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의 미숙한 LCK 운영, 팬 인내심 한계에 달했다
2019.09.04 18:24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게임 방송사가 20년 넘는 시간 동안 e스포츠를 주관하면서 각 리그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잡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을 주축으로 축적해온 덕분에 국내 e스포츠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좀 더 견고한 체계와 수많은 팬덤을 일찌감치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부분의 주요 e스포츠 대회가 게임사 주관으로 변경되면서 이 같은 대회 운영 완성도에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방송사 주관 하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던 '롤 챔피언십 코리아(이하 LCK)'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롤' 관련 대회를 주관한 이후부터 대회 전반적인 완성도가 하향되고 있다. 중계 기술은 물론이고 방송 송출 문제부터, 인게임 상황에서 벌어지는 문제까지 어느 하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2018 롤드컵 때부터 보였던 조짐들
라이엇이 모든 대회를 직접 주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부터다. 당시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만큼 국내 유저들의 기대는 상당했는데, 그 기대에 비해서 라이엇게임즈의 운영은 롤드컵 개막 시점부터 문제가 많았다. 우선 공식 홈페이지가 경기가 펼치기 전날까지 최신화되지 않았으며, 한국어 중계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 특히 방송 당시 트위치로 송출하는 과정에서 HD 화질을 지원하지 않는 현상이 계속 해서 발생하거나 인터뷰 과정에서 방송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방송 송출부분에서 미흡함이 많이 보였다.
작년 롤드컵의 경우 결승전 전까지만 해도 큰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조금 부족한 정도에 불과했기에 큰 논란으로 번지진 않았다. 유저들 또한 처음이니까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4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개최한 롤드컵 결승전에서 대회 진행에 많은 문제점을 보이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게 된다.
'2018 롤드컵' 결승전 당시 생긴 문제점들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경기장 설치 문제로 몇몇 좌석이 증발하면서 관객들의 티켓 등급이 하향되는 일이 일어났으며, MD샵 입장에 있어서 티켓 등급에 따라 팬들을 차별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반적인 오프닝, 엔딩 공연이 미흡했던 것은 물론, 경기장 내 편의 시설, 경품, 볼거리 역시 2014년에 개최했을 때보다 퇴보한 수준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개최를 하지 말라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로 대회 운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지 못했다.
팬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운영과 실수투성이 연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부터 '2019 LCK 스프링 시즌'이 시작됐다.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방송도 제작하고 중계도 맡은 첫 정규 시즌인 만큼 유저들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일단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해설진을 전용준, 성승헌, 김동준, 이현우, 강승현 등 검증되고 실력 있는 인물들로 알차게 구성했고, TV 중계 문제 역시 SBS아프리카TV와 원만한 협상을 통해 해결하면서 나름대로 괜찮은 시작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막상 1주차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족한 옵저빙 실력이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폰트,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밴픽 화면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OGN이나 스포티비보다도 부족한 연출력만 날이 갈수록 드러났다. 인터뷰 진행 시 하이라이트 영상이 출력되지 않는다던가, 선수들의 오프 더 레코드 영상도 없었으며, 경기 종료 후 출력되는 정보의 양과 디자인도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문제가 됐던 건 잦은 사고였다. 스프링 정규 시즌 당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방송사고로는 진에어 감독과 코치의 밴픽 노트가 그대로 카메라를 타고 노출됐던 사건이 있다. 밴픽 노트는 말할 것도 없이 감독의 주요 전략과 생각이 담긴 노트인데, 이걸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냈던 것이다. 당연히 팬들은 아마추어도 안할 실수라며 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밖에도 450석 밖에 안되는 경기장 좌석 중 가장 좋은 자리 100석을 관계자를 위해 예매 불가로 해놓는 다거나, 원딜 자리에서 수시로 터지는 퍼즈도 논란이 됐었다. 처음 운영하는 것을 감안해도 경기에 대한 기본 이해 조차 안돼 있는 연출과 팬들을 고려치 않는 운영에 유저들은 잔뜩 뿔이 났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역대 최악의 LCK 결승전
불만스러운 운영과 낮은 완성도의 대회였지만 어쨌든 리그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더불어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도 문제가 수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은 다소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31일 열렸던 '2019 LCK 서머 결승전'에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하고 부실한 진행으로 라이엇게임즈의 자질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번 결승전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다름 아닌 바로 경기장 규모와 좌석수가 이전에 비해서 터무니 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머 결승전이 열린 화정체육관은 예전부터 많은 e스포츠 경기가 개최된 곳이다. 그 때마다 보통 5,000석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되는 인원을 수용했기 때문에 좌석수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서머 결승전 당시 팬들이 예매할 수 있었던 좌석수는 겨우 3,500석 남짓이었다. 지난 스프링 결승전에 비해서도 2,000석 가까이 줄은 셈이다. 다른 메이저 리그 인 중국 LPL, 유럽 LEC, 북미 LCS의 서머 시즌 결승전 좌석수가 모두 1만 5,000석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넘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승전 당일날에도 여러 논란으로 라이엇게임즈는 입방아에 올랐다. 게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인 DJ소다가 뜬금없이 등장했던 오프닝 무대부터, 경기 내내 중계진 마이크 소리가 뭉개진다거나, 2세트에 발생한 퍼즈를 30분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한 기술 문제, 거기에 롤을 넘어 e스포츠 팬들 전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결승전 오프닝 영상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히 이 결승전 오프닝 영상의 경우 디펜딩 챔피언인 SKT가 그리핀에게 도전하는 것처럼 만들어낸 스토리 텔링이나, 영상 곳곳에 배치된 소품 및 구도가 한국 e스포츠 팬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채 만들어졌다는 매우 박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2019 LCK 서머' 결승전은 그야말로 라이엇게임즈의 무능함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었다. 정규 시즌은 기존에 OGN과 스포티비가 운영하던 포맷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방송 연출의 미숙함 정도만 드러났던 반면, 가장 중요한 서머 결승전은 경기 전부터 경기 후 까지 모든 부분에서 큰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이 채 사그라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열렸던 '2019 롤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밴픽 시작 직전에 스태프의 실수로 양팀 감독의 헤드셋이 서로 바뀌는 문제가 발생했다. 단순히 헤드셋만 바꾸면 되겠지만 각팀 선수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고 나서 상황을 체크했기 때문에, 전략 노출의 문제가 있어 이를 점검하느라 경기가 30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최악의 결승전이 끝난지 3일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실수가 일어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e스포츠 문화에 대한 이해와 팬들이 원하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본다면 라이엇게임즈의 대회 운영능력은 사실상 수준 미달에 가깝다. 지금까지 가꾸고 쌓아왔던 역사와 e스포츠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직접 운영을 다짐했다면 기존의 리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라이엇게임즈가 보여준 LCK는 유저들의 요구가 반영되기는 커녕 더욱 아쉬운 모습만 계속되고 있다. 1년에 걸친 졸속 운영으로 인해 팬들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만약 내년에 있을 다음 시즌만큼은 철저한 준비와 피드백을 통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