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크리드: 신디케이트, 유비의 쌍둥이 선택은 신의 한수
2015.10.28 20:33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실어보자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유비소프트의 간판 타이틀 ‘어쌔신 크리드’는 후드, 암살검, 자유의 수호자 등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워 빠른 시간 안에 ‘잠입액션’ 대표 타이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매년 신작을 양산해내며 ‘어쌔신 크리드’의 위세는 초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어쌔신 크리드 3’에서는 쉬운 전투 때문에 암살이 아닌 ‘무쌍’ 게임이 되었다는 평을 면치 못했고, 프랑스 파리를 1:1 사이즈로 구현했던 ‘스케일’을 앞세운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최적화와 버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동시에 시리즈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이런 와중에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가 시리즈를 부흥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번 작품은 산업 혁명기의 런던을 무대로, 시리즈 최초로 쌍둥이 암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갱단’이라는 독특한 소재까지 더하며, 이전과는 색다른 면모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시리즈를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이 실린 작품답게, 유비소프트는 담당 개발사를 ‘유비소프트 퀘벡’으로 바꾸는 등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
과연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는 프랜차이즈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직접 플레이해본 바로는 이번 작품이야말로 팬들이 기대하는 ‘어쌔신 크리드’의 모습을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매력만점 쌍둥이 암살자의 ‘갱단’ 데뷔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시리즈 최초로 ‘투톱’ 체제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암살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될 정도로 과격하고도 단순한 성격을 앞세운 ‘제이콥’과 신중하고 완벽함까지 갖춘 ‘이비’가 주역을 맡는다. 게임에서 성격도 다른 두 인물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며 입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게임 속 주 콘텐츠 중 하나인 '갱던'도 제이콥이 즉흥적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제이콥'이 호기롭게 결정을 내리면 '이비'가 '제이콥'이 놓친 부분을 막는 식으로 두 캐릭터가 '케미'를 이룬다. 두 명의 주인공을 앞세운 이번 작품은 기존 ‘1인 체제’를 보여준 작품과는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선사한다.
▲ 템플러를 처치하기 위해, 쌍둥이 남매 '제이콥'과 '이비' 떴다!
▲ 런던 상황을 전해들은 '제이콥'은 갱단의 조직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갱단’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인 ‘전면전’을 맛 볼 수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갱단’의 최우선 목표는 템플러가 이끄는 ‘갱단’을 런던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아동 노동자 해방’, ‘현상수배범 체포’, ‘템플러 간부 처치’, ‘거점 점령’ 등 구역 내 미션을 모두 완수하면 최종 보스와 구역 점령을 두고 맞붙는다. 특히 마지막 전투는 ‘갱단’과 ‘갱단’이 다 대 다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 속 ‘마피아’가 된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진짜배기는 점령 후에 있다. 구역을 점령한 후에는 ‘갱단’ 조직원들이 곳곳에 흩어져서 지역을 감시한다. 여기에 사방으로 흩어진 조직원은 근처에서 플레이어가 공격받는 모습을 보면 도와주러 오거나, 추격전 중 주위에서 마차를 조달해 화력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인공을 돕는 모습을 보여줘, ‘갱단’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 다른 갱단이 점거한 구역을 미션을 통해 해방시켜야한다
▲ '갱단'을 운영하면서, 패싸움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 점거한 구역에는 동료 조직원들이 돌아다닌다
잠입과 전투, 균형 제대로 잡았다
그렇다면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암살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전투와 잠입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았다. 우선 ‘너클’, ‘쿠크리’, ‘케인 소드’ 등 연타 위주의 무기를 주로 사용해 전투에서 콤보를 펼쳤을 때 느껴지는 시원한 타격감을 최대한 살렸다. 전투 조작은 3개의 버튼만 적절한 타이밍에 눌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적절한 난이도로 싸우는 재미도 확실히 전달한다. 실제로 게임을 처음 접하고 5분만 전투를 한다면 누구나 손쉽게 반격기로 적 공격을 피하고, 여러 명의 적을 한번에 처치할 수 있다.
전투가 짜릿한 타격감에 중점을 맞췄다면, 잠입은 현실적인 느낌을 살리는데 방점을 두었다. 과거 전작을 즐길 때, 가장 어색했던 부분은 눈에 보이기에 매우 ‘튀는’ 암살자 복장을 입고도 들키지 않거나 제대로 숨었다는 느낌이 안 드는 엄폐였다.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에서는 이런 부분을 확실히 잡아 현실성을 높였다.
▲ 잘만 눌러줘도, 화려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 신사의 나라답게, 주먹으로 승부보자
이번 작품에서는 평상 시에는 모자를, 잠입 상태에는 후드를 쓰는 방식으로 잠입과 비잠입을 구분지었다. 여기에 버튼 하나로 잠입 상태를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간편하게 바꿀 수 있다. 동시에 벽 근처에 가면 자연스럽게 바짝 붙어 모습을 숨기는 연출을 더해 한층 ‘암살자’다운 면모를 강조했다. 여기에 휘파람, 시체 옮기기와 같은 유인 액션도 부활하며, 완성형에 가까운 잠입을 보여준다.
새로운 장비 ‘로프 런쳐’는 보다 다양한 암살 선택지를 제공했다. ‘로프 런쳐’는 마치 ‘배트맨’이 된 기분을 선사했다. 줄을 이어 벽과 벽 사이에 길을 만들거나, 높은 탑을 향해 줄을 발사하면 단번에 올라갈 수도 있다. 전작에서는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고 지나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는 굳이 전투를 하지 않아도 다양한 진입경로와 유인 액션, ‘로프 런쳐’를 이용해 원하는대로 암살을 전개할 수 있는 자유도가 ‘신디케이트’의 차별화로 작용했다.
▲ 평상시에는 이렇게 모자를 쓰다가...
▲ 잠입할 때는 이렇게 후드를 뒤집어 쓴다
▲ '로프 런쳐'를 활용해, 이런 높은 탑도 문제 없다!
여기에 두 명의 주인공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사실적인 잠입을 확실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제이콥’이 잠입보다는 무자비하게 적을 제압하는 ‘투사’라면, 이비는 잠입, 엄폐 그리고 암살을 목표로 한 ‘암살자’에 가장 가깝다. 실제로 둘을 플레이하다보면, ‘제이콥’에게는 대부분 전투가 강조된 미션이, ‘이비’에게는 잠입이 핵심인 미션이 주어진다. 즉, 캐릭터 강점이 부각된 미션으로 전투와 암살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킬 트리’를 통해, 캐릭터를 원하는 성향으로 육성할 수 있다. 주어진 ‘스킬 포인트’를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이비도 전투에 능한 ‘싸움꾼’으로, 제이콥도 능숙한 ‘암살자’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 기존작과 다르게 주인공을 취향에 맞게 키우는 재미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 '제이콥'은 암살자보다는... 동네 불량배에 가깝다
▲ 암살자로서의 능력은 '이비'가 조금 더 나은 편이다
1:1 사이즈로 구현된 런던에서 펼쳐지는 ‘GTA’
메인 미션, 전투와 잠입을 빼놓더라도, 이번 작품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1:1 사이즈로 완벽하게 구현된 런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올 장관을 구현했다. 템즈 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빅 벤’부터, 길거리를 오가는 마차들, 그리고 연기를 힘차게 내뿜으며 전진하는 기차까지 그야말로 산업화 시대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맵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런던을 크게 웨스트민스터, 런던 시내, 스트랜드, 버킹엄, 화이트 채플, 템즈 강, 서더크, 램버스 총 7개 구역으로 나뉘었는데, 각기 다른 고유한 환경을 구현해 구경하는 맛을 살렸다. 예를 들어, 빈민가인 화이트 채플에서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 건달들이 오가는 비좁은 거리가 주를 이루는 반면, 웨스트민스터나 버킹엄 같은 곳에서는 큼직한 건물들과 넓은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세계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어쌔신 크리드’의 타이틀이 가진 장점을 이번 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 건달로 가득한 빈민가 '화이트 채플'부터...
▲ '빅 벤'이 있는 시내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다!
▲ '뷰 포인트'에서 바라보는 런던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이렇게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지만, 길을 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마차를 훔치면 되고, 가끔 역에서 기차도 탈 수도 있다. 짧은 거리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로프 런쳐’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다양한 수단으로 불편함을 덜어준 것이다.
구경할 곳도 많고, 이동하기가 편리하다보니, 탐험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보물상자와 수집요소, 그리고 부가 미션을 배치해 찾는 재미를 키웠다. 보물상자를 찾으러 다니다가 근처에 템플러 고위 간부가 보이면 암살하던가, 광란의 질주를 즐기고 싶으면 마차를 훔쳐서 달아나는 등 질리지 않는 세계를 구현해냈다.
▲ 어이쿠! 선생님 템플러이신데, 저랑 면담 좀 하실래요?
▲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거리에서 마구잡이로 마차를 몰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