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영화에서 게임으로 숙주 바꾼 ‘에이리언’
2019.01.17 20:52 게임메카 이새벽
최근 20세기 폭스가 모바일 신작 ‘에일리언: 블랙아웃’을 공개해 화제다. 대개는 ‘또 모바일이냐’며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이지만, 조금 독특한 관점에서 흥미를 갖는 시선도 있다. 바로 1972년 영화 ‘에이리언’과 직접 이어지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20세기 폭스는 처음 ‘에일리언: 블랙아웃’을 공개할 때 영화 ‘에이리언’을 언급하며 연관성을 시사했다. 게임으로 영화의 스토리를 이어가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 최근 공개된 모바일 신작 ‘에일리언: 블랙아웃’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그런데 알고 보면 ‘에이리언’ 프랜차이즈가 게임을 통해 영화의 스토리를 보완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1982년부터 20세기 폭스는 게임을 통해 영화를 홍보했으며, 2014년부터는 ‘에이리언’ 게임 제작에 적극 동참해 세계관 확장 및 트랜스미디어를 노리고 있다. 이번 주에는 1980년대부터 2019년까지, 과연 어떠한 ‘에이리언’ 게임들이 발매됐었는지 그 계보를 짚어본다.
공포 영화로 시작한 ‘에이리언’, 게임에서는 슈팅 장르에 정착?
▲ 시리즈 첫 작품인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에이리언’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에이리언’시리즈의 시작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79년 영화 ‘에이리언(Alien)’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 것이다. 원작 영화에서의 에이리언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무섭고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였다. 그런데 게이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묘한 구석이 하나 있다. 어째 게임에 등장한 에이리언들은 수십 마리씩 나와도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잡몹’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속 모습과는 딴판이다.
그렇다면 게임 속 ‘에이리언’은 과연 언제부터 영화 속 동족(?)들과 길을 달리한 걸까? 그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야 한다.
영화 ‘에이리언’ 1편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2122년 상업용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호가 지구로 돌아가는 여행 중 ‘LV-426’ 행성에서 기묘한 신호를 포착한다. ‘LV-426’으로 향한 일행은 고대 외계인 우주선을 발견하고, 신호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우주선에 들어간 일행은 외계인 우주선 내부에서 수백 개의 거대한 알 모양 물체를 발견하는데, 일행 중 하나가 알을 건드리자 끔찍하게 생긴 작은 괴물이 튀어나와 그를 덮친다.
▲ 숙주의 가슴을 부수고 나온 ‘제노모프’ 유생 (사진출처: Xenopedia)
사실 이 괴물은 기생형 외계생물의 알을 품고 있는 ‘페이스허거’였다. 이 습격으로 내부에 알이 심어진 선원은 결국 ‘노스트로모’로 돌아왔다가 가슴을 부수고 태어난 괴물에게 사망한다. 이렇게 태어난 괴물 ‘제노모프’는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하게 성장해 ‘노스트로모’의 다른 선원을 잔혹하게 사냥하다가, 최후 생존자 ‘엘렌 리플리’의 활약으로 우주로 방출된다. 이후 영화는 ‘엘렌 리플리’가 탈출정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동면에 드는 것으로 끝났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1986년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2(Aliens)’는 전작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전작은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외계 괴물에게 쫓기는 공포영화였다. 하지만 후속작 ‘에이리언 2’는 그 외계 괴물 여럿과 싸우는 화끈한 SF 액션으로 장르적 전환을 꾀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전작보다 대중적으로 훨씬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시카고 리더 등의 영화 전문지에서 ‘전작을 능가한 후속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에이리언 2’는 개봉한 해인 1986년 북미 박스 오피스 기준으로만 8,5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를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 9,100만 달러, 한화로는 2,142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에이리언’ IP는 ‘에이리언 2’가 개봉한 1986년을 기점으로 만화와 장난감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으로 파생되기 시작했다. 일약 ‘에이리언’ 붐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당시 막 태동 중이던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 ‘에이리언 2’는 국내 개봉 포스터도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출처: 익스트림 무비)
사실 최초의 ‘에이리언’ 게임은 1982년 이미 ‘에이리언’ 1편을 원작 삼아 제작됐다. 20세기 폭스 자회사 폭스 비디오 게임스에서 개발하고 유통한 아타리 2600용 게임 ‘에이리언’이었다. 하지만 이 시절 영화 IP에 기대 개발된 많은 아타리 게임이 그러했듯 ‘에이리언’도 구태의연한 미로 게임에 불과했다. 우주선 복도에서 외계 괴물의 알을 찾아서 탈출한다는 내용이긴 했지만, 게임 자체는 기존에 나왔던 ‘팩맨’식 미로 게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1984년 코모도어 64용으로 출시된 ‘에이리언’은 1982년 작품보다는 조금 더 참신한 구성이었다. 이 어드벤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우주선 선원 중 한 사람을 움직여 다른 선원들을 찾고, 함께 움직여서 외계 괴물을 제거해야 했다. 괴물을 제거하는 방법은 영화 속 방법이 그대로 등장했다. 에어록으로 유인해 우주로 방출하거나, 우주선을 자폭 시키는 등 영화 속 이야기를 대부분 차용해온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작품 역시 그리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게 잊혀가던 '에이리언' 게임은 앞서 언급했듯 ‘에이리언 2’ 개봉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작품은 대부분 좁은 우주선에서 괴물을 피해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미로, 어드벤처 장르였다. 그러나 1986년 ‘에이리언 2’ 개봉 이후에는 여성 전사나 우주 해병대가 총과 화염방사기로 괴물을 사냥하는 슈팅 게임이 주류를 이루었다. 영화의 장르 전환을 따라, 게임 장르도 함께 변화를 겪게 된 셈이었다.
▲ 폭스 게임스에서 발매한 아타리 2600용 ‘에이리언’ (사진출처: Den of Geeks)
‘에이리언 2’ 게임은 영화 개봉 직후인 1986년 액티비전의 ‘에이리언 2: 컴퓨터 게임(Aliens: the Computer Game)’을 필두로 여러 작품이 단기간 내 집중적으로 출시됐다. 이듬해인 1987년에는 영화 ‘에이리언 2’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 두 개나 출시됐는데, 이들 모두 영화 콘셉트를 따라갔다. 예컨대 주인공 ‘엘렌 리플리’가 파워 로더에 타고 ‘퀸 에이리언’과 벌인 결전을 직접 조작해 치를 수 있게 한 식이었다.
1990년 출시된 코나미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 ‘에이리언 2(Aliens)’도 특기할 만하다. 여기서도 영화 주인공 ‘엘렌 리플리’가 펄스 라이플, 스마트건, 화염방사기 등 무기를 사용해 외계 괴물과 싸우고, 마침내 그 우두머리 ‘퀸 에이리언’을 무찌른다는 내용이 다뤄진다. 다만 횡스크롤 슈팅 장르인 덕분에 기존 게임들에 비해 진행이 훨씬 빠르고 흥미진진해진 데다, 영화에는 안 나온 새로운 외계 괴물들을 추가해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 영화 클라이맥스를 그대로 연출한 ‘에이리언 2: 컴퓨터 게임’ (사진출처: My Abandonware)
▲ 코나미의 ‘에일리언 2’에도 파워로드 장면은 그대로 나온다 (사진출처: AvP Wiki)
이후 뜸하던 ‘에이리언’ 게임은 영화 ‘에이리언 3'가 개봉한 1992년 이후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발매됐다. 영화 개봉 이듬해인 1993년에만 무려 네 개의 ‘에이리언’ 게임이 출시될 정도였다. 다만 독특하게도 이 시기 발매된 ‘에이리언’ 게임들은 대체로 영화와 분위기 차이가 있었다. 영화는 3편부터 다시 공포 장르로 돌아왔지만, 게임은 여전히 '에이리언 2' 때의 슈팅 액션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차용한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 뿐이었다.
특히 1993년 출시된 세가 아케이드 게임 ‘에이리언 3: 더 건’에 이르러서는 원작과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을 정도였다. 영화 ‘에이리언 3’는 감옥 행성에서 죄수들이 이렇다 할 무기도 없는 상태로 한 마리의 외계 괴물에게 쫓기는 공포 영화였지만, 이 게임은 막강한 자동화기로 무장한 플레이어가 외계 괴물 수십 마리를 신나게 쏴 잡는 구성을 택했다. 그 외에도 1992년 발매된 ‘에이리언 3’, 1992년 ‘에이리언 3, 게임보이’ 등 다른 게임들도 영화와 차별화된 슈팅 노선을 따라갔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에 영화 스토리와 주인공을 그대로 따오며 원작 인기에만 기댔던 ‘에이리언’ 게임이 차츰 독자적인 각색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본래 ‘에이리언’은 공포 영화였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공포보다는 외계 괴물을 잡는 슈팅 장르가 더 알맞았던 것이다.
▲ 영화와 아예 다른 노선을 택한 슈팅 ‘에일리언 3: 더 건’ (사진출처: Hardcore Gaming)
원작보다 유명한 크로스오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세계를 휩쓸던 ‘에이리언’ 영화 붐은 1993년 ‘에이리언 3’이 전작에 비해 저조한 흥행기록을 세우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아 수작으로 꼽히지만, 개봉 당시 ‘에이리언 3’은 큰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시작부터 사망처리하고, SF 공포물이나 스릴러였던 전작들과 달리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내세운 탓이었다. 이어 1997년 ‘에이리언 4’가 개봉했지만, 북미 박스 오피스 기준 제작비도 못 건지며 하락세를 가속시켰다.
▲ 정식 넘버링 작품으로는 최후의 영화 ‘에이리언 4’ (사진출처: IMDb)
영화는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에이리언' 프랜차이즈 자체의 인기가 쇠락한 것은 아니었다. 영화와 별개로 ‘에이리언’ 간판 괴물 ‘제노모프(Xenomorph)’는 특유의 기괴한 생김새와 치명적인 특징들로 유명세를 탔고,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게스트로 쓰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좋은 상품은 단연 다크 홀스 코믹스 만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였다. 1986년부터 연재된 이 외전 만화에서 ‘제노모프’는 다른 SF 스릴러 영화 ‘프레데터’에 등장한 사냥꾼 외계인과 크로스오버 대전을 벌이게 된다.
영화의 인기가 식자 게임업계는 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에이리언’ 게임은 ‘에이리언 2’ 이후부터 장르적 분위기나 스토리는 영화와 다른 노선을 타며 사실상 ‘제노모프’라는 괴물만 빌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외계 괴물이 함께 등장해 크로스오버 대전을 벌인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들어왔으니, 게임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만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표지 (사진출처: 다크 홀스 코믹스 공식 홈페이지)
1세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게임은 1993년부터 1994년 사이 집중적으로 출시됐다. 최초는 액티비전이 유통한 SNES 횡스크롤 격투 게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였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사냥꾼 외계인 ‘프레데터’가 되어 다양한 변종 ‘제노모프’를 사냥해야 했다. 게임 구성 자체는 기존의 횡스크롤 격투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유명한 외계 괴물 두 종이 동시에 등장해 크로스오버 대전을 벌이는 파격적 설정 덕에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 1993년 발매된 게임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사진출처: Den of Geeks)
그 외에도 1세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에 속하는 게임으로는 액티비전의 다른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더 라스트 오브 히스 클랜’이나 아타리의 FPS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등이 있다. 또한 캡콤도 1994’년 횡스크롤 게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를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일본도를 사용하는 일본계 여성 사이보그 닌자 ‘린 쿠로사와’가 ‘프레데터’와 함께 ‘제노모프’를 사냥한다는 황당한 스토리를 보여줘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에이리언’ 게임에 최초로 미소녀를 등장시킨 캡콤 (사진출처: AvP wiki)
2세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게임은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흐른 1999년 출시됐다. 바로 리벨리온이 제작한 FPS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제노모프’, ‘프레데터’, ‘식민지 해병’ 세 집단 중 하나에 소속돼, 자기 종족의 특징을 바탕으로 다른 종족과 전투를 벌여야 했다. 이 게임은 발매 이후 멀티플레이 지원 업데이트가 적용되며 더욱 큰 인기를 끌었는데, 세 종족이 차별화된 특징을 활용해 삼파전을 벌이는 흥미로운 구도 덕분이었다.
▲ 종족별 특징을 살린 삼파전 멀티플레이로 인기를 끈 리벨리온의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사진출처: Xenopedia)
위에서 볼 수 있듯,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게임 1세대는 제목 그대로 ‘제노모프’와 ‘프레데터’ 두 외계 괴물이 맞붙는 크로스오버에 그쳤지만, 2세대는 여기에 인간까지 끌어들인 삼파전 구도를 적극 채택했다. 모노리스에서 제작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는 리벨리온이 만든 전작을 바탕으로 각 종족의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냈다. 예를 들어 ‘제노모프’는 벽을 타고 은밀하게 접근해 적에게 도약하여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지만, 근접 전투만 가능한 식이었다.
세 종족 사이 벌어진 삼파전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RTS로도 제작됐다. 2003년 발매된 EA의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멸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세 종족의 특징을 RTS에 맞게 각색해 나름 독특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예를 들어 ‘프레데터’는 수는 적지만 하나 하나가 강하며, 적들을 쓰러뜨리고 명예를 얻어야 추가 유닛 생산 및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식이었다. ‘프레데터’라는 소수정예 사냥꾼 종족의 특징을 RTS 생산 시스템에 잘 반영한 셈이다.
▲ RTS로 발매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멸종’ (사진출처: Scified)
그러나 게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프랜차이즈도 영화의 실패로 기세가 꺾였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와 2007년 개봉한 후속작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가 연이어 처참한 흥행 실패를 기록하면서, 게임 제작도 끊긴 것이다. 리벨리온이 1999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새로운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를 2010년 출시하긴 했으나, 이 작품마저 종족간 밸런스 조정에 실패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 성공한 원작을 리메이크 했지만 저조한 성족을 기록한 2010년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사진출처: 스팀)
이렇듯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2010년 이후로는 모바일게임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 않았고 다른 게임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만 했다. 예를 들어 네더렐름 스튜디오의 대전 게임 ‘모탈 컴뱃 X’에는 사악한 전사 종족 ‘타르카탄’이 존재하는데, 이 중 한 사람이 외계에서 온 기묘한 알을 건드리고 ‘제노모프’의 숙주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태어난 ‘타르타칸 제노모프’는 숙주의 힘과 투쟁심을 이어받아 ‘모탈 컴뱃’ 세계관을 정복해버린다.
▲ ‘모탈 컴뱃 X’에 출전한 ‘타르카탄 제노모프’는 체격부터 남다르다 (사진출처: 스팀)
20세기 폭스의 새로운 포부, 게임으로 영화 간 스토리 잇는다
정리하자면, ‘에이리언’은 본래 SF 호러 영화로 시작했고 게임은 영화의 인기에 기대서 제작됐다. 그러나 ‘에이리언 2’ 이후 영화가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점차 ‘에이리언’은 작품 자체가 아닌 괴물 ‘제노모프’로만 기억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차츰 많은 게임들이 영화와 세계관은 공유하지 않고 ‘제노모프’라는 괴물 설정만 빌렸다. 그러나 최근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영화 ‘에이리언’ IP를 보유한 20세기 폭스가 게임화에 뛰어든 것이다.
▲ 영화 ‘에이리언 2’의 공식 후속작으로 발매된 ‘에이리언: 콜로니얼 마린’ (사진출처: 스팀)
기존에 20세기 폭스는 ‘에일리언’ 게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영화 홍보를 목적으로 직접 게임을 만든 적이 한 번 있긴 하지만, 대개는 게임화 라이선스를 제공할 뿐 제작에선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런데 2010년 특기할 작품이 PAX에서 공개됐다. 바로 영화 ‘에이리언 2’와 직접 이어지는 스토리를 다룬 게임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이었다. ‘보더랜드’로 유명한 기어박스가 제작을, 세가가 배급을, 영화 제작자 일부가 자문을 맡기로 했다.
애석하게도 이 게임은 메타크리틱스 기준 40점대를 기록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여러 스튜디오가 외주를 받아 개발에 참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스튜디오가 계약 파기를 당하며 작업이 이전되거나, 개발비를 다른 프로젝트에 유용하는 등 문제가 터지며 불완전한 상태로 출시됐던 것이다. 데모 버전보다 퇴보한 그래픽, 열악한 최적화, 잦은 버그와 등 심각한 문제를 여럿 안고 있던 이 게임은 결국 여러 건의 소송과 구설수에 휘말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았다.
▲ 스토리와 연출 측면으로 20세기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사진출처: 스팀)
다만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스토리다. 20세기 폭스는 이 게임 제작에 직접 참여는 안 했지만, 게임이 영화 세계관과 긴밀하게 이어지도록 많은 관심을 쏟았다. 실제로 영화 ‘에이리언’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당시 준비 중이던 ‘에이리언’ 프리퀄 ‘프로메테우스’ 각본을 게임 제작진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영화 ‘에이리언 2’에 출연한 배우 마이클 빈이 성우를 맡기도 했다. 스토리가 영화와 직접 이어지는 공식적 후속작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은 시간 상 ‘에이리언 2’와 ‘에이리언 3’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다. 영화 ‘에이리언 2’에서 주인공들은 행성을 완전히 잠식한 ‘제노모프’들을 피해 우주선 ‘술라코’를 타고 탈출한다. 게임은 그로부터 17주 후 추가 파견된 식민지 우주 해병대가 달 궤도를 떠돌고 있는 ‘술라코’를 찾으며 시작된다. 이를 통해 영화 ‘에이리언 2’와 ‘에이리언 3’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왜 ‘에이리언 3’에서 전작 인물 대부분이 사망 처리된 건지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은 DLC ‘스테이시스 인터럽티드’에서 ‘에이리언 3’의 장면 일부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여기서는 ‘에이리언 3’ 무대가 되는 감옥 행성이 나오며, 여기서 ‘에이리언 3’ 주인공 ‘엘렌 리플리’가 사망하는 영화 속 장면도 잠시 볼 수 있다. 20세기 폭스가 영화 속 시점과는 다른 시간대와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을 게임으로 보여주고자 한 셈이다. 이는 게임을 통해 ‘에이리언’ 세계관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 ‘엘렌 리플리’의 딸 ‘아만다 리플리’의 이야기를 다룬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사진출처: 스팀)
2014년 출시된 공포 게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게임을 통해 ‘에이리언’ 세계관을 확장시킨 또 다른 시도였다.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제작한 이 게임 역시 제작 과정에서 20세기 폭스의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제작에서 크리에이티브 리드를 맞은 알리스테어 호프는 인터뷰에서 “20세기 폭스로부터 3테라바이트의 영화 제작 자료를 받았다”고 했으며, 테리 롤링스나 시고니 위버 등 영화 제작진으로부터 자문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보다 앞선 시기인 ‘에이리언’과 ‘에이리언 2’ 사이에 벌어진 일을 내용으로 다루었다. 이 게임 주인공은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 전통의 주인공 ‘엘렌 리플리’의 딸 ‘아만다 리플리’다. 영화에서 ‘아만다 리플리’는 스치듯 언급만 되는 인물이었다. ‘엘렌 리플리’가 우주선에서 냉동 상태로 50년을 지내는 동안, 딸 ‘아만다 리플리’는 이미 노인이 되어 자연사했다는 정도로 언급된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엘렌 리플리’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던 본래 영화 설정과 달리, 게임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는 ‘아만다 리플리’도 어머니가 사라진 후 그리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우주선 엔지니어로 성장한 ‘아만다 리플리’가 우연한 기회로 행방불명 된 어머니 ‘엘렌 리플리’ 기록을 찾게 되고, 이를 시작으로 ‘제노모프’와 엮이는 내용을 다루었다. ‘에이리언’ 세계관을 또다른 시점에서 보여준 셈이다.
▲ 모바일인 게 아쉽지만, 스토리는 이어진다는 ‘에이리언: 블랙아웃’ (사진출처: 구글플레이)
앞으로도 게임을 통해 영화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보여줄 20세기 폭스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 20세기 폭스는 ‘에이리언’ 공식 트위터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후속작 ‘에일리언: 블랙아웃’을 발표했다. 모바일로 발매되는 이 게임에서는 ‘아만다 리플리’의 이야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이며, 트위터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영화 ‘에이리언’ 직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내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로 예상된다.
게임과 영화의 트랜스미디어, 앞으로 ‘아만다 리플리’ 스크린에서도 보게 될까?
1997년 개봉한 ‘에이리언 4’ 이후 정식 넘버링 영화 맥은 사실상 끊겼다. 그나마 ‘제노모프’의 유래를 다룬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2012년과 2017년에 개봉하긴 했지만,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와 시간대 차이가 크게 나고 작품 분위기도 달라 직접 연관성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다.
▲ ‘아만다 리플리’를 조명하는 20세기 폭스 트위터 문구 (사진출처: ‘에이리언’ 공식 트위터)
그렇기에 최근 20세기 폭스가 ‘에이리언’ 게임에 갖는 관심은 특별해 보인다. 새로 제작한 게임을 기존 영화에 그대로 이어지게 해, 과거 영화에서 다루지 못했던 아쉬운 부분들을 채우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에서 시작된 ‘아만다 리플리’ 이야기는 시리즈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주인공 ‘엘렌 리플리’와도 직접 이어지는 것으로, 원작의 스토리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에일리언: 블랙아웃’ 발표를 볼 때, 20세기 폭스는 당분간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에서 시작된 ‘게임으로 영화들 사이의 간극을 채운다’는 계획을 이어갈 듯하다. 게임을 통해 세계관을 다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트랜스미디어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에이리언’이 앞으로 영화와 게임의 어떤 새로운 연계 방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쩌면 조만간 ‘아만다 리플리’를 영화 스크린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