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힐링 맞아? 자꾸 삐딱선 타게 되는 게임 TOP 5
2020.04.16 17:47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상에는 폭력성을 배제한 전연령 게임들이 많다. 이들 게임은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또 다른 삶을 대리 체험하며 평화롭게 즐기는 게임들이다. 이들은 경쟁과 다툼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조그마한 성과를 얻으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자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그런데, 이런 게임들에는 꼭 좋지 않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튀어나온다. 이들은 마음 속에 숨겨왔던 악마들을 깨워서, 평범한 게임을 홀로코스트 게임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악마들이 대거 유입되는 순간, 평범한 게임은 엽기 게임아 되어버린다. 사탄이 실직할 만한 모습들이 매일 펼쳐지는, 악마를 부르는 게임 TOP 5를 살펴보자.
TOP 5. 심 재밌게 없애는 방법 알려주세요, 심즈 시리즈
전연령이 즐기는 비폭력 게임의 대표로 손꼽히는 심즈 시리즈. 인생 시뮬레이터라는 말처럼 나 자신을 심에 대입시켜 또 다른 인생을 살라고 만든 게임이건만, 악마들은 심즈에서도 피와 죽음을 찾아 헤맨다. 20년 전 출시된 심즈 1 때는 게임 시스템이 단순해서 심이 죽는 경우가 꽤나 드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심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말이다.
이후 2, 3, 4편으로 넘어오면서, 심을 죽이는 방법은 무궁무진해졌다. 시스템이 복잡다양해지면서 심이 죽는 경우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이를 공유하는 글들을 보면 현세에 강림한 악마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싶다. “어떻게 해야 단시간 내에 죽일 수 있나요”, “저는 맘에 안 드는 애들을 보면 XXXXX해서 XXXXX로 보내 버려요”, “XXX에 가둬놓고 XXXX하는 걸 보여주면 화나서 죽어요” 같은 글을 보자면, 현실 세계에 저런 신적 존재가 없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TOP 4. 지하 인간 농장은 애교였다,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 하면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모험과 건설, 토목, 제작 등을 하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모드에 따라 교육용 게임이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악마들은 이 게임에서도 무시무시한 짓들을 벌이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를 모아 주민들에게 가져가 아이템을 얻는 과정이 귀찮다며, 지하에 굴을 파고 주민들을 모아 놓은 채 사육하며 아이템만 쏙쏙 빼가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그야말로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들도 벌어진다. 2015년, 한 러시아 유저는 다른 게이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정에 빠뜨려 죽이고, 죽은 캐릭터들의 머리를 상자에 담아 놓거나 벽에 걸어 장식하다 발각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는 조금 과한 사례긴 하지만, 이보다 정도만 조금 약한 트롤링이나 잔혹한 행위를 일삼는 유저는 곳곳에서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악마들에게 자유도를 쥐어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TOP 3. 홀로코스트 게임인가요?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각종 놀이기구와 시설이 들어간 테마파크를 만들고 손님들을 맞이해 돈을 벌어 공원을 확장시키는 이 평화로운 시뮬레이션 게임은 이미 악마들에게 오염된 지 오래다. 이 게임의 목적은 관람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지만, 언젠가부터 악마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바로 관람객 괴롭히기다.
1999년부터 시작된 관람객 괴롭히기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홀로코스트 타이쿤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발전했다. 롤러코스터 레일을 중간에 끊어 놓거나, 물에 빠뜨리거나, 코스터 째로 공중으로 쏘아올려 죽이는 것은 이미 옛 일. 이제는 킬 카운트를 올리지 않고 괴롭히는 게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수십 년짜리 미로에서 헤매게 만들거나 기구에서 못 내려오고 평생 타게 하는 등 “제발 죽여 줘”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것만 전문으로 파고드는 이들의 블로그나 유튜브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TOP 2. 인간의 악의를 느껴라, 슈퍼마리오 메이커 시리즈
슈퍼마리오 스테이지를 자유자재로 만드는 닌텐도 공인 편집툴, 슈퍼마리오 메이커 시리즈. 다양한 아이템과 지형, 파츠, 적 등을 배치해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지만, 악마들의 손에 들어가면 이 역시 고문도구로 변신한다. 현재 슈퍼마리오 메이커 2 생태계를 보면 누가 더 플레이어 속 뒤집기를 잘 하는 지 경쟁하는 악마듀서101 오디션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나 점프할만한 곳에 투명 블록을 숨겨놓아 캐릭터를 가둬버리고 낙사시키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되었기에, 플레이어는 철저히 맵 제작자의 악의에 맞서 싸우게 된다. 물론 십중팔구는 악마 같은 제작자에게 무릎 꿇고 울기 마련이지만. 참고로 이 게임의 가장 악질적인 부분은 제작자가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서 클리어 한 맵만 네트워크 플레이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아예 깜깜한 어둠이면 쳐다보지도 않을 텐데, 아주 조그마한 빛 한 줄기가 있기에 희망고문이 계속된다. 마리오 메이커는 인간의 악의가 극한으로 치닫는 곳이다. 참고로 멀티 VS 모드에서는 그 와중에 서로 죽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악랄함의 극치다.
TOP 1. 힐링 게임 아니었어? 동물의 숲 시리즈
평화로운 게임의 선두주자, 동물의 숲 시리즈. 최근 모여봐요 동물의 숲 대란에서 볼 수 있듯, 이 게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마을을 꾸미고, 다른 플레이어를 초대하거나 초대받아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돼…야 하는데, 순진한 신규 유저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이미 악마들의 손길은 여기까지 미쳤다.
예전 시리즈부터 경험치를 쌓아 온 이 악마들은 모동숲에서도 활발히 활약(?) 중이다. 발매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고되는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사탄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잠자리채로 다른 플레이어를 때리며 쫒아다닌다거나, 입에 담기 곤란한 단어로 섬 이름을 지어놓거나, 보기만 해도 신경쇠약이 걸릴 듯한 무늬로 방 안을 도배해 놓는 것은 애교다. 물고기를 수조 안에 넣고, 그 수조를 해변가에 세워 놓은 후 “고향이 코앞인데 못 가는 거 보고 있으면 꿀잼”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돋을 지경. 튀동숲의 악마들은 지금도 꾸준히 진화 중이라, 올해 연말쯤 되면 어떤 지옥도가 펼쳐질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