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공략에 5년이 걸렸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2016.01.11 12:0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시각장애인 게이머, 테리 가레트가 플레이한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엔딩
(영상출처: MegaTgarrett 유튜브 채널)
인기 게임 ‘젤다의 전설’을 5년에 걸쳐 공략한 게이머가 온라인에서 화제다. 그의 공략이 완벽하거나 고난이도라서가 아니다. 그가 앞이 보이지않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귀로만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하나로 5년 만에 엔딩을 보는데 성공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는 테리 가레트(Terry Garrett)는 그가 10살이던 1997년에 시력을 잃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테리는 귀로 들리는 게임 배경음악과 효과음만 듣고 상황을 파악해 게임을 즐기는 법을 연습해왔다.
▲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귀로 소리만 듣고 게임을 즐긴 테리 가레트
(사진출처: wired.com)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진행 끝에 그는 시력을 잃고 처음 즐긴 어드벤처 게임 ‘이상한 나라의 에이드(Oddworld: Abe’s Oddysee)’를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그의 ‘게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복잡한 퍼즐과 기믹 구성으로 악명 높은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를 2011년부터 2016년 1월 2일까지 햇수로 5년 만에 엔딩을 보는데 성공한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는 그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귀로 듣는 것이다. 캐릭터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나 무기를 뽑는 효과음, 적이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 게임에 대한 단서를 얻는 것이다. 여기에 초반에는 이 소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는 지인의 도움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수많은 연습뿐이다. ‘젤다의 전설’을 예로 들면 어디까지 움직여서, 어느 곳에 멈추고, 어느 방향으로 화살을 발사해 과녁을 맞춰야 하는가를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며 파악하는 것이다. 테리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초반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았으나 개중에도 어려운 구간으로 손꼽히는 ‘물의 신전’부터는 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테리 가레트는 본인의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엔딩 플레이를 찍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 게임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끝까지 응원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대표 이미지
가레트의 플레이는 ‘시각장애인의 게임 플레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가레트는 눈이 보이지 않는 본인이 즐기기 어려운 게임으로 두 가지를 뽑았다. 하나는 레트로 게임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음으로 이뤄진 소리다. 이 경우 캐릭터의 상태를 귀로 파악할 수 있는 소리가 부족하다. 반대로 ‘헤일로’나 ‘콜 오브 듀티’와 같이 폭발음이 심한 슈팅 게임은 소리가 너무나 많아 필요한 정보만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가레트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을 쏘는 소리 자체는 들을 수 있지만 그 공격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귀로만 듣고 알기는 어렵다. 혹은 소리는 들었지만 캐릭터는 이미 죽은 이후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