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국산 게임 OST TOP5
2015.10.08 14:21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게임계 최대 화두는 단연 스타마케팅입니다.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 등 톱스타들이 게임 홍보모델로 나서고 있죠. 단시간에 인지도와 공신력을 확보하기에 이만한 묘수도 없지만, 스타의 비주얼로 승부하는 광고가 단기간에 쏟아지며 식상해진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 뮤지션이 참여한 게임 OST는 남다른 스타마케팅으로 다가옵니다. 대중적인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뮤지션의 존재는 게임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두고두고 게이머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을 남기죠.
▲ '듣는' 스타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마' OST를 부른 김태우 (영상제공: 넥슨)
얼마 전 네오위즈게임즈 ‘블레스’ OST를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집도하는가 하면, 넥슨 ‘아이마’ OST 작업에 김태우, 양파, 신소희, 차여울이 힘을 합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게임 콘셉을 자연스레 녹여낸 선율과 4인 4색 가수들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이 가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면 여러분도 이미 ‘귀로 듣는’ 스타마케팅에 흠뻑 빠진 겁니다. 앞으로도 모두의 추억에 남을만한 노래가 많이 나오길 바라며 추억의 국산게임 OST 5선을 꼽아봤습니다.
5위. 아이유의 앨리샤(앨리샤),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진 세계로 달려봐요~
▲ 국민 여동생 아이유는 '앨리샤' OST 녹음 외에도 홍보 모델로 활약했다
5위는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부른 ‘앨리샤’입니다. 엔트리브소프트가 야심 차게 선보였던 승마게임 ‘앨리샤’ OST입니다. 초원을 내달리는 듯 활기차면서도 부드러운 가락과, 듣는 이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진취적인 느낌이 참 좋습니다. 말과의 교감을 마치 사랑 노래처럼 표현한 가사도 ‘말과 나의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잘 어울리죠.
‘앨리샤’가 론칭할 당시 아이유는 ‘좋은 날’로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유가 풍기던 순수하고 감성적인 이미지가 ‘앨리샤’와 잘 맞아떨어진 덕에 유저들도 거부감 없이 광고를 받아들였죠. 아이유는 OST 녹음 외에도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는데, 승마복을 입고 말을 모는 자태에 푹 빠진 게이머 여럿이 그 길로 ‘앨리샤’를 설치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앨리샤’와 아이유의 만남은 게임계 스타마케팅의 빛나는 성공 사례지만, 정작 게임은 서비스 3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아이유 효과로 초기에 많은 유저를 확보했음에도, 레이싱게임에 치명적인 밸런스 문제가 불거져 장기적인 흥행에 실패했죠. 필자는 5년 전 학생 신분으로 ‘앨리샤’ 유저간담회에 참여했었는데, OST를 들으니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 아이유가 부른 '앨리샤' 직접 들어보자
4위. 루나의 U+ME(테일즈위버), 우리 이렇게 감싸 안아서 추억투성이가 되도록~
▲ f(x) 루나의 노래로 '테일즈위버' 에피소드 3의 막이 올랐다
4위는 걸그룹 f(x) 메인 보컬 루나의 ‘U+ME’입니다. 넥슨에서 12년째 서비스 중인 클래식 RPG ‘테일즈위버’ OST죠. ‘테일즈위버’는 음악에 공을 많이 들이기로 유명합니다. 유저 절반은 BGM 들으려고 게임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죠.
Nauts와 ESTi, JiMMie까지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참여한 사운드트랙이 모두 훌륭하지만, ‘테일즈위버’ 최고 명곡은 역시 S.E.S 바다가 부른 ‘너머로’와 루나의 ‘U+ME’입니다. 에피소드 1 엔딩곡 ‘너머로’는 바다의 힘있고 깊이 있는 보컬과 서정적인 선율이 어우러지고, 에피소드 3 오프닝곡 ‘U+ME’는 보다 경쾌하고 가벼운 곡조 속에 루나의 힘찬 목소리가 빛을 발합니다.
필자가 감히 두 곡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여기서는 루나의 ‘U+ME’를 순위에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경쾌한 ‘U+ME’가 ‘테일즈위버’의 밝은 정서와 조금 더 닮았죠. 주요 포털에서도 ‘너머로’보다는 ‘U+ME’가 유저들의 추억으로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가능하면 ‘U+ME’뿐 아니라 ‘너머로’ 함께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 루나가 부른 'U+ME' 직접 들어보자
3위. 칸노 요코의 Yoru(라그나로크 2), 츠나프티 레스타니아~
▲ 마니아층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 칸노 요코가 '라그나로크 2' OST를 집도했다
3위는 일본인 뮤지션 칸노 요코가 작곡한 ‘Yoru(よる, 밤)’입니다. 안타깝게도 전작의 명성을 잇는데 실패한 ‘라그나로크 2’ OST죠.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 등 명작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칸노 요코가 OST를 담당한다는 소식에 국내 마니아층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라그나로크 2’는 미흡한 완성도로 제대로 서비스조차 이루어지지 못했고, 칸노 요코의 OST만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그녀의 감성이 담뿍 스며든 OST는 게임의 운명과는 정반대로 뭇 유저들의 큰 사랑을 받았죠. 게임이 사라진 지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음원사이트에서 매출이 나온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라그나로크 2’ OST는 버릴 곳이 하나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 걸작은 역시 ‘Yoru’입니다. 칸노 요코 특유의 신비로운 감성이 한껏 담겨있는 곡으로, 듣다 보면 어느새 게임 속 전설의 일부가 된 듯 느껴지죠. 여기에 이국적인 향취를 더하는 묘한 가사는 실은 칸노 요코가 직접 만든 가상의 언어로 쓰였답니다.
▲ 칸노 요코가 작곡한 'Yoru' 직접 들어보자
2위. 신지의 Always(요구르팅),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추억까지도~
▲ 게임 서비스 종료 8년이 지나도록 회자되는 신지의 '요구르팅' OST
2위는 쿄오태 신지가 부른 ‘Always’입니다. 이제는 FPS 명가로 거듭난 레드덕 초기작 ‘요구르팅’ OST로, 국내에선 게임 OST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죠. ‘요구르팅’은 이미 8년 전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밞은데다 평가도 다소 미묘하지만, 이 OST 하나로 오늘날까지 회자되곤 합니다.
‘요구르팅’ 론칭과 함께 공개된 오프닝곡 ‘Always’는 곧 유저들 사이에서 ‘대세’로 등극했습니다. 노랫가락이 흥겹고 따라 부르기 쉬운데다, 당대 청춘스타 신지가 보컬을 담당해 큰 주목을 받았죠. 그러나 ‘Always’를 유저들에게 각인시킨 진정한 수훈갑은 오프닝 영상 그 자체였습니다.
신지가 부른 ‘Always’에 맞춰 미소녀가 춤을 추는 ‘요구르팅’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지금 봐도 썩 괜찮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비슷한 콘셉으로 인기를 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오프닝 댄스보다도 1년이나 빨랐죠. 이 영상이 어찌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춤 동작 하나하나를 일일이 분석해 따라 하는 유저들까지 있었습니다.
▲ 신지가 부른 'Always' 직접 들어보자
1위. 황병기의 미궁(화이트데이), 퉁 퉁 퉁퉁 둥둥 뜨라라라라라라라라라~
▲ 황병기 교수의 창작국악 '미궁'을 빼놓고 '화이트데이'를 논할 수는 없다
대망의 1위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교수의 ‘미궁’입니다. 게이머들에게는 손노리의 2001년작 호러게임 ‘화이트데이’ OST로 잘 알려져 있죠. 본래 1975년 초연한 창작국악으로, 가야금과 사람의 육성을 혼용한 전위적인 연주법과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음색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곡입니다.
음산하게 떨리는 가야금 선율 사이로 알 수 없는 육성이 섞이는데, 그저 웅얼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거나 신음하기도합니다. 심지어 어느 부분에선 연주 당일 발간된 신문을 읽어주거나 불경을 읊기도 했답니다. 황병기 교수는 겁주려고 만든 곡이 아니라지만, 워낙 괴이쩍은 음색 때문에 ‘화이트데이’에 사용되기 전부터 전국 수련회 교관들이 담력훈련에 애용하곤 했죠.
‘미궁’이 젊은 세대에게 알려지자, 얼마 안가 온갖 괴담이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느니, 3번 들으면 죽는다느니, 심지어 작곡자가 자살했다는 괴소문까지 돌았죠. 다행히 황병기 교수는 건강히 잘 있으며, 얼마 전 모바일로 부활하는 ‘화이트데이’를 위해 ‘미궁’을 새로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미궁’이 새롭게 녹음되는 것은 무려 40년 만이라고 하니 정말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 황병기 교수의 창작국악 '미궁' 직접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