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로스 노가다가 좀 더 편해졌다, 스톤에이지 월드
2020.06.23 19:3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스톤에이지가 세상에 등장한 시점은 1999년이다. 무려 20년 동안 2억 명의 사람을 모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IP이다. 선사시대에 공룡을 수집하고 이를 키우는 재미를 통해 포켓몬보다는 못하지만 이에 준할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게임이다.
국내에서도 추억의 게임으로 손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IP임에도 유독 모바일에서는 힘을 못 냈다. 특히, 2016년에 나왔던 스톤에이지 비긴즈는 과금 뽑기가 과하게 들어간 부분이 재미를 해친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이에 넷마블이 심기일전하고 4년 만에 신작 ‘스톤에이지 월드’를 출시했다. 이번에 확실히 살린 지점은 딱 하나다. 좋아하는 공룡을 포획하고, 공룡을 모아나가는 수집의 묘다.
원작 같지만 원작 같지 않은 스톤에이지 월드
일단 스톤에이지 월드는 온라인과 같은 오픈월드 턴제 MMOPRG로, 설정이나 스토리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플레이어는 정령왕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한 차례 멸망하고, 사람과 공룡이 함께 살고 있는 '니스' 대륙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공룡을 펫으로 들여서 플레이어와 같이 성장시키고, 전투를 치르며, 퀘스트나 PvP, PvE 등을 수행하는 부분도 똑같다.
하지만, 온라인 출시 후 20년이 흐른 만큼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생겼다. 일단 그래픽부터 2D에서 3D로 바뀌었으며, 맵 크기나 모양도 많이 달라졌다. 원작에는 세르노스를 포함해 4개의 섬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는 사이너스, 쟈루, 가우린 등 3개의 섬만 등장한다. 더불어 맵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서 웬만한 마을이나 사냥터는 걸어서 이동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다. 섬 크기는 줄었으나 원작 감성은 그대로 담아내어 돌아다니는 맛을 더했다.
외모는 좀 달라졌으나 원작을 추억할만한 요소도 확실하게 담겨 있다. 가령, 게임을 시작하면서 고를 수 있는 플레이 캐릭터는 전부 스톤에이지 원작에서 가져왔다. 이 밖에도 메카 공룡이 등장하는 컷신이나, 댄스 마스터와의 춤, 성인식과 결혼식 퀘스트 등 원작을 재밌게 즐겼던 유저라면 코끝이 찡해질 만큼 추억이 돋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기약 없는 뺑뺑이는 그만, 공룡 포획이 쉬워졌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포획의 재미가 원작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단 스톤에이지 월드에는 유료 뽑기가 없다. 250종에 달하는 공룡 모두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과 다른 점은 몬스터가 등장하는 방식이 랜덤 인카운터에서 심볼 인카운터 방식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텅 빈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무작위로 공룡과 조우해 사냥을 벌이고 공룡을 포획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필드에 어떤 공룡이 돌아다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공룡에게 다가가 포획을 누르면 바로 잡을 수 있다. 때문에 공룡이 뜨기를 바라며 필드를 무작정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원하는 개체를 뽑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이번에도 온라인과 비슷하게 같은 계열 공룡이라도 전투력이나 잠재력에 따라서 등급이 달라지며, 등급이 높은 희귀 펫은 자주 등장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포획에 도전해야 한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경우 무조건 랜덤이었던 온라인과 달리 필드에 등장한 공룡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목표로 한 공룡 잡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기존 시리즈와 달리 필드에 포켓몬이 직접 등장하는 포켓몬 GO나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다.
이를 통해 포획할 공룡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능력치 좋은 공룡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잡는 것도 온라인보다 부담이 덜하고, 코스튬을 착용한 펫을 잡아 장비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힘겹게 잡은 공룡 능력치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도 공룡이 바로 눈에 보이기에 바로 재도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남는 펫은 펫 코인으로 바꿔서 필요한 부분에 쓰면 된다. 덕분에 자원만 허락한다면 마음껏 공룡을 잡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투 시 사용할 수 있는 펫이 한 마리에서 최대 5마리로 늘어나면서 보유한 공룡을 최대한 쓰면서도 좀 더 다채로운 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적 상성을 생각해 펫 진형이나 조합을 그때 그때 바꿀 수도 있고, 자동사냥에 적합한 최상의 덱을 연구하는 재미도 생겼다. 더불어 소지 가능한 펫 수 또한 6마리에 불과했던 원작에 비해 50마리로 늘어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유하고 기르는 재미가 더욱 커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없어도 페이 투 윈은 여전하다
물론 장점만큼 단점도 꽤나 명확하다. 캐릭터 수집에 유료 뽑기가 없을 뿐이지 페이 투 윈 요소가 완전히 없지는 않다. 가령 포획 횟수나 펫 성장, 강화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력이나 조개껍데기 같은 게임 내 필수 재화는 메인 퀘스트나 일일 퀘스트 만으로는 충분히 수급할 수 없다. 이를 추가적으로 얻기 위해선 매일 일정량의 과금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5성 펫인 진 골로스 같은 경우는 뽑기에는 결제가 필요 없지만, 사실상 과금이 아니면 얻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밸런스도 맞지 않는다. 현재 스톤에이지 월드는 만모에이지 월드라고 불릴 만큼 만모 계열이 월등히 좋다. 이 펫은 체력이 높고 적 체력을 흡수할 수 있어 유지력이 좋은 데다가 범위 공격을 구사하다 보니 대전 환경이나 사냥에 있어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만모로스만 5마리를 배치하는 것이 필승 전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굳이 만모로스가 아니라도 방어력이나 체력이 높은 캐릭터가 공격력도 높은 경우가 많아, 벌써부터 캐릭터 조합이 획일화된 상황이다. 수집형 RPG는 다양한 캐릭터 조합을 이용해 이런저런 전략을 시도하는 재미가 있는 장르인데 이 부분이 막혀 있다.
더불어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메인퀘스트나 100인 도장, 모험의 장 같은 콘텐츠를 다 클리어하고 나면,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경쟁전이나 자동사냥 같은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룡이나 마음껏 잡고 다니고 싶어도 활력에 제한이 있으며, 심지어 그 활력조차도 하루에 50개만 구매할 수 있다. 하루 만에 레벨 51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캐릭터 성장 속도가 빠른데도 불구하고 엔드 콘텐츠가 극히 적다는 점은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공룡 수집 좋아했던 원작 팬이라면 추천
스톤에이지 월드는 수집형 RPG임에도 불구하고 과금이 아닌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공룡을 포획하는 재미에 집중했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공룡을 잡고 키우는 재미를 좋아했던 유저라면 이 게임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해 오래 즐기기엔 부족한 면도 있다. 그래도 스톤에이지 핵심 중 하나인 공룡 수집이라는 맛은 살아있으니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볼만한 여지는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