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못지 않은 묻지마 액션, 내 친구 페드로
2019.07.02 19:08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소중한 반려견의 죽음을 계기로 복직한 암살자의 이야기를 다룬 ‘존 윅’. 독특하면서도 담백한 스토리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이는’ 주인공 존 윅의 독창적이고 화려한 액션이 돋보여 액션영화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행 역시 성공적이어서 현재 시리즈 4편이 제작 중에 있다.
최근 ‘존 윅 3’가 개봉하면서 ‘존 윅’ 시리즈를 복습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덩달아 주목 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 지난 6월 21일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인디게임 ‘내 친구 페드로’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동명의 플래시게임을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무작정 쏴 죽이는’ 원작의 콘셉트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기상천외한 액션이 더해져 영화 ‘존 윅’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과연 이러한 소문이 사실인지 본 기자가 직접 플레이 해봤다.
주인공이 총을 쏘는 시간에 바나나는 훈수를 둡니다
우선 ‘내 친구 페드로’에서 페드로는 주인공 이름이 아니다. 주인공의 상상 속 바나나 친구 이름이 페드로다. 눈, 코, 입이 달린 잘 익은 샛노란 바나나 ‘페드로’는 주인공의 유일한 대화상대로 달변가일 뿐만 아니라 게임 내내 훈수를 둔다. 초반 튜토리얼 역시 ‘페드로’가 담당한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이기에 대기화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페드로의 얼굴을 보면 빨리 게임에서 만나고 싶어진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횡스크롤 방식으로 진행되며, 바나나 친구 페드로의 훈수를 들으며 최대한 많은 적을 총으로 쏴 죽이면 된다. 여기까진 원작 플래시게임과 차이점이 없지만, 향상된 그래픽과 ‘폼 나고 빠르게 죽이는 것’이 크게 부각돼 보다 흥미진진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원작은 플래시게임인 만큼 투박한 느낌이 든다. 반면 리메이크된 ‘내 친구 페드로’는 유니티 엔진으로 만든 2.5D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특히 향상된 그래픽으로 바나나 친구 페드로의 질감과 표정 등이 보다 세심하게 묘사돼 게임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졌다. 화려한 액션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감탄하는 페드로를 보면 괜히 뿌듯해진다.
강화된 아킴보 액션은 ‘내 친구 페드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권총 또는 기관단총을 양 손에 들고 쏘는 아킴보 액션은 원작에도 존재했으나 한쪽 방향으로만 조준이 가능해 단순히 연사속도를 높이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반면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미리 좌우 양방향으로 사격이 가능하다. 명중률이 조금 감소하긴 하지만, 로프에 거꾸로 매달린 채 사방에 있는 적을 쏴 죽이는 장면을 보면 웬만한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쾌감이 느껴진다.
일시적으로 시간이 느려지는 불릿 타임은 원작에도 있었던 시스템이다. 그러나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게임 초반부터 사용 가능하며 ‘맥스페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게이지가 존재해 일정시간 사용한 이후에는 게이지가 충전되길 기다려야 한다. 수 많은 적들이 대기하고 있는 구간에 진입하기에 앞서 어떻게 잘 처리할지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뒤, 불릿 타임 시전 뒤 진입하면 날아오는 총알을 회피하면서 효율적이고 멋지게 적을 사살할 수 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 네오가 된 기분이 든다.
총만으로도 이처럼 화려한 액션이 가능하지만, 금방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이에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다양한 오브젝트를 이용한 공격이 추가됐다.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휘발유통 같은 인화성 물질을 이용한 공격은 기본이다. 프라이팬 또는 표지판을 쏴 총알을 반사시켜 적을 죽일 수도 있다. 샷건 혹은 불 태워 죽인 적의 시체, 칼 등을 걷어차 공격할 수도 있으며, 타고 있는 스케이트 보드를 날려 죽일 수도 있다. 그 외에 드럼통으로 깔아 뭉개는 등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이 있느니 지루할 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리쉬 액션을 특징으로 한 게임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적진 한가운데 진입하기에 앞서 적의 배치와 지형지물을 살피면서 단순히 ‘이걸 어떻게 깨지?’라는 생각이 아닌 ‘어떻게 하면 멋진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돼 충분히 흥미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점수와 등급, 그리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자동적으로 뽑아 GIF 파일로 만들어줘 도전욕구를 자극해 반복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역시 문제는 플레이 타임?
현재 스팀에 등록된 8,000개가 넘는 리뷰 중 95%가 ‘긍정적’일 만큼 ‘내 친구 페드로’는 재미있고 잘 만든 게임이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게이머 중에서도 짧은 플레이타임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에 익숙한 이들은 ‘내 친구 페드로’를 최고 난이도로도 3, 4시간 만에 최고 점수로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AA급 게임에 비해 훨씬 저렴한 정가 2만 500원 인디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점은 아니다.
그 외에 적고 단조로운 스테이지와 평면적인 스토리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기믹과 적들은 게임이 지닌 독특한 콘셉트에 어울리게 흥미롭긴 하지만, 반복해서 마주치기에 후반부에 가면 식상해진다. 스토리는 결말에 있는 소소한 반전 정도만 제외하면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오히려 바나나 친구 페드로가 중간중간 던지는 미국식 개그가 수준 높은 번역과 맞물려 더 흥미롭다. 이 역시 기획의도 자체가 깊이 있는 스토리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횡스크롤 런앤건 슈팅게임 ‘내 친구 페드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우 단순하다. 그저 최대한 빠르고 많이, 그리고 화려하게 적을 죽이면 되는 게임이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AAA급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B급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친구 페드로’를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슈팅게임의 존 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 또는 시리즈 신작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