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 단어가 디아블로에서 나온 말이라고? TOP 5
2023.03.23 15:44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무리수, 승부수, 사활, 초읽기, 패착, 포석, 호구... 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바둑에서 유래한 단어들이라는 점이다. 오래 전부터 국민 게임으로 널리 사랑받아온 바둑이기에, 여기서 쓰인 단어 일부가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쓰이게 된 것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이 같은 단어들은 아는 경우가 많으니, 실로 일상에 스며든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다. 게임과 게이머들 사이에 쓰이던 용어가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진 경우 말이다. 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역사가 긴 게임일수록 그 빈도수가 높은데, 디아블로 시리즈가 딱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일부 단어는 게임계를 넘어 비게이머들도 흔히 쓰는 단어가 되었으니, 그 파급력을 짐작할 만하다. 오늘은 디아블로에서 유래한 단어들을 모아 봤다.
TOP 5. 님폰없
이 기사 내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신조어인 '님폰없'은 '님 스마트폰 없나요?'의 줄임말이다. 블리즈컨 2018의 디아블로 이모탈 관련 Q&A에서 PC 연동 계획이 없다는 대답에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자, 무대에 올랐던 블리자드 노스 개발자 와이엇 챙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농담처럼 "여러분 폰 없나요?"라는 말을 던졌다. 이를 지켜본 게이머들은 해당 문장을 밈처럼 활용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줄임말로 '님폰없'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뭐, 발매 시점에 디아블로 이모탈은 PC-모바일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했지만 나중 얘기다.
아무튼 국내 커뮤니티에서 '님폰없'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자, 'X없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실 '없찐'의 시작은 1년 전 소녀전선이었지만, '님폰없'을 약간 변형시킨 '폰 없는 찐따'라는 은어의 줄임말인 '폰없찐'이 유행함에 따라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후 해당 단어는 뭔가 남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제품이나 아이템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일컬어 놀리는 말이 되었다. 다만, 비하의 뜻을 담고 있는 말이므로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TOP 4. 헬 난이도
게임의 난이도를 통칭하는 단어는 보통 Easy-Normal-Hard 정도가 기본이고, 그 이상으로 가면 Very Hard, Expert 같은 단어들을 쓴다. 여기에 악몽(Nightmare), 미친(Insane) 같은 단어도 가끔 쓰는 편이며,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지옥(Hell)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 이름에 '헬'이라는 단어를 붙인 최초의 게임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확실한 것은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이를 사용하고부터 보편화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디아블로 시리즈의 헬 난이도는 몬스터의 체력과 공격력, 방어력 등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속성 면역까지 받아 엄청나게 어려운 모드로 악명이 높았다.
'헬'이라는 단어가 짧기도 하고 뜻 전달이 확실해서 그런지 일상 생활에서도 "이거 완전 헬 난이도(헬 모드)네" 같은 말을 종종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채나 카드론, 도박, 카푸어 등으로 감당 못할 채무를 지거나, 음주운전, 타인에 대한 재산/인명적 피해를 입힌 사건 등을 저지른 사람에게 '인생 헬 모드 진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부디 헬 난이도는 게임에서만 즐기도록 하자.
TOP 3. 버스
MMORPG나 AOS 등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 중 '버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레벨이거나 좋은 장비를 맞춘, 혹은 실력이 좋은 플레이어 한 명이 여러 명을 끌고 다니며 고난이도 맵이나 미션을 클리어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다니는 유저들은 별로 할 게 없으니 '승객'이라 부르고, 버스를 지휘하는 유저는 '버스기사'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흔히 쓰이는 버스라는 단어는 디아블로 2 시절 탄생했다. 이전까지는 MMORPG에서 고렙 유저가 저렙 유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쩔'이라고 표현했는데, 디아블로 2에서는 고레벨 한 명이 저레벨들을 헬 카우방까지 스피디하게 깨주는 것을 '택시' 혹은 '버스'라 표현했다. 한 명이 여러 명을 끌고 다니는 것이 버스 같기도 하거니와, 초기 디아블로 2에서 한글 채팅을 지원하지 않아 bus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 계기지만, 결국 이 단어는 '쩔'을 대체하며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TOP 2. 되팔렘
공급이 한정적이면서 수요가 높은 상품일수록 구하기 힘든 것은 당연지사다. 자연히 물건을 선점했다가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영어로는 리셀러라고 하고, 한국어로는 되팔이라고 부른다. 과거부터 존재해 온 암표상 역시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물건의 시세를 올리는 주범(?)이다 보니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 그래서인지 리셀러나 되팔이보다 좀 더 공격적인 단어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와중 탄생한 단어가 바로 '되팔렘'이다. 디아블로 3 한정판 사재기 사태 때 게임 내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네팔렘'과 '되팔이'를 합쳐 부르기 시작한 말인데, 어감상 욕과 비슷하게 발음되며 찰지다는 반응을 얻으며 지분을 얻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반인들도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되팔렘'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간혹 '렘'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 알겠지? (찡긋)
TOP 1. 국민템
'국민템'이라는 단어는 게임 뿐 아니라 실생활 여기저기서 많이 쓰인다. 육아를 쉽게 도와주는 '국민 육아템', 추위를 막아주는 '국민 방한템'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도 존재한다. 각종 인기 게임들의 공략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국민트리' 역시 어원을 찾으면 여기며, 이 단어 역시 어원을 찾으면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나왔다.
과거 디아블로 2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고성능 장비를 '국보급 아이템(국보템)'이라고 불렀는데, 아이템 복사 파동이 터지며 수많은 '국보템'들이 복사되어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가질 수 없었던 장비를 누구나 가지게 되자 사람들은 이를 두고 '국보템'이 아닌 국민 모두 가진 아이템이라는 비꼼을 담아 '국민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비꼬는 뜻이 빠지며 널리 쓰인다는 뜻의 '국민 XX'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후 '국민 여동생'이나 '국민 배우' 같은 호칭으로도 널리 쓰이며 현재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