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률 공개 법으로 정한다고 유저 불만 해결되나
2020.05.18 17:52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문체부가 지난 7일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는 게임 이용자 권익증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중 하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현재 개정 중인 게임법에도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넣어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발표 내용을 보니,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서 일단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고 있는 듯하다.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은 상품 개봉 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자형 아이템과 기존 아이템 성능 강화를 위한 강화형 아이템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반복적인 과다 결제 유발 가능성이 있어 사행성 우려가 존재하고, 복권 당첨 수준의 지나치게 낮은 확률과 공개된 확률의 진실성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해결 방법은 엉뚱한 데에서 찾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규제는 ‘확률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앞서 정부가 지적한 문제가 확률 공개만으로 해결될 수 있냐는 것이다. 정부가 지적한 ‘복권 당첨 수준의 낮은 확률’ 문제가 확률을 법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갑자기 높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서 유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용한 돈만큼 상품이 나오냐, 나오지 않느냐다. 아울러 0.000~으로 시작하는 극악한 확률과 유료 결제가 결합된 것에 극도의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으로 확률만 공개한다 한들,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부분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진행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통해 매달 주요 게임의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2020년 4월까지 매월 총 18회에 걸쳐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은 미준수 게임이 발표됐고, 미준수 게임에는 3N을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 게임은 없다.
위 표를 보면 가장 많이 미준수 게임으로 발표된 게임은 해외 게임이 주를 이룬다. 도타 2가 18회, 브롤스타즈가 14회, 에이펙스 레전드가 11회다. 그러나, 이 게임들에 대해 유저들이 확률 문제로 불만을 표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브롤스타즈의 경우 과금을 하지 않아도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MMORPG와 비교하면 요구하는 과금 수준도 낮은 편이라 여론도 호의적이다. 오히려 위 목록에 없는 매출순위 최상위권 확률공개 게임들에 대한 불만이 훨씬 높다. 다시 말해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0.000~ 수준의 낮은 확률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는 입장에서 납득할 수준의 과금 수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자율규제가 3년째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작 그로 인해 혜택을 입어야 할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해결됐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8년 4월에 자율규제를 강화했는데, 그 전후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율규제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2018년에 PC게임 유저와 모바일게임 유저 만족도는 각각 67.5%, 71.5%였는데, 2019년에는 각각 65%, 66.1%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확률 공개를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갈 리 없다. 정부가 정말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면 확률 공개만으로는 그 효과를 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문체부가 예로 든 해외 사례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하여 미성년자에게 판매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도 있고,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거래를 통해 금전적 가치로 환원이 가능하면 도박으로 판단한다는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있다. 이들의 강경책을 그대로 따라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