 지녀야 바위를 폭파시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라프라스' 스피릿이 있으면 바다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 스피릿에 빙의된 파이터는 해당 스피릿의 특징을 살려 싸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더 2'의 주요 장면이 출력되는 스테이지처럼 각 스테이지에도 참전 작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플레이 핵심이 되는 메인 콘텐츠도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볼륨을 지녔다. 1 대 1이나 토너먼트 등 통상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난투부터, 파이터마다 클리어 할 수 있는 루트가 정해져 있는 클래식 모드, 온라인 대전을 즐기는 온라인 모드, 스토리와 싱글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스피릿 모드 등이 있다. 각 모드 안에도 준비된 설정이 무수히 많기에 파고들 부분도 다양하고, 플레이어 스스로 난이도, 플레이 시간 등 옵션을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어 매번 다른 양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여러 모드에서 정말 다양한 룰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X' 후 10년 만에 돌아온 어드벤처 모드 '등불의 별'은 하나의 게임으로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5시간을 꼬박 돌아다녀도 전체 맵의 4분의 1 정도밖에 못 돌아다닐 만큼 방대한 크기에, 스킬 포인트를 이용한 성장과 맵에 숨겨진 요소를 찾는 탐험 요소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방대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콘텐츠다.
▲ 5시간을 열심히 돌아다니면 전체 맵의 이정도를 개방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가 쿠파와의 보스전부터 다양한 게임이 있으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맵 내에도 퍼즐이나 숨겨진 요소가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킬 포인트를 이용해 파이터의 능력을 올릴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밸런스와 깊이감 모두 충족하는 디자인
여기에 '얼티밋'은 단순히 양으로만 밀어붙이는 게임이 아니다. 시스템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깊이가 남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 체계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전략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우선 '스매시브라더시' 시리즈에서 공격 버튼은 일반공격과 특수공격 두 개 밖에 없다. 얼핏 보면 기술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지만 공격 버튼과 함께 어느 방향키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서 발동되는 기술이 다 다르다. 심지어는 방향키와 공격 버튼을 동시에 누르느냐, 방향키를 기울인 뒤 조금 있다가 기술을 누르느냐에 따라서 기술이 달라지며, 방향키를 세게 움직이느냐, 살짝 움직이느냐도 캐릭터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게임을 하며 누르는 버튼 수는 적지만, 캐릭터 하나가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만 해도 18개에 달한다. 여기에 잡기 기술과 막기, 회피, 낙법, 흘리기 등이 더해지면 복잡한 커맨드 입력 없이도 20에서 30개에 달하는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간단한 조작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타이틀의 큰 강점이다. 다만 조작 자체는 간단하지만 마스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작은 차이가 캐릭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캐릭터가 가진 조작 방법을 완벽히 익히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는 심리전도 연구해야 한다.
▲ 공격 키는 겨우 두개 밖에 없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30개가 넘어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와 맵별로 존재하는 함정까지 외우다보면 머리가 아플지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따라서 기존 대전 격투 게임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쉽게 끝을 보기에는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게임을 하다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개방되는 캐릭터가 게임에 난입하기도 한다. 이를 상대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난입한 캐릭터를 이기지 못해 캐릭터 해금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또한, 게임 내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룰을 경험할 수 있는 '등불의 별'을 진행하다 보면 가끔 전설 스피릿이 뜰 때가 있는데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해금에 실패한 난입 캐릭터는 나중에 다시 찾아오며, '등불의 별'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전설 스피릿'은 게임 진행에 무관한 곳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배틀 특징을 잘 알아뒀다가 스피릿을 충분히 성장시켜서 재도전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어려운 과제에 재도전할 기회를 열어두어 플레이어가 점진적으로 게임을 공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정말 말도 안되게 어려웠던 칠색조 스피릿과 리자몽의 협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엄청나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캐릭터 밸런스도 꽤 잘 맞다. 큰 틀에서 강캐와 약캐는 나뉘지만 기존에 문제로 떠올랐던 무거운 캐릭터가 약세를 보여왔다는 점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실제로 쿠파나 가논돌프, 동키콩 등 전작에서 잘 쓰이지 않았던 캐릭터를 이번에는 좀 더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마음껏 사용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고른 밸런스를 보이고 있다.
뉴비 배려가 좀더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올스타전'이라 부르기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재미와 볼륨을 지녔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진입장벽 자체는 낮지만 시리즈를 처음 즐기는 초심자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튜토리얼이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 캐릭터가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은 30개에 달하며, 등장하는 캐릭터만 75명이라 알아야 할 것이 산더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알려주는 튜토리얼은 없다. 매뉴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살기 4개와 기본적인 테크닉 정도만 알려준다. 캐릭터를 연습해볼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가 있긴 하지만 기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모드는 아니다. 결국 초심자는 인터넷을 뒤져보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버튼을 클릭하며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 매뉴얼이 있지만 설명이 매우 부실한 편이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대로 알려주는 기술이라곤 필살기 정도가 전부인데, 정확한 용법에 대해선 몇 번이고 사용해봐야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온라인 매칭 시스템도 초보자에 배려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매칭이라면 비슷한 실력의 게이머를 매칭시켜준다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얼티밋'은 다르다. 비슷한 실력의 플레이어와 매칭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엄청난 실력의 고수와 만나는 경우도 있고,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플레이어 실력을 반영한 전투력이 수치로 표시됨에도 불구하고 실력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매칭은 초보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 말도 안되는 실력자와 1 대 1 매칭이 잡히거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예 처음 게임을 해본듯한 초보자들과 4인 랜덤매치가 잡히기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등불의 별'은 볼륨 자체는 풍성하지만 생각보다 스토리와 연출이 빈약하다. 게임 초반에 나온 오프닝 영상 후 게임 종반에 다다를 때까지 스토리에 대한 설명과 컷신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나오는 스토리도 한두 줄로 끝날 만큼 매우 단순하다. 10년 전에 나온 '아공의 사자'가 게임 세계관을 아우르는 스토리와 컷신 연출이 더해져 큰 호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 모두가 등장하는 멋진 장면으로 시작해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시무시한 장면과 함께 배경 설명이 나오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커비가 등장해 각오를 다진 다음에는 한 동안 스토리와 컷신을 볼 수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매시브라더스'를 완성하다
이번 작품은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 완성형이라고 볼 수 있다. 닌텐도 외에도 게임 다수를 아우르는 방대한 캐릭터, 초심자와 기존 유저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밸런스와 깊이감, 올스타에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볼륨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리즈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 있지만, '스매시브라더즈' 시리즈를 오래 즐겨운 팬들에게는 선물에 가까운 게임이다. 이번 타이틀을 총괄한 닌텐도 사쿠라이 마사히로 디렉터가 전세계 게임 마니아들에게 바치는 선물 말이다.
▲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은 그야말로 시리즈를 완성한 작품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