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설립하며 픽사 같은 개발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픽사 작품이라면 다들 믿고 보지 않나. 여러 감독이 서로를 도와가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픽사처럼, 에이스톰 역시 여기서 제작하는 게임에 모두가 기대를 걸고, 질 좋은 게임을 꾸준히 출시하는 회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최강의 군단’의 제작사, 에이스톰 김윤종 대표는 회사 설립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변했다.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등으로 액션 온라인게임 장르에 한 획을 그은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네오플의 주축 멤버를 모아 신생 개발사 에이스톰을 세웠다. 그리고 그 첫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생각하는 ‘픽사 같은 개발사’란 어떤 회사일까? 게임메카는 에이스톰의 김윤종 대표를 직접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작 작업에 있어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긴밀한 협업’이다. 김 대표는 탁구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다. 탁구를 가장 재미있게 칠 수 있는 방법은 비슷한 실력의 사람끼리 공을 주고 받을 때다. 한 쪽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반대로 처지면 랠리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인 승부가 되기 싶다.
▲ 에이스톰의 홈페이지에는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묻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그는 “게임 개발도 탁구처럼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일을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혼자서는 풀지 못한 점을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 해결해냈을 때 뿌듯함이 느껴진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이 재미 요소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강의 군단’의 제작진은 게임의 생명인 ‘감각 액션’을 확실하게 정의하기 위해 개발자 개개인이 좋다고 느끼는 일상적인 감각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회의를 통해 이 중 대중적인 감각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개발진의 말에 의하면 이 ‘감각 리스트’의 분량은 A4 용지로 9페이지에 달한다. 또한 직원들이 평소 즐겨 하는 ‘팽이 돌리기’의 손맛이 좋다는 점을 착안해, 이를 게임의 액션으로 승화시킨 사례도 있다.
▲ '최강의 군단'에서 팽이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티거'
이처럼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함께 일하는 재미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네오플 때 느낀 점이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자회사의 입장에서 모회사인 넥슨의 방향성에 맞춰줘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그래서 네오플 내에서 하지 못했던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대우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에이스톰을 설립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게임산업은 잘 알려졌다시피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어떠한 능력을 바탕으로 작업에 착수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김윤종 대표는 “그러나 게임업계 역시 주주들 혹은 핵심 임원에게 수입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던전앤파이터 차기작, ‘월드 오브 던파’를 아시나요?
▲ '던전앤파이터' 원화
김윤종 대표는 ‘사이퍼즈’를 출시한 이후 ‘던전앤파이터’의 차기작을 기획 중에 있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월드 오브 던전앤파이터’. 김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자체가 규모가 좀 작은 게임이라 언젠가는 안정된 구조를 바탕으로 대규모 RPG를 만들 필요가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라며 “마침 당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MMORPG로 옮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흥행 중에 있었다. 이에 착안해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잇는 MMORPG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실현에 옮기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월드 오브 던전앤파이터’에서 생각했던 부분을 ‘최강의 군단’에 많이 반영했다고 밝혔다. ‘던전앤파이터’ 자체를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새롭게 생각한 부분 역시 좋다는 것이 김윤종 대표의 자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의 디렉터로 활동한 경력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김윤종 대표는 이러한 질문에 실전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유저들의 호불호를 가늠하는 법과 적정한 난이도에 대한 감을 잡는 방식, ‘사이퍼즈’를 통해서는 캐릭터를 중심에 둔 게임의 제작 방식과 액션의 감각을 살리는 부분에 대한 경험을 얻었다. 그는 “사이퍼즈 역시 마우스의 조작감을 최대한 살린 액션이 있는데 그 느낌이 꽤나 괜찮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운영 노하우 역시 무시하지 못할 경험이다. ‘던전앤파이터’ 부터 유저와의 소통을 중시 여긴 김 대표는 피드백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확인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은 ‘최강의 군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 대표는 “이용자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고, 이를 반영할 수단이 충분할수록 게임이 더 발전할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라며 “서버 및 운영의 경우 기존 ‘던전앤파이터’에서 이를 맡았던 경험 있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탈 없이 서비스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라고 전했다.
▲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최강의 군단' VIP 초청회
해당 현장에는 IMC 김학규 대표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에 올랐다
▲ 김 대표는 팬아트 등 2차 창작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최강의 군단'의 공식 까페에 올라온 팬아트
네오플 전 대표인 위메프 허민 대표와의 인연 역시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허 대표가 ‘최강의 군단’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김윤종 대표는 “허민 대표는 게임을 해본 적도, 동영상을 본 적도 없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힘을 북돋아주는 정도다”라며 “게임을 제작할 때 불확실한 마래 때문에 지칠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괜찮다고, 잘 될 것이라며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던전앤파이터’ 때도 그러했으며, 현재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마우스 기반의 쉽고 감각적인 액션과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다수의 캐릭터에 중심을 둔 액션 RPG ‘최강의 군단’이 탄생했다. 김윤종 대표는 “이번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각 캐릭터를 한 번씩 해보길 권한다. 각기 다른 감각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나와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 되리라 본다”라며 “또한 게임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부탁 드린다. 게임 홈페이지는 물론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등 어디라도 상관 없다. 게임에 대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어디에 올라와 있든 꼭 체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최강의 군단, 내 생애 1번째 액션 RPG으로 자리잡길
▲ 6월 21일 비공개테스트를 실시하는 '최강의 군단' (사진제공: 에이스톰)
앞서 밝혔듯이 ‘최강의 군단’은 다양한 액션을 마우스 하나로 제어하는 간결한 조작을 추구한다. 여기에 퀘스트 수행에 편의성을 더한 미션노트 등, 기존 MMORPG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요소가 세밀하게 반영된다. 즉, 에이스톰은 ‘최강의 군단’의 방향성을 ‘최대한 쉽고 간편한 액션 RPG’로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윤종 대표는 “최강의 군단이 기존에 RPG를 하지 않았던 유저들의 첫 번째 게임이 되길 바라고 있다. RPG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용어도 많고, 선택해야 하는 부분도 많으며, 진행을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녀야 한다.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이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게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부분을 어려워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게임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게임을 즐기며 RPG라는 장르의 재미를 알아가도록 유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김 대표가 말한 ‘내 생애 첫 번째 액션 RPG’란 모토 에도 이러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는 “최고의 RPG가 아니더라도 내가 RPG라는 장르를 접한 첫 번째 게임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쉽기만 한 게임은 재미없다. 깊이 파고들거나 몰두할 부분이 없다면 이 게임은 수명을 오래 이어가지 못한다. 김 대표는 ‘최강의 군단’에서 이러한 요소가 액션에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강의 군단의 경우 조작은 간단하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액션이 구현되도록 되어 있다. 즉, 각 상황에 맞는 스킬을 서로 조합해가는 재미가 살아있다는 것이다”라며 “또한 범고래를 타거나, 물총을 쏘는 등 기존에 없었던 기술을 사용하는 맛 역시 쏠쏠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같은 키를 눌러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술이 발동된다
나아가 일상에 작은 행복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소망이다. 그는 “학창시절에 살만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좋은 소설이나 게임을 발견할 때였다. 유저들 역시 삶에 힘들고 지칠 때 우리 게임을 하며 활력소를 찾길 바란다. 직장인 혹은 학생들이 저녁에 잠시 쉬면서 플레이할 때. 삶의 행복이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김윤종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때와 마찬가지로 ‘최강의 군단’의 캐릭터 설정을 직접 하고 있으며, 이를 묶은 설정집을 출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설정집의 분량은 A4 용지로 100페이지라 한다.
▲ '최강의 군단'의 공식 까페에는 세계관 및 캐릭터 설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해당 이미지는 까페에 게재된 세계관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김 대표는 캐릭터 혹은 배경 이야기에 대한 확실한 설정이 게임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모델러, 사운드 등 다수의 사람이 캐릭터 하나를 만들고 있다. 즉, 우리가 만들 캐릭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통일성 있는 게임을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며 “반대로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확고하면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