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버서커의 맛있게 매운 복수극, 카잔
2024.11.14 12:00 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은 국내 인기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IP를 소울라이크 느낌의 하드코어 액션 RPG으로 녹여냈다는 점에서, 첫 공개부터 많은 유저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얼마 전 진행된 포커스 그룹 테스트와 테크니컬 테스트에서도 액션과 분위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그런 카잔이 이번 지스타 2024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로 체험해 본 카잔은 정식 출시가 기다려질 정도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카툰 렌더링을 바탕으로 한 그래픽과 연출은 생각보다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으며, 계속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매콤한 보스전을 만날 수 있었다.
진한 소울류의 향기, 카잔의 복수극을 그린 하드코어 RPG
플레이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얀 설산 '하인마흐'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 곳에서 카잔은 펠 로스 제국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양 힘줄이 끊어지는 형벌을 받은 후 포박된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 과정에서 블레이드 팬텀이라는 의문의 존재를 만나 힘을 되찾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제국을 향한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카잔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3D 카툰 렌더링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카툰 렌더링 특유의 선이 강조된 그래픽이 어둡고 처절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며, 성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영화 같은 연출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제작진은 앞서 소울라이크가 아닌 하드코어 RPG를 추구한다고 전했지만, 시연 버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스토리 초반부에서는 소울라이크의 진한 향기가 느껴졌다. 일반 몬스터도 상당히 높은 체급을 가지고 있는 데다 사각지대에서 기습해오는 경우도 있었으며, 사망할 시 소지하고 있는 재화를 모두 잃어버린다는 점 등 소울라이크 경험자라면 익숙한 요소가 곳곳에 보였다.
다만 스킬 측면에서는 카잔 만의 강점이 돋보였다. 보통 한 두 개의 스킬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소울라이크와 달리, 카잔에서는 총 6개의 스킬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서로 합을 주고받는 신중함 속에서도 꽤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구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적이 장판형 공격을 가하면 공중 스킬을 사용해 이를 회피하며 공격하거나, 빠른 이동 스킬로 적의 뒤를 잡아 공격 기회를 잡는 것도 가능했다.
이에 더해 스태미나 시스템 역시 인상 깊었다. 보통 스태미나와 기절치가 나뉘어져 있는 다른 액션 RPG와 달리, 카잔은 스태미너와 기절치를 공유한다. 스태미나가 바닥 난 상태에서 공격을 당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이는 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플레이어가 그로기에 빠질 경우 적 공격에 무방비해져 위기에 빠지지만, 반대로 적이 그로기 상태가 되면 강력한 처형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태미나는 게임 내내 가장 핵심 포인트로 작용한다. 나아가 막기와 회피는 스태미나 소비가 큰 반면, 타이밍을 맞춰 퍼펙트 패링에 성공하면 거의 스태미나가 닳지 않는다. 이 때 적 스태미나는 크게 소진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패링 위주로 전투를 하도록 유도한다.
풍성한 패턴과 기믹, 보스전은 맛있게 맵다
시연 버전에서는 '볼바이노'와 '랑거스' 두 가지 보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볼바이노는 망치와 쐐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괴수형 보스이며, 랑거스는 둔기형 대포를 휘두르는 인간형 보스다.
직접 만난 보스는 두 종류밖에 없었으나, 보스가 가진 다양한 패턴과 기믹 덕분에 볼륨이 적다는 느낌은 없었다. 연격 위주로 구성된 일반 공격부터 특정 스킬로만 반격할 수 있는 버스트 어택, 원거리 공격 등 여러 방식의 공격을 구사했다. 그에 맞춰 플레이어도 패링, 카운터 어택, 회피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며, 그러한 점이 전투의 단조로움을 크게 덜어낸다.
아울러 보스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2페이즈 돌입과 동시에 필살기를 사용하며, 이후 새로운 패턴이 추가된다. 볼바이노는 바닥 전체에 화염 장판을 전개하며, 랑거스의 경우 망치를 화염방사기로 변환해 회전하며 전방향 공격을 시전한다. 이후에도 이를 응용한 다양한 패턴이 플레이어를 위협해온다.
이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패링과 회피가 아닌 다른 방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맵에 있는 고저차를 이용해 장판으로부터 벗어난다거나, 공격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달리기를 유지하는 방식 등이다. 이전처럼 패링과 회피로 피하려 하다가는 그대로 게임 오버를 마주하기 일쑤다.
때문에 정보가 없는 첫 조우 시에는 보스전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다만 보스 패턴이 꽤 직관적이기에, 파훼 방법을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건 못 깰 것 같은데?'가 아닌, '조금만 더 하면 깰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들도록 적정선을 유지하는 셈이다.
시연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카잔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스태미나 시스템은 다른 작품에는 없는 카잔 만의 전투를 완성시키며, 여기에 상당한 몰입감과 손맛을 살린 액션, 다양한 보스 기믹이 힘을 보탠다. 어느 때보다 시연 시간이 짧게 느껴졌으며, 내년 초 만나게 될 카잔의 완성된 모습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