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마니아 게이머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2021년
2021.01.14 18:2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서브컬쳐 마니아에게 2020년은 그다지 유쾌한 한 해는 아니었다. 서브컬처 장르 게임도 흥하고 콘텐츠도 넘쳐났던 2019년과 달리 작년엔 코로나19로 주요 작품들이 연기되거나 밀리면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은 다르다. 영영 신기루 상품(베이퍼웨어)으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서브컬처 작품들이 다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게이머들과 직접 연관되는 콘텐츠를 게임메카가 모아봤다.
13년의 간절한 기다림, 월희 리메이크
'월희'는 비주얼 노벨게임의 전설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작품으로, 이 게임이 없었으면 지금의 타입문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다만 게임이 윈도우 95와 98로 출시됐을 만큼 오래됐다 보니 현시점에선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리메이크를 원하는 팬들이 많았고, 타입문 또한 2008년 월희 리메이크를 제작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0년까지 발매일은 커녕 개발 현황조차 알려지지 않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러던 중 월희 출시 20주년 하고도 2일 뒤인 지난 12월 31일, 게임의 리메이크판인 ‘월희: 어 피스 오브 블루 글라스 문’의 발매가 결정됐다. 당연히 팬들은 해가 서쪽에서 뜬 거 아니냐며 굉장한 환호를 보냈다. 심지어 함께 공개된 오프닝 영상의 완성도가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떤 타입문의 게임 및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훌륭한 수준이라 팬들은 더더욱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올 여름 서브컬쳐계는 한동안 월희 열풍으로 떠들썩하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경주마 소녀들의 무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는 사이게임즈에서 제작한 미소녀 게임으로, 경주마를 모에화 한 것이 특징이다. 농담 같지만 진짜로 말귀와 꼬리가 달린 미소녀들이 낮에는 트랙을 달리고 밤에는 아이돌로 활동한다는 기묘한 설정의 게임이다. 워낙 독특한 콘셉트 탓에 처음 공개됐던 2016년부터 많은 팬들로부터 ‘말딸게임’이라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고, 그 인기 덕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1기가 완결되고 2기 제작 소식이 발표되는 5년동안 정작 게임은 출시되지 않아 묘한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갑작스레 우마무스메 서비스 개시일이 공개됐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던 게임인 터라 팬들 모두 이제는 기대를 완전히 접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출시일이 나오자 팬덤이 불타올랐다. 심지어 발매일도 2월 24일로 그리 멀지 않다. 물론 문구에 서비스 날짜가 예고없이 변경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어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게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지 않는 한 연내 출시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프로듀서들은 웁니다, 밀리마스 애니메이션
월희 리메이크, 말딸게임과 더불어 서브컬쳐계의 3대 신기루로 손꼽히던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이하 밀리마스) 애니메이션이다. 밀리마스가 데뷔한 시점이 2013년이니까, 무려 7년 동안 애니메이션이 단 한 편도 제작되지 않았다. 그동안 선배 아이마스와 신데마스는 물론 남자 아이돌 후배인 사이마스 마저 애니메이션이 나왔는데, 밀리마스만 관련 소식이 일절 없었으니 프로듀서들은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죽했으면 밀리마스 애니보다 리버풀 FC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더 빠르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두들 희망을 놓은 지난 7월, 갑작스레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당연하게도 팬들의 반응은 좋은 의미로 폭발했다. 일단 밀리마스 애니메이션은 다른 아이돌 마스터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풀 3D로 제작되며, 카툰렌더링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2D라고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작화를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 덕분에 밀리마스 프로듀서들의 2021년은 한없이 따뜻할 것으로 보인다.
대운동회 후속 애니메이션 방영 결정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어릴 적 SBS나 투니버스 등에서 방영한 ‘파이팅! 대운동회’란 만화영화를 한 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 게임을 포함하는 미디어믹스 기획 ‘대운동회’의 일부다. 국내 방영 당시에 여학생들이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에 맞서서 체육대회를 펼친다는 독특한 줄거리에 호쾌한 연출이 더해져 나름대로 큰 인기를 얻으며 마니아층이 있는 IP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년 6월, 뜬금없이 대운동회의 신작 애니메이션이 발표됐다. 그것도 무려 23년 만의 정식 후속작이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전작의 100년 뒤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외계인과의 체육대회를 다루게 될 예정이다. 공개된 홍보 영상은 그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추억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게 됐다는 것에 감사해하는 골수팬도 있다. 2021년 방영이 될 때쯤엔 이 기세를 몰아서 게임까지 출시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올해도 페이트는 풍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애니메이션
페이트 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는 타입문의 여러게임 중에서도 꾸준하게 애니메이션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발표된 작품 수만 놓고 보면 십수 년 전부터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보다 많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19년에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방영된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편은 엄청난 수준의 액션과 작화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애니메이션이 다수 방영 및 개봉할 예정이다. 일단 원작 메인 스토리의 제6특이점을 다루고 있는 ‘신성원탁영역 카멜롯’ 후편이 극장에 개봉한다. 전편이 혹평을 받은 와중에 감독이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에 참여했던 감독으로 바뀌면서 어마어마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개그 요소를 강조한 캐주얼 애니메이션인 페이트 그랜드 카니발도 올해 OVA로 공개된다. 여러모로 타입문 마니아들에겐 행복할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될 듯하다.
게임으로 돌아오는 타이의 대모험, 인피니티 스트라슈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이하 타이의 대모험)'은 에닉스의 대표작이자 JRPG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만화다. 탄탄한 설정과 매력적인 오리지널 스토리 덕분에 큰 인기를 얻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이 애니메이션은 심지어 작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워낙에 잘 만들어진 탓에 게임으로 역수출되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았으나, 처음 연재가 시작된 1989년 이후로 한 번도 게임으로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작년 5월, 무려 세 개의 타이의 대모험 게임이 발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얻은 것은 당연히 콘솔로 제작 중인 액션 RPG '인피니티 스트라슈: 드래곤 퀘스트 타이의 대모험(이하 인피니티 스트라슈)'다. 스퀘어 에닉스가 직접 제작하는 데다가 타이의 대모험 스토리를 그대로 쫓아가는 게임이다 보니 당연히 많은 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덕분에 2021년엔 타이의 대모험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이 모두 함께 게임을 즐기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