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은밀하고 치명적인 그녀 '이비'
2015.08.10 12:01 게임메카 독일 특별취재팀
‘어쌔신 크리드’는 유비소프트 간판 게임이자, 가장 신작이 많이 출시되는 타이틀이다. 그래서인지 후속작이 발표되어도 다른 타이틀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는 조금 덜 받는 편이다. 특히 가장 최신작이었던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잦은 버그로 혹평을 받은 탓에, 후속작으로 발표된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에 대한 기대도 과거 프랜차이즈 최전성기 때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유비소프트는 그래서인지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에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요소를 많이 삽입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 즉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두 명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인 게임에는 쌍둥이 남매가 등장하는데, 남동생 ‘제이콥’은 상당히 과격하고 물불 가리지 않는 스타일의 캐릭터다. 이에 반해 누나 ‘이비’는 암기와 잠입에 능하고, 매우 신중한 스타일의 ‘정석 어쌔신’이다. 다시 말해, 한 게임 속에서 무쌍과 잠입 액션 모두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워낙 성격부터 전투까지 다른 남매인지라 플레이어블 데모도 두 번에 걸쳐 공개됐다. 지난 E3에서는 맨손 격투와 선동에 능한 제이콥의 미션을 경험할 수 있었고, 게임스컴에서는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는 이비 데모가 전시됐다. 게임스컴 데모 버전에서는 일종의 자유 미션인 ‘블랙박스’ 캠페인이 진행됐는데, 정해진 루트 외에 어떤 방법으로든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암살자 쌍둥이를 만나보자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뱀처럼 은밀하고 치명적인 그녀, 이비
기자는 한 달 전 E3에서 남자 캐릭터인 제이콥을 플레이해 봤다. E3 데모에서 만난 제이콥은 어쌔신보다는 불한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마구 뛰어다니면서 행인들을 협박하는 건 기본이고, 다른 승객이 탄 마차를 빼앗아 직접 몰기까지 했다. 그리고 미션 목표를 처리하는 모습도 ‘암살’보다는 ‘길거리 대난투’ 수준이었다. 보스를 둘러싼 수행원들이 다 같이 달려든 탓도 있지만, 제이콥에 동조한 주변 인물들까지 뛰어들어 함께 뒹구는 모습이라니... 캐릭터 성격이 그렇다고는 해도 참 당혹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비는 확연히 다르다. 대로를 휘저으며 목표물을 찾아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길을 찾는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목표를 처리한다. 행여 도움을 받더라도, 목표에 접근한 후에는 자기 손으로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비는 암기에 능통하다. 맞은편 벽에 훅을 걸어 줄을 타고 넘어가는 건 제이콥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이비는 작은 단검을 적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춘다. 게다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몸을 낮추면 적의 시야에서 완전히 자신을 숨길 수 있다. 그야말로 암살자다운 기술들이다.
▲ 다소 거친 방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제이콥
▲ 암살자 본연의 은신, 잠입, 협잡에 뛰어난 이비
유비소프트는 이를 ‘카멜레온 모드’라고 부른다. 이비가 그 기술을 사용하면 주변 환경과 완전히 동화되어, 적들이 주변에 다가와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 기술은 상당히 유용하다. 훅이 모든 포인트에서 사용되는 게 아닌지라 늘 벽을 탈 수는 없고, 가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장소가 근위병들이 순찰 중인 대로라면, 잠시 몸을 숨겼다가 근위병들이 돌아섰을 때 조용히 지나가면 된다.
물론, 이비도 제이콥처럼 난투전을 벌일 수는 있다. 한번에 많은 수의 적을 공격하는 전기충격 폭탄을 지녔고, 단검은 던지는 용도뿐 아니라 근접 전투에도 사용하면 된다. 다만 아무래도 추종자들과 함께하는 제이콥보다는 일대다 전투에 불리한 편이다. 실제로 플레이 도중 근위병들에게 둘러싸여 난투전을 벌여야 했었는데, 혼자다 보니 적을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비 본인의 성격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보다 암살자의 정도를 지키려는 편이라, 이왕 그녀를 플레이한다면 잠입과 암기를 활용하는 쪽이 더욱 효과적이다.
▲ 이비로 플레이할 때는 난투극보다는 은밀하게 습격을 벌이자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목표만 달성한다면
앞서 설명했듯 게임스컴 부스에 전시된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드’ 데모에서는 블랙박스 미션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미션은 템플 기사단의 간부 중 하나인 ‘루시’를 처치하는 것이다. 루트에 제한이 없는 블랙박스 미션이니만큼 루시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해결 방안에 대한 힌트는 관찰 포인트로 지정된 탑에서 확인하면 된다.
힌트를 얻고 나면 네비게이션에 세 가지 포인트가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루시 미션에서는 건물 열쇠를 빼앗아 잠입, 처리하는 방법이나 동료의 도움을 얻어 루시 앞까지 가는 루트, 그리고 템플 기사단이 가둔 경찰관을 풀어주고 그가 루시를 체포하도록 하는 길이 있다. 이들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미션을 클리어하라는 의미다. 그 포인트에 어떻게 다다르느냐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돌아가도 상관없고,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해도 된다.
▲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기자는 동료의 도움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근위병으로 변장하고 있는 템플 기사단 일원을 문책하고 있는 동료에게 다가가, 그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주면 된다. 그 후에는 동료에게 잡힌 것처럼 연기하면서 루시 앞까지 다가가면 미션이 완료된다. 물론, 동료에게 부탁을 받고서 다른 방법을 선택해도 괜찮다. 혹은 어떤 도움도 없이 오로지 잠입으로 루시를 처리하겠다는 도전 정신(!)이 있는 게이머라면 정면돌파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블랙박스 미션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레벨 디자인이다. 유저에게 자유를 준다는 건 즉,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어떤 루트로 움직이든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강제성을 주지 않으면서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기자는 본디 유비소프트가 계획했던 길이 아닌 곳으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를 잡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되려 나중에는 스스로 길을 개척했다는 뿌듯함까지 생겼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두 주인공, 그리고 유저의 선택에 맡기는 자유 미션까지.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는 여러 부분에서 전작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보다 진일보한 후속작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콘텐츠를 경험한 게 아니기에 판단은 출시 후로 유보해야겠지만 말이다.
▲ 과연 '어쌔신 크리드'가 '유니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