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Q, 아틀라스의 종합선물세트... 나와줘서 고맙다
2014.10.22 16:37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 '페르소나 Q: 섀도우 오브 더 래비린스'가 오는 23일에 출시된다 (사진제공: 한국닌텐도)
개발사 아틀라스는 ‘진 여신전생’과 ‘세계수의 미궁’, ‘페르소나’ 등 여러 인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페르소나’는 일본은 물론 국내, 북미에서도 굳건한 팬층을 확보한 아틀라스 메인 타이틀이다.
그런 아틀라스가 작년 6월 모기업 ‘인덱스’ 도산으로 덩달아 문 닫을 위기에 처했었다. 정말이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틀라스가 무너지면 ‘페르소나’ IP의 앞날도 불투명할 테니까. 불행 중 다행(?)인지 세가가 아틀라스를 인수했고, ‘페르소나’ 시리즈는 개발을 이어가게 됐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출산하게 된 게임이 바로 ‘페르소나 Q: 섀도우 오브 더 래비린스(이하 페르소나 Q)’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에 출시됐지만, 국내에는 한글화 과정을 거쳐 오는 23일(목)에 정식 발매된다. 게임메카는 사전에 정품 타이틀을 입수해 게임을 즐겨볼 수 있었다.
‘페르소나 Q’는 기존 시리즈 팬의 입장에서도, 또 해당 IP를 처음 접하는 유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타이틀이다. 태생 자체가 스핀오프 타이틀이기에 게임 진행 방식이나 세부 인터페이스는 180도 다르지만, 본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분위기와 센스는 그대로다.
▲ '페르소나 Q' 이벤트 트레일러 (영상출처: 닌텐도 공식 유튜브 채널)
전혀 다른 두 작품의 만남, 의외로 어울리네
‘페르소나 Q’에 와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전투다. 시리즈 전작들은 턴제 방식에, 캐릭터의 순서가 돌아오면 행동을 지시할 수 있었다. 더불어 주인공 외의 캐릭터들은 하나로 고정된 페르소나만 사용해서 명확하게 역할 분담이 된다. 암묵적으로 딜러와 힐러, 탱커 등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페르소나 Q’는 던전 탐험 시점부터 전투 방법까지 모두 다르다. 턴제를 기반으로 진행되긴 하나 아군 캐릭터에게 미리 행동을 지시해야 하는 ‘위저드리’식 전투를 채택했다. 더불어 주인공이 전투 도중 페르소나를 바꿀 수 없는 대신 주변 캐릭터들이 페르소나를 두 개씩 사용한다. 그래서 전략 수립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여기에 기존 최대 4인 파티가 5인으로 늘었고, 전투 대열을 설정하는 ‘포메이션’ 개념이 추가됐다. 또한 3DS 하단의 터치화면을 사용해 지도를 그릴 수 있어서 던전을 하나하나 완성하면 성취감도 느껴진다.
▲ 총공격이 발동되면 컷씬이 등장
▲ 총공격 모습은 '페르소나 4'와 비슷하다
이런 전투 형태는 아틀라스의 또 다른 IP ‘세계수의 미궁’과 상당히 유사하다. ‘페르소나’와 ‘세계수의 미궁’은 상이한 게임성을 지닌 작품인데, 의외로 둘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덤으로 ‘페르소나’ 시리즈의 모태가 된 ‘여신전생’이 떠올라, 추억을 덧씌우는 매력까지 챙겼다. 전투 난이도로 따지자면 본편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살짝 어려운 수준이다. ‘페르소나 4’에서는 비교적 쉬운 난이도에서는 적의 즉사 주문은 잘 발동되지 않았는데 ‘페르소나 Q’의 즉사 주문은 적에게도, 아군에게도 위협적이다. 그러나 각 던전에 맞게 캐릭터만 교체해도 한층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체감하는 난이도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더불어 스토리가 ‘페르소나 Q’ 세계관을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어서 전투 형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기존 팬도 배려하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진행하도록 신경 쓴 부분이다. 특히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를 모두 플레이한 유저라면, 게임 진행 도중 종종 등장하는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늘 ‘굴러가던’ 벨벳 룸이 갑작스레 멈춘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 장비 구매 방식도 그대로
하트 앞치마를 입은 테오도어가 반겨준다
▲ 던전 입장 전에 파티를 편성
▲ 익숙한 디자인의 페르소나 레벨업 씬
▲ 페르소나 조합은 마가렛이 담당!
게다가 ‘페르소나’ 시리즈의 파고들기 요소를 담당했던 페르소나 조합과 등록 전서 기능은 그대로 제공되고, 전투에서 얻은 재료를 상점에 판매하면 새로운 장비가 등장하는 등 ‘페르소나 4’의 시스템을 다수 채택해 적응은 어렵지 않다.
오래 묵은 캐릭터를 새 부대에 담으니 더 좋다
‘페르소나’ 시리즈 전작을 즐겨본 유저라면, ‘페르소나 Q’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에 등장한 메인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 말이다. 두 작품은 본래 시간적 배경과 장소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게임 흐름대로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인데, ‘페르소나 Q’에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격투게임에서 말하는 ‘꿈의 배틀’같은 조합인 셈이다.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대도시에 위치한 월광관 고등학교와 시골 야소가미 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 흐뭇하다고나 할까. 기존 인물들이 카툰 풍 SD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 귀여움이 배가된 탓도 있겠다.
▲ '페르소나 4'에서 맛볼 수 있었던 이벤트 애니메이션도 나온다
퀄리티가 더 좋아진 듯
▲ 전 '페르소나 4' 주인공이 더 좋지만
▲ 신규 캐릭터 두 명도 꽤 매력적입니다
더불어 10명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도, 성격이나 스타일 겹침 없이 각자 역할을 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페르소나 4’와 ‘페르소나 3’의 주인공 캐릭터는 본래 성격부터 큰 차이가 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묘하게 담당하는 부분이 오버랩되어 특정 인물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노파심이었다. 외모의 차이를 떠나서도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친다.
기존 작품에 참여했던 성우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캐릭터성을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아, 그 캐릭터구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새롭게 참전한 두 명의 신규 캐릭터도 기존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혀 접점이 없는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의 캐릭터를 단단히 이어주는 구름다리처럼 자연스레 게임 속에 스며든다.
이 지점에서 ‘페르소나 Q’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페르소나 Q’는 DRPG지만, 게임을 곱씹다 보면 결국 ‘캐릭터 게임’이다. 여러 종류의 페르소나를 모으고,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일련의 반복 과정들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명민하게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팬들로 하여금 3DS를 쥐도록 유혹한다.
아틀라스, 살아남아 줘서 고마워
‘페르소나 Q’는 기존 아틀라스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이번 타이틀에서 아틀라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들 간에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게임 속에서 자연스레 풀어냈다. 더불어 ‘여신전생’과 ‘세계수의 미궁’을 통해 갈고 닦은 전투 시스템을 삽입해 이질감도 최대한 줄였다.
참신한 시도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팬들에게는 가치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친절한 튜토리얼 덕분에 기존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사람도 ‘페르소나 Q’를 계기로 ‘페르소나’ IP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페르소나 Q’의 재료가 된 ‘페르소나 3’와 ‘페르소나 4’는 한글화 정식 발매가 된 타이틀이라, 쉽게 구매 가능하다. 한글화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이름만으로도 메리트를 가진 IP가 탄생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페르소나 Q’가 더 반갑다. 아틀라스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타이틀을 통해 증명하면서도 내년 중 출시될 ‘페르소나 5’에 대한 기대감까지 심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