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4, 이제 ‘스카이림’에서 갈아타자
2015.11.24 19:22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오픈월드 RPG '폴아웃 4'가 지난 20일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베데스다의 ‘폴아웃’ 시리즈는 ‘엘더스크롤’과 함께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받아온 오픈월드 RPG 타이틀 중 하나다. 당시 게임에서 선보인 방대한 크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쪽지 하나에도 얽혀있는 긴 이야기, 그리고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대한 자유도는 지금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할 정도다. 물론, 유저들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모드(MOD)로 게이머들이 지금도 여전히 플레이한다는 점도 이 작품을 수작이라고 꼽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지난 20일(금) 정식 발매된 최신작 ‘폴아웃 4’가 이렇게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래픽은 ‘폴아웃’ 시리즈의 ‘스카이림’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여기에 새로운 주인공과 무대, 그리고 더욱 정교해진 제작 시스템은 출시 이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불러모았다.
출시 이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 ‘폴아웃 4’는 어떤 게임일까? 그리고 과연 이번 작품은 오픈월드 대작이라 불리는 ‘스카이림’과 ‘위쳐 3’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직접 플레이해본 바로는, 이런 의문들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이번 최신작은 확실히 ‘역대급’의 재미를 선사했다.
▲ '폴아웃 4'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200년 만의 외출, 배경음악이 살렸다
‘폴아웃’ 시리즈는 작품마다 새로운 주인공, 그리고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였다. 특히 하나의 주제를 메인으로 내세운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 달라지는 선택지 시스템은 큰 호응을 불러모았다. 이번 ‘폴아웃 4’ 역시 이와 같은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폴아웃 4’에서 플레이어는 핵전쟁 이전,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던 남자 혹은 여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평화로운 순간도 잠시, 갑작스러운 핵전쟁 발발로 인해 주인공은 가족을 데리고 방공호인 ‘볼트 111’로 대피한다. 안락한 삶을 약속 받은 ‘볼트 111’에서 주인공의 가족은 오랜 시간 냉동인간 상태로 머물게 된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오랜 시간 냉동된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불청객은 배우자를 살해하고 설상가상으로 아들을 데리고 떠난다. 이후 다시 한 번 깨어난 주인공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200년 만에 방공호 밖으로 향한다.
▲ 갑작스러운 핵전쟁 시작, 주인공은 '볼트 111'로 향한다
▲ 오랜 시간 후 깨어났지만, 아내는 살해당하고 아들은 납치된다
▲ '볼트 111'의 문이 열릴 때 들리는 배경음악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물론, ‘볼트 111’ 밖으로 나선 주인공에게는 세상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많이 변해있다. 황폐해진 마을에, 방사능에 오염된 쥐,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습격하는 약탈자까지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런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인물은 물론, 다양한 집단을 만나며 점차 아들의 행방과 관련된 단서를 모아나간다.
전작과 다르게 이번 주인공에 더욱 몰입되는 이유는 바로 미래의 인물이 아니라, 현세대를 살던 인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 그리고 게임에서 보여줄 무대를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와 맞닿아 있으므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인공이 이야기를 들으면 질문부터 던지는 부분은 직접 플레이하면서도 플레이어가 가진 의문을 제대로 해소해주며, 그에 따른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편이다.
여기에 스토리와 함께 곁들여진 배경음악 연출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방공호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사이렌 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지고, 음습한 장소에 침입할 때는 음산한 노래가 깔린다, 여기에 ‘볼트 111’ 밖으로 향하면서 모험을 시작할 때에는 들려오는 노래는 모험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십분 전달한다. 이처럼 실제 게임에서는 장면마다 다른 배경음악을 배치해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 200년이 세월이 흘렀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상황
▲ 다행히 주인공은 여러 인물의 도움을 받아 점차 진실에 다가간다
방대한 황무지,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녀도 모험이 펼쳐진다
드넓은 황무지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야말로 이번 ‘폴아웃 4’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답게,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눈에 보이는 산, 방사능 바다, 동굴, 도시 등 시야에 보이는 모든 장소를 탐험할 수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무대로 한만큼, 판타지 세계관을 내세운 ‘스카이림’이나 ‘위쳐 3’에 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게임 무대로 등장하는 보스턴은 다채로운 환경을 보여준다. 특히 핵폭탄의 여파를 조금이나마 덜 받은 건지, 나름 온전한 도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예로, 실제 보스턴의 유명 명소인 ‘퍼블릭 가든’부터 ‘올드 노스 교회’까지 그대로 구현되어,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 야구장을 개조한 '다이아몬드 시티'부터...
▲ 방사능 가득한 오염지대까지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방대한 오픈월드를 자랑하는 베데스다표 오픈월드 게임답게, ‘스카이림’에서 보여준 세세한 디테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맛볼 수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 밤과 낮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NPC와 몬스터, 여기에 숨겨진 동굴이나 지역으로 꽉 채워 넣었다. 특히 이런 모험에는 꼭 특별한 보상을 제공해 플레이어의 탐험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
만약 맵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단순히 황무지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다양한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가령, 황무지에서 거대한 ‘데스클로’와 싸우는 도중에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세력의 비행정이 플레이어를 원호하고, 가끔은 손목에 장착된 ‘핏보이’를 통해 긴급 구조 라디오 신호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벤트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새로운 이야기에 끊임없이 빠져들게끔 한다.
▲ 백조 호수라고 해서 갔더니... 괴물 이름이 '백조'다
▲ 그냥 돌아다녀도, 라디오가 알아서 새로운 모험을 잡아준다
▲ 가끔은 헬기가 날아오는 이벤트도 벌어진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이제 은신 플레이는 그만, 전술 가미된 전투
‘폴아웃 4’의 전투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훨씬 속도감 있고 긴장감 넘친다. 실제로 전반적인 총기 위력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효율이 들쑥날쑥했던 '수류탄'이 위력적인 무기로 바뀌고, 적 인공지능도 보다 향상되는 등 총알이 오가는 전투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특히 은신 플레이의 효율성이 전작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과거 ‘폴아웃’에서는 높은 등급의 은신 능력치와 원거리 저격총 하나면 그야말로 모든 적을 한 자리에서 처치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적 인공지능이 상승하면서, 총알이 날아오면 그 방향을 향해 일단 총을 쏘거나 플레이어를 인지해 곧바로 수색에 나선다. 이처럼 지속적인 위치 이동은 이제 필수로 자리잡았다.
▲ 전작과 달리, 은신 플레이가 만능은 아니다
▲ 그래도 기본 화력이 강해지면서,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즐겁다!
여기에 지역마다 설치된 다양한 함정이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방해한다.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부터, 소형 터렛, 요란한 소리를 내는 깡통, 알람이 울리며 불빛을 비추는 전등까지 다양한 함정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 숨겨져 있다. 실제로 탐험 중에는 가끔 이런 함정을 밟고 어이없게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점 때문에, 작은 지역을 공략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항상 중요했다.
▲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깡통 알람... 은근히 많다
전투가 전술적으로 바뀐 부분 외에도, 타격감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함께, 이제는 총을 사용할 때마다 제대로 된 손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 예로, 기계류의 적을 상대할 때, 총알이 타격하는 부위에 따라 파편이 휘날리고, 가끔은 에너지 무기가 적을 그대로 가루로 만드는 등 다채로운 연출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타격감은 ‘폴아웃’ 시리즈에서 다수의 적 처치를 도와주는 ‘V.A.T.S’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더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방식과 같지만, 보여주는 연출이나 카메라 각도는 이전보다 더 화려하게 그 모습을 다각도로 비춘다. 특히 ‘V.A.T.S’를 사용하는 중에 쌓이는 크리티컬 히트를 발동하면, 부위에 따라 적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줘 보다 공격을 성공했다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 총기마다 느껴지는 타격감은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 달려오는 '구울'을 상대로 총을 쏠때는 'V.A.T.S'가 필수!
만들고, 개조하고, 건설까지... 제작만 붙잡아도 신난다
만약 스토리와 전투가 질린다면, 새롭게 선보인 ‘제작 시스템’만 붙잡아도 질리지 않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제작’은 기본적으로 탐험 중 얻은 장비 혹은 잡동사니를 분해해 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간단한 예로, 버려진 맥주병에서는 유리를, 버려진 카메라에서는 철을 추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잡동사니에서 추출한 재료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자신 보유한 총의 명중률, 반동, 탄창 용량을 늘리거나, 방어구를 더욱 가볍게 혹은 단단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개조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개조의 폭이 넓어지고, 외형도 조금씩 달라져 그야말로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이런 잡동사니가 모두 재료입니다! 재료!
▲ 장비 모습이 개조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
개조와는 별개로, 이런 재료를 새롭게 추가된 ‘건축’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래 살던 마을에 동료들과 함께 살아갈 거주지를 세우게 된다. 마치 ‘심시티’처럼 건설된 마을에서는 식량, 식수, 전력, 심지어 약탈자를 대비한 방어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경험한 ‘건축’은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다. 버튼 하나 누르는 것만으로도 건축에 필요한 ‘워크숍’ 메뉴가 열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재료를 확인하면서 바닥부터, 벽, 문, 가구, 시설까지 다양한 물품을 마우스로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배치하면 끝이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직접 설치한 시설 외에도, 지역에 널려있던 나무 둥치나 자재를 분해해 모두 재료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부서진 집을 치우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전선을 이어 전기를 공급하는 등 재건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점차 발전하는 마을에 거주민까지 모이는 걸 바라보는 재미도 탐험 못지않게 쏠쏠한 편이다.
▲ 이번 작품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건축이 등장한다
▲ 주위에 보이는 폐자재를 뜯어서 재료로 만들 수도 있다
▲ 물, 전기, 식량... 모두 신경 써줘야 한다
모드가 있기에, 미래가 더욱 기다려진다
여태까지 살펴본 ‘폴아웃 4’는 그야말로 플레이타임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끝없는 콘텐츠를 플레이어에게 선보인다. 특히 기본적인 스토리, 전투, 제작 등 핵심 콘텐츠가 모두 합격점이라는 걸 생각하면, 초입에 말한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기본기로도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이번 ‘폴아웃 4’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유저 제작 모드(MOD)에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역시 수많은 모드가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본적인 그래픽 향상 모드부터, 보다 아름다운 캐릭터 외형, 여기에 좀 더 예쁜 건축물과 가구를 설치할 수 있는 모드까지 이미 다양한 모드가 게임을 수놓고 있다.
물론, 이런 유저 모드가 게임의 순수한 재미와는 관계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의미로 기본기가 탄탄하기에 이런 기대를 더욱 모으고 있는 셈이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온 모습만 봐서는 이번 ‘폴아웃 4’ 역시 ‘스카이림’처럼 오랜 기간 게이머들과 함께할 게임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저 '모드'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 이제 '스카이림'말고 '폴아웃 4'로 갈아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