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21, 확정구매에 이어 ‘선수팩 결과 미리보기’ 도입
2021.06.21 16:07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전세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압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EA가 피파 21 선수팩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을 구매 전에 미리볼 수 있는 기능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EA는 지난 5월에 제한된 기간 동안 클럽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는데, 이번 미리보기 기능까지 도입하면서 피파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도로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에 제공되는 팩 미리보기는 국내 기준으로 6월 19일부터 오는 7월 16일까지 진행되는 FUTball 축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축제 기간 동안 판매되는 피파 얼티밋 팀(FUT) 팩에 포함된 아이템을 구매 전에 미리 볼 수 있으며, 국내를 포함해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미리보기로 구성을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하면 무료 재화 ‘FUT 코인’ 혹은 유료 재화 ‘FIFA 포인트’가 소모된다. 아이템 구성을 미리 확인한 후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재화가 소진되지 않으며, 다음 ‘미리보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일종의 쿨타임이 걸린다. 쿨타임은 24시간이며, 24시간이 지나야 다시 ‘미리보기’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도 EA는 한시적으로 피파 21 얼티밋 팀 모드 상점에서 경기장 테마, 홈경기 유니폼 등 클럽 아이템을 개별로 판매한 바 있다. 개별 아이템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으나, 피파 시리즈에 랜덤박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팩 미리보기 도입에 대해서도 EA는 ‘피파 게임플레이 환경을 누구나 만족하도록 부단히 개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EA의 이 같은 움직임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에 맞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구성을 미리 확인하는 기능은 2019년에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프랑스 버전에 도입됐고, 이와 함께 밸브는 프랑스에서 스팀 장터를 통해 전리품 상자를 구매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는 2018년 6월 프랑스 온라인도박규제위원회(ARJEL)가 게임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현지법으로 도박은 아니지만 미성년자를 도박에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있으며, 아이템을 현금으로 재판매할 수 있을 경우 도박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 이전에도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이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네덜란드 법원은 작년 10월에 피파 시리즈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간주하고 EA에 1,000만 유로(한화 약 135억 원) 상당의 벌금을 선고한 바 있다. 아울러 유럽의회 산하 내수시장 소비자보호위원회(Internal Market and Consumer Protection)는 작년에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돈을 지출하는 행위는 도박으로 간주할 수 없으나, 일부 확률형 아이템은 소비자에게 도박 중독, 통제 불가능한 지출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작년 12월에는 유럽 중 주요 게임시장으로 손꼽히는 영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Royal Society for Public Health)는 13세에서 24세 사이 영국 게이머 611명을 조사한 결과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관련해 연령제한과 지출 추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18세 미만 게임에서 삭제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올해 2월에는 프랑스 파리 변호사 2명이 각각 피파 얼티밋 팀 모드를 도박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E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에는 해외 매체 CBC가 EA 내부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EA가 더 많은 유저를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이뤄지는 피파 얼티밋 팀 모드로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하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피파 시리즈 확률형 아이템에 관련한 논란에 대해 EA는 여러 국가 법에서 해당 상품은 도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 제기된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게임에 돈을 쓰도록 강요하지 않으며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제공하여 게임에서 아이템 획득에 지나치게 지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피파 플레이어는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여러 나라에서 높아지고 있으며, 피파 시리즈는 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 대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이벤트 형식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변화를 주는 배경에는 차기작 피파 22를 앞두고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