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와 비난, 야누스의 길을 걸었던 하얀 마녀 <신영웅전설3: 하얀마녀>
2000.04.14 10:05김성진기자
이스 이터널의 성공에 고무된 듯 최근 팔콤은 자신들의 고전 명작들을 새롭게 리메이크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신영웅전설 3 하얀 마녀가 그렇고 이스 2 역시 머지 않아 한층 말쑥해진 모습으로 게이머들 앞에 재등장할 예정이다.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하얀 마녀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하얀 마녀는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시나리오 전개와 치밀한 구성에 능한 일본식 롤플레잉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하얀 마녀는 어설픈 전투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한 비난도 들어야 했던 야누스적인 작품이다. 미리 정해진 캐릭터들의 행동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투는 게임의 재미를 크게 손상시켰었다. 이번 하얀 마녀의 리메이크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도 바로 전투 시스템의 개선 여부였었다.
성형수술의 결과
게임을 인스톨하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한결 세련된 프롤로그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 장의 스틸 컷 화면으로 지루하게 버티던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부분적으로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사용된 일러스트레이션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래픽 보정 작업을 거쳐 픽셀을 제거해 한결 화려해 보인다. 오프닝뿐 아니라 전체적인 게임의 그래픽도 소폭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이 되는 일러스트도 바뀌었고 이벤트 장면에는 부분적인 동영상을 삽입해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줄리오와 크리스의 여행은 조금 여유롭게 시작된다. 도입부에 복선이 되는 장면들을 추가 삽입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연출은 꽤 마음에 든다. 또 모든 조작이 마우스 하나로 가능해져 훨씬 편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왕 마우스를 지원할 바에는 문을 열거나 NPC들과 대화를 할 때 마우스 클릭으로 처리할 수 있게끔 처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역시 전투 시스템이다. 이제 게이머는 전투 화면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작해야 캐릭터들의 성향과 퇴각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전체적인 전투는 여전히 자동 진행의 형식을 취하지만 캐릭터들을 클릭하면 작은 메뉴가 뜨면서 이동, 공격, 방어, 마법, 자동 전투를 선택할 수 있다.
오직 시나리오만이 남아…
전장의 지휘권을 게이머에게 이양하기로 한 팔콤의 결정은 그러나 다소 때늦은 감을 준다. 신영웅전설 3 하얀 마녀는 새 옷을 갈아입은 과거의 유령일 뿐이다. 애초 486 시스템을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의 그래픽은 요즘의 휘황찬란한 3D 게임들에 비해 너무 애처로와 보인다. 동영상들도 게임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귀여운 SD 캐릭터들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훨씬 풍성해진 사운드 효과도 오히려 하얀 마녀가 시기를 놓친 작품임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아니면 필자의 눈이 최근의 그래픽에 오염된 탓일까? 감정의 흐름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글화도 지적할 부분이다. 크게 흠잡을 곳은 없지만 좀 더 정성을 기울여 매끄럽게 대사를 처리해야 했다. 차라리 원작의 한글화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다. 대화가 생명인 롤플레잉 게임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지만 애초 CD 1장이었던 게임을 소장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4장으로 늘려 제작한 것도 게이머에 대한 서비스라기보다는 상업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하얀 마녀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라면 다른 것은 제쳐두고 오직 게임의 시나리오 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어도 게임의 탄탄한 줄거리만은 세월의 손을 피해 아직 윤기를 잃지 않고 있다. 하얀 마녀의 전설을 쫓아가는 줄리오와 크리스의 행적은 단순한 게임의 차원을 넘어선 감동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게이머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하얀 마녀의 추억은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엔딩에 동참한 이들에게만 준비된 선물이다.
장점 :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탁월한 시나리오와 훨씬 풍성해진 사운드 효과
단점 : 486 세대를 위한 그래픽.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썰렁한 대사들의 존재
총평 :하얀 마녀는 일본식 스토리 롤플레잉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외모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전해주고자 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출시된 신영웅전설 3 하얀 마녀가 그렇고 이스 2 역시 머지 않아 한층 말쑥해진 모습으로 게이머들 앞에 재등장할 예정이다.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하얀 마녀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하얀 마녀는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시나리오 전개와 치밀한 구성에 능한 일본식 롤플레잉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하얀 마녀는 어설픈 전투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한 비난도 들어야 했던 야누스적인 작품이다. 미리 정해진 캐릭터들의 행동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투는 게임의 재미를 크게 손상시켰었다. 이번 하얀 마녀의 리메이크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도 바로 전투 시스템의 개선 여부였었다.
성형수술의 결과
게임을 인스톨하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한결 세련된 프롤로그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 장의 스틸 컷 화면으로 지루하게 버티던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부분적으로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사용된 일러스트레이션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래픽 보정 작업을 거쳐 픽셀을 제거해 한결 화려해 보인다. 오프닝뿐 아니라 전체적인 게임의 그래픽도 소폭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이 되는 일러스트도 바뀌었고 이벤트 장면에는 부분적인 동영상을 삽입해 눈요기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줄리오와 크리스의 여행은 조금 여유롭게 시작된다. 도입부에 복선이 되는 장면들을 추가 삽입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연출은 꽤 마음에 든다. 또 모든 조작이 마우스 하나로 가능해져 훨씬 편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왕 마우스를 지원할 바에는 문을 열거나 NPC들과 대화를 할 때 마우스 클릭으로 처리할 수 있게끔 처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역시 전투 시스템이다. 이제 게이머는 전투 화면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작해야 캐릭터들의 성향과 퇴각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전체적인 전투는 여전히 자동 진행의 형식을 취하지만 캐릭터들을 클릭하면 작은 메뉴가 뜨면서 이동, 공격, 방어, 마법, 자동 전투를 선택할 수 있다.
오직 시나리오만이 남아…
전장의 지휘권을 게이머에게 이양하기로 한 팔콤의 결정은 그러나 다소 때늦은 감을 준다. 신영웅전설 3 하얀 마녀는 새 옷을 갈아입은 과거의 유령일 뿐이다. 애초 486 시스템을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의 그래픽은 요즘의 휘황찬란한 3D 게임들에 비해 너무 애처로와 보인다. 동영상들도 게임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귀여운 SD 캐릭터들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훨씬 풍성해진 사운드 효과도 오히려 하얀 마녀가 시기를 놓친 작품임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아니면 필자의 눈이 최근의 그래픽에 오염된 탓일까? 감정의 흐름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글화도 지적할 부분이다. 크게 흠잡을 곳은 없지만 좀 더 정성을 기울여 매끄럽게 대사를 처리해야 했다. 차라리 원작의 한글화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다. 대화가 생명인 롤플레잉 게임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지만 애초 CD 1장이었던 게임을 소장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4장으로 늘려 제작한 것도 게이머에 대한 서비스라기보다는 상업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하얀 마녀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라면 다른 것은 제쳐두고 오직 게임의 시나리오 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어도 게임의 탄탄한 줄거리만은 세월의 손을 피해 아직 윤기를 잃지 않고 있다. 하얀 마녀의 전설을 쫓아가는 줄리오와 크리스의 행적은 단순한 게임의 차원을 넘어선 감동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게이머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하얀 마녀의 추억은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엔딩에 동참한 이들에게만 준비된 선물이다.
장점 :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탁월한 시나리오와 훨씬 풍성해진 사운드 효과
단점 : 486 세대를 위한 그래픽.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썰렁한 대사들의 존재
총평 :하얀 마녀는 일본식 스토리 롤플레잉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외모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전해주고자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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