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드코어 게임이 각광을 받으면서 게임 장르 중 가장 흔하다는 RPG, 그리고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SNG를 섞은 퓨전게임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지난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히어로스퀘어’도 하나인데, 위메이드에서 개발돼 무려 3년에 가까운 시간과 그에 수반되는 개발비로 주목을 받기도 했던 타이틀이다.
앞서 결론을 내리자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몰입감 높은 소셜 RPG를 즐긴데다, 자잘한 재미까지 맛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RPG계열에서 대세라고 칭할 만한 타이틀이 없었는데, 나름 선점을 노려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선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게임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대기업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편안한 승차감
매주 수십 개의 모바일게임을 접하는 기자에게 ‘진입 장벽’이라 함은 게임 설치→실행→초반 다운로드까지의 인내심 수치를 의미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모바일게임을 만나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기자처럼 변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때문에 인내심이 상당히 줄었다. 특히 초반 로딩이 길어지는 게임은 자연히 기다리는 사이에 지루해져서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특히 미드코어 류의 몸집이 큰 게임은 더하다.
▲ 농장처럼 생겼지만 실제 역할은 캐릭터 육성을 위한 공장에 가까운 농장
이런 면에서 ‘히어로스퀘어’는 예상외로 가벼운 몸집을 자랑하는 게임이었다. 일반적으로 SNG나 RPG는 둘다 방대한 리소스와 메모리를 요구하는 장르다. 화면 가득 자잘하게 들어찬 건물과 움직이는 풀3D 그래픽의 게임은 자연히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히어로스퀘어’는 최적화라는 난제를 적절히 극복해 냈다. 물론, 초반 설치 용량이 303메가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운로드에서 인내심을 닳게 만들지도 않은데다 게임플레이 자체도 캐주얼 퍼즐게임을 하는 듯 스피드있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스마트 디바이스 특징적인 터질듯한 발열 현상은 나타났지만.
특히 미드코어 게임들이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버 딜레이 현상도 찾을 수 없었다. 보통 실외의 불안정한 온라인 환경에서는 유저가 반강제적인 정체현상을 겪게 되는데, 외부 근무를 다니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보통 스마트폰의 발열이 심해지거나 배터리가 떨어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마련인데, 이런 모습도 볼 수 없었다.
▲ SNG는 사소한 아이템 하나 하나가 다 리소스
▲ 게임 플레이하는 내내 한적하고 평화로운 서버를 느낄 수 있었다
서버 운용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카카오 인기게임이라면 누구나 겪는 첫 주말 피크타임에 수시로 일어나는 서버 랙과 튕김 현상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험치 이벤트까지 진행했음에도 게임 내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몰입도 높이는 자연스러운 퀘스트 진행
▲ 이 긴 맵을 언제 다 뚫을 것이냐
롤플레잉 게임에서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퀘스트다. 사용자 입장에서 퀘스트를 수락하고, 완료까지 움직이는 동선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몰입도도 깨지고, 게임 자체가 지루해질 수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히어로스퀘어’는 퀘스트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는 물론 동선도 상당히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는 편이다. 동일 던전 퀘스트가 엇나간 시점에서 발생한다거나 자신의 레벨 보다 높은 퀘스트가 주어져서 할일 없게 만드는 일이 없었다.
▲ 달성도에 따라 던전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같은 던전에서 퀘스트를 하게 되더라도 진입할 때마다 던전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거나 맵의 구조가 변경되어 있다는 등의 변화를 추구했다.
기본 영웅이 너무 좋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
캐릭터 면에서도 직업별 특색이 잘 살아 있는 영웅이 등장한다. 영웅들은 10레벨, 15레벨, 20레벨 등 5레벨 별로 하나의 스킬을 배우게 된다. 이때 사용자는 주어지는 두 개의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어떠한 길을 고르느냐에 따라 색다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턴제 전투이기 때문에 광역 스킬을 위주로 뽑는다거나, 대미지가 높은 영웅을 다른 조합으로 두 명 키우게 되는 일도 있다.
다만 기본 영웅이 상당히 좋아 과금까지 가지 않아도 즐겁다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과금 영웅보다 기본 영웅이 더 좋게 느껴질 정도라 더하다. 또한, 유료 영웅은 과금할 때에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질러 놓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아쉬웠다.
▲ 힘들게 하트 1,500개를 모아 뽑은 댄서, 귀엽기는한데..
▲ 배를 흔드는 것이 특기
▲ 자비를 털어 구입한 바드, 하지만 능력은 글쎄..
▲ 플레이할 수록 기본영웅의 메리트가 더 많았다
▲ 종국에는 기본영웅 세명을 필수로 참여하는 파티가 구성됨
▲ 매력적인 극딜러는 언제나 궁수
‘히어로스퀘어’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소셜이다. 우선, 카카오 친구를 자동으로 게임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은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2%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게임 친구보다 카카오 친구를 더 귀찮은(?) 존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SNG 특성상 유저간 주고 받는 일련의 노동 작업이 있기 마련이다. ‘히어로스퀘어’에서는 이것이 하트 보내기로 설명되는데, 카카오 지인이 아닌 게임 친구에게는 게임 메시지로 하트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만, 카카오 친구에게는 강제로 카카오 메시지가 발송된다. 물론 수신거부를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기는 한데, 이렇게 할 경우 모든 하트 받기가 불가능하다.
▲ 친구는 알바를 위한 미네랄의 역할을..
또, 친구와의 선의의 경쟁을 일으키는 부분도 미흡했다. 한국사람은 유독 경쟁 요소를 선호한다.이에 반해 아직 PVP나 네트워크 대전 등 경쟁 요소가 없는데다가, SNG에서 발생하는 협동의 느낌도 극히 적다. ‘히어로스퀘어’에서 친구의 존재는 아직 자원 채취 용도가 강하다. RPG는 훌륭하나, SNG는 나 혼자 노는 느낌이다.
위메이드의 ‘짬’을 볼 수 있던 소셜 RPG
총평을 내리면, PC MMORPG로 ‘짬’이 있는 회사니 만큼 경력은 무시할 수 없더라는 것이 결론이다. 오랜만에 프로가 만든 듯 잘 닦인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깔끔한 UI, 친절한 게임 시스템, 볼수록 매력있는 귀여운 캐릭터 등 승차감 좋은 차를 타고 달리는 듯, 편안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루했던 게임 라이프였는데, 오랜만에 게이머 마음을 자극하는 게임이 나왔다는 건 분명히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