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정식서비스, 게임패드 차별이 웬 말
2014.05.28 10:2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지난 11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는 전작의 실패를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게임이다. 전작 ‘위닝일레븐 온라인’은 PS2 시절의 게임성을 필두로 ‘피파 온라인 3’의 맞수를 자청했지만, 시대에 뒤쳐졌다는 비판과 함께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그 뒤를 잇는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는 이번에야말로 '위닝일레븐'의 이름값을 하겠다는 양 각종 차별화 요소를 대거 선보였다. 콘솔로 나온 ‘위닝 2014’를 뛰어넘는 미려한 그래픽, 사실적인 물리 엔진 적용, 무과금 유저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착한 부분유료화’ 등이다.
일단 유저들의 반응은 전작에 비하면 월등히 좋다. 그러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는 무주공산에서 독주 중인 ‘피파 온라인 3’의 진정한 맞수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보았다.
▲ 새로운 모습의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나름 공들인 최적화,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결론부터 말해서,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은 전작은 물론, 지난 비공개테스트 때와 비교해도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다. 그렇다고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그래픽의 경우 여전히 온라인 축구게임 최고 수준이다. 폭스 엔진 2.0을 통해 구현된 선수 및 경기장 묘사는 ‘피파 온라인 3’는 물론, 콘솔 및 PC로 출시된 ‘위닝일레븐(PES) 2014’보다도 뛰어나다. 여기에 물리 법칙이 반영된 역동적인 움직임, 드로잉이나 간단한 파울 장면에서 멈춤 없이 곧바로 속행되는 경기, 개인 단위로 묘사된 관중들은 확실히 국내 유저들의 높은 눈높이를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 즐거움은 확대 화면에 국한된다. 전체적인 경기 화면을 보고 있자면, 그래픽 수준이 왠지 비공개테스트 버전에 비해 조금 하향된 느낌이 들며, 일부에서는 '피파 온라인 3'와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수 모델링과 모션에서 압도적인 현실감을 자랑함에도 불구, 광원효과나 입체감 등의 마무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금 먼 시점에서 바라보면 마치 미니어처 축구를 보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사실적인 그래픽을 하이라이트 장면이나 리플레이 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확대해 보면 이렇게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인데...
▲ 멀리서 보면 '피파 온라인 3'과 큰 차이가 없다
라이선스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가 그랬듯 이번에도 역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이상한 이름과 엠블럼, 유니폼을 달고 나온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특정 팀에 애정을 쏟아부으며 플레이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몇몇 선수의 경우 초상권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한 것인지 얼굴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나 이질적이다. 만약 초상권 문제가 아니라면, 디자이너가 해당 선수의 안티임이 확실하다. 그나마 게임 내에는 클럽팀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도 존재하기 때문에, 오는 6월 열리는 월드컵 시즌에 꽤나 호응을 받을 듯하다.
전작 및 1차 테스트 때도 지적되었던 중계/해설 문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골문 앞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해설자는 교체 선수를 투입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4골 이상의 점수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3골 차입니다"라는 멘트만 들려오곤 한다. 농담의 비중도 여전히 높은데, 간혹 이러한 농담 때문에 게임의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1차 테스트 때부터 골머리를 썩여 온 프로그램 안정성은 정식서비스로 접어들며 일정 부분은 개선되었다. 버벅대던 마우스 움직임도 부드러워졌고, 메뉴 이동 시의 랙도 줄어들었다. 게임 중 바탕 화면으로 이동했을 경우 생기던 에러도 많이 없어졌고, 로딩도 꽤나 빨라진 느낌이다. 다만, 경기 도중 화면이 멈추며 게임이 비정상 종료되는 등의 치명적 에러는 그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 1~2시간당 1번 간격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히고 있다. 최적화는 ‘위닝일레븐 온라인’ 시리즈의 영원한 과제다.
▲ 이... 이 분이 가레스 베일?
▲ 실사와 비교하니 좀 슬퍼지려고 하네요 (사진출처: futbolizados.com)
게임성은 좋지만 게임패드 유저는 서럽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는 하복 물리엔진을 통해 몸싸움과 드리블 등 물리적 충돌을 꽤나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 공이 선수에게 자석처럼 붙어 있고 그 소유권을 두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 따로 선수 따로 움직이는 와중에 누가 먼저 공을 터치하느냐에 움직임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몸싸움과 공의 소유권 판정이 사실적으로 변하고 선수와 공의 움직임이 묵직해짐에 따라 패스 위주의 일명 ‘티키타카’ 축구는 많이 어려워졌다. 혹자는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의 게임성을 마치 미식축구 같다고 하지만, 이는 단점이라기보다는 고유의 경기 특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피파 온라인 3’보다 아케이드성이 더 향상된 느낌이다.
전술의 경우 콘솔 버전 ‘위닝일레븐 2014’의 시스템을 대부분 계승해 깊이 있는 설정이 가능하다. 선수를 직접 조작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FM' 시리즈 같은 세세한 설정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움직임은 대부분 구현 가능했다. 참고로 게임 내에는 전술 설정을 머리 아파 하는 유저들을 위해 각 클럽팀 및 국가대표 고유의 전술이 기본 내장되어 있어 손쉬운 활용이 가능하다. 사실 게임 내에서 만난 저레벨 유저 대부분이 팀 고유의 전술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꽤나 역동적인 전술을 펼쳐나가곤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게임 내 전술 시스템은 꽤나 짜임새 있고 완성도 높게 잘 구현되어 있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는 과거 플스방에서의 ‘위닝일레븐’ 팬을 겨냥했던 전작과는 달리, ‘피파 온라인 3’처럼 일반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추구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노력이 바로 키보드 최적화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게임패드 대신 키보드를 이용해 게임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여, 키보드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쉽게 하는 장치를 여럿 마련해 놓았다. 예를 들면 쉬프트 키를 누르면 선수 특색에 맞는 개인기가 반자동으로 발동되고, Q 키를 한두 번만 누르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주변 선수들이 앞으로 일제히 달려나간다. 이처럼 쉬운 조작만으로 상당히 화려한 플레이가 가능하며, 캔슬 시스템까지 활용하면 깊이 있는 컨트롤 승부도 가능하다.
다만, 패드 유저의 경우 상대적 설움을 당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패드 조작은 직관적이고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키보드보다 효율적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패스, 수비 등 모든 부분에서 키보드는 대충 방향만 지정해도 자동으로 보정되어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패드는 세세한 부분까지 복잡하게 조작해줘야 한다.
가장 많은 불만이 나오는 부분은 바로 트리거(공을 잡고 있지 않은 선수를 뛰어나가게 하는 조작) 컨트롤이다. 키보드의 경우 위에서 설명했듯 Q 키 하나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패드에서는 왼손으로 L1 버튼을 누른 채, 조작하고 싶은 선수를 겨냥해 R3 아날로그 레버를 튕겨 줘야 한다. 복잡한 조작 탓에 초반에는 거의 1~2초 정도가 걸리며, 두세 명을 동시에 움직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공을 뺏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밖에도 패드 조작을 선택하더라도 경기 중 도움말은 키보드 기준으로 나온다거나, 게임 패드 설정을 여전히 게임 내부가 아닌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고, 몇몇 비주류 게임 패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패드 유저를 서럽게 만드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강제로 키보드로 갈아타게 되는 이러한 현실이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 공식 사이트 자유게시판 등에는 트리거 조작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다
▲ 언제쯤이면 게임 내에서 게임패드 설정을 할 수 있을까?
팀이 아니라 감독을 키운다
정식서비스에 접어들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팀 커스터마이징과 선수 영입, 감독 시스템 등의 성장 요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축구 게임이니만큼 유저 간 매치 경기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장 요소다. 어찌 보면 이번 정식서비스의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파 온라인 3’가 자신의 팀을 만들고 선수를 뽑거나 강화해 최강의 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는 플레이어가 감독이 되어 자신이 뽑은 선수 몇 명을 데리고 원하는 팀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게 된다. 팀이 아니라 감독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모든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전세계 클럽&국가대표 팀 중 주력으로 삼을 팀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해당 팀에는 2014년 현재 능력치가 그대로 반영된 실제 선수들이 배치되어 있다. 마치 콘솔 버전의 멀티플레이 때와 같은 느낌이다. 누구든 처음부터 호날두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 루니가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수많은 명팀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명 팀과 선수를 무료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엄청난 장점이지만,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 측면에서 볼 땐 조금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주력 팀을 선택하고 나면, 그 팀을 포함한 금주의 무료 제공 팀을 경기 마다 마음대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의 팀은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영구 이용권에서부터 기간 별 이용권까지 가격에 맞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기간제 팀 사용권은 꽤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일 단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분에 따라 팀을 바꾸며 즐길 수도 있다. 마치 ‘서든어택’ 등의 총기 구매 시스템과 ‘리그 오브 레전드’의 로테이션 챔피언 시스템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 팀 전체를 구매하는 터프함
기본적으로 팀의 구성원 변경은 불가능하다. 즉, 이름만 바르셀로나지만 구성원은 전혀 다른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은 존재치 않는다. 다만, ‘와일드 카드’ 시스템을 통해 최대 3명까지의 선수를 객원 멤버 형식으로 팀에 끼워 넣을 수 있다. ‘와일드 카드’는 카드 뽑기 혹은 이적 시장에서의 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그렇게 얻은 선수는 팀이 아닌 감독에게 귀속된다. 즉, ‘리오넬 메시’를 와일드 카드로 얻었다면 그를 레알 마드리드에 집어넣을 수도, 다음 경기에서는 유벤투스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라인업의 차별화는 와일드카드로 이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팀에 어떤 와일드카드 선수를 집어넣느냐에 따라 같은 팀이라도 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와일드카드를 뽑는가는 이 게임의 최대 투자 요소다. 참고로 리스트 내의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는 이적 시장은 가격이 매우 비싸며(좋은 선수의 경우 100만 GP를 훌쩍 넘기는 고가를 자랑하는데, 1경기 수익은 2~3,000 골드 내외), 뽑기 카드는 좋은 선수가 나올 확률이 꽤나 낮다. 별도의 선수강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캐시 결제를 유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카드 뽑기를 통해 선수를 무작위로 받거나
▲ 조금 비싸지만 이적 시장에서 특정 선수를 지목해 데려올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차별화 요소는 바로 감독 스타일이다. 감독 스타일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받는 포인트를 스킬 트리에 투자해 다양한 능력치 상승 효과를 얻는 것인데, 경기 전 감독 스타일을 선택하면 해당 팀에 버프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스킬은 공격-중원-수비로 나뉘어 있으며, 드리블이나 트래핑, 패스, 경로 차단 등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신규 특성 언락에는 GP(게임 포인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반엔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될 만큼은 아니다.
이처럼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의 성장 요소는 ‘피파 온라인 3’와는 궤를 달리한다. 좋게 보면 성장에 대한 부담 없이도 충분히 강한 팀을 골라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성장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백분 반영한 팀을 만들 수 없다.
정리하자면, 온라인 세계에서 자신만의 팀을 키우며 친구들과 경쟁하고 싶은 유저라면 ‘피파온라인 3’가, 이러한 경쟁이 피곤하다고 생각한다면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가 취향에 맞을 것이다.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 '피파온라인 3'의 끝없는 경쟁에 지친 유저에게는 한줄기 빛이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