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과 도입으로 게임 개발은 물론 전 분야에서 일을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도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바로 AI를 활용한 해킹과 도둑질입니다. 세상의 모든 도구가 쓰는 사람에 따라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듯, AI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리고, 최근 기술 발전을 등에 업고 이를 독처럼 휘두르는 이들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그 기세가 가히 ‘AI 범죄 폭동'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최근 벌어진 모든 사건이 AI를 사용했다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피해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면 급속도로 발전한 AI와의 연관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AI를 통한 디컴파일(역설계)로 게임을 베껴가는 사례는 이미 흔해졌는데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도 AI로 모방한 출품작이 대거 몰렸고, 도둑질 및 협박 피해 사례도 매일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세계 최대 디컴파일 커뮤니티 Decomp.dev는 자칫 범죄자들의 커뮤니티가 될 것을 우려해 문을 닫았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해킹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캡콤, 반다이남코, 부시로드, 스퀘어에닉스, 굿스마일, 워호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자체 서버, 혹은 위탁사를 통해 공격을 받아 일부는 민감한 정보들을 탈취당했습니다. 콘솔 역시 PS5에 이어 스위치 2까지 AI로 탈옥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이러한 연쇄 유출에서는 AI로 취약점을 훑은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회원·결제 정보·본편 콘텐츠까지 온라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업계는 이러한 공격에 특히 취약합니다. 공격자는 구멍 하나만 찾으면 되지만 방어자는 모두 막아야 하는 만큼, 이런 사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큽니다. 외부 위탁사가 약한 고리가 되는 만큼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보안 점검이 시급한데, 결국엔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다 100% 막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세계관에서 '블랙월' 너머 바깥의 넷은 지옥입니다. 무수히 발전한 적대적 AI가 인류를 위협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나이트 시티에서는 인트라넷 수준의 폐쇄적인 넷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실의 흐름과 비교해 보면 낯설지가 않습니다. AI의 공격이 거세지면 이를 막기 위해 AI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면 급속도로 발전해 이를 뚫는 AI가 생기고, 이를 또 막고 뚫는 일이 끝없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누려 온 자유로운 넷 공간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속 설정이 현실의 경고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