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시티를 돌려다오! 심시티 소사이어티(심시티 소사이어티)
2007.11.27 18:04게임메카 검정고릴라
‘심시티’ 매니아들의 기대감을 부풀려준 심시티의 최신작 ‘심시티 소사이어티(Simcity Societies, 이하 소사이어티)’가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발매됐다. 게다기 발매사는 패키지 게임 시장 불황 속에서도 한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소사이어티’는 원개발사인 맥시스가 아닌 ‘시저’ 등의 게임을 개발해 온 틸티드 밀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심시티’ 시리즈의 팬들은 ‘심시티 4’에 이르면서 ‘심시티’가 ‘심즈화’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아예 다른 사람들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사이어티’가 얼마나 ‘심시티’만의 고유성을 갖고 있는지는 큰 관심 거리일수 밖에 없다.
맥시스의 향기는 어디로?
뚜껑을 열어 본 ‘소사이어티’는 팬들의 우려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시티’라는 타이틀 이외에는 고유의 게임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심시티’만의 개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소사이어티’에서는 맥시스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 이건 심시티도 아니고 심즈도 아니여. 테마시티가 어울리겠다
우선 ‘소사이어티’를 이야기하기 전에 ‘심시티’ 시리즈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심시티’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주거, 상업, 공업의 구분만을 유저가 지정해 줄 수 있었고, 이런 여러 요소가 각각 상성에 의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유저가 집이나, 일터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각 지역 최고의 건물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목표이자 재미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소사이어티’는 부제처럼 도시 속의 특정한 사회를 테마로 삼고 있다. 물론 이것 저것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도 있지만 즐거운 사회, 명상적 사회, 독재 사회 등의 목표를 가지고 플레이 해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테마 위주의 게임이어서일까? ‘심시티’의 전통이었던 구역 지정은 ‘소사이어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소사이어티’ 에서는 마치 테마파크나 ‘타이쿤’ 류의 게임들처럼 원하는 건물을 집이나 일터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지정해서 지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보다 유저의 입맛에 맞는 도시를 직관적으로 만들 수는 있게 되었지만 도로를 바둑판처럼 만들어 놓고 그래프를 바라보며 지역을 조금씩 추가해나가던 ‘심시티’ 특유의 게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 심시티 시리즈에서 사랑받던 바둑판 식 도로 배열(심시티4)
사라져 버린 불평분자들
전작 ‘심시티 4’와 비교해 ‘소사이어티’에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자기들 예산이 줄어들까 항상 쓸데없는 걱정을 달고 살던 조언가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지방자치장들이 임기 말 행여나 예산이 줄어들까 선심성 보도블록 교체를 하는 것 마냥 서로 자기 부처 예산을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던 사람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심시티’를 해 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시키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소사이어티’에서의 조언가들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지 절대적이지는 않다. 조용해서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허전하다.
▲ 지긋지긋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부족하면 메시지는 나온다
쉽고 단순하지만 시리즈 특유의 개성은 사라져
앞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소사이어티’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이 마을은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야지’라는 목표를 잡고 플레이 하는 것이 좋다. ‘심시티’ 시리즈에서는 구역만을 지정해 줄 수 있어서 원하는 도시 모양을 만들기 어려웠지만 ‘소사이어티’는 그렇지 않다. 집부터 장식, 세세한 부분까지 건축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으로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소사이어티’만의 재미다.
▲ 이번 도시 테마는 이름부터 로맨틱한 고릴라의 초콜릿 마을!
‘소사이어티’의 특징은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나 쉽고 단순해져서 문제다. ‘심시티’는 초반의 적자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소사이어티’는 그런 걱정은 고이 접어 강물에 던져버려도 좋다. 단순하게 집 하나 짓고 일터 하나만 지어 놔도 적자가 나는 일은 거의 없다. 도로가 없어도 어지간한 거리는 일꾼들이 잘만 걸어간다. 게임을 시작한지 1시간 정도면 넘치는 금고에 시민들은 돈을 풀라고 아우성일 것이다.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이 귀찮은 건지 배려를 한 건지는 몰라도 교통 메뉴를 눌러보면 그 동양적인 아름다움인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도로는 도시 거리, 시골길. 교통 수단은 버스, 지하철뿐이다. 지하철은 노선을 정해줄 필요도 없다. 아예 지하 모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덕분에 수도관을 매설할 필요도 없고(심즈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걸까?), 전기선도 필요 없다. 요즘 대세는 무선 전기인 것인가?
▲ 여백의 미란 이런 것이다!
▲ 대각선 도로를 만들지 못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즐기려면 단순하게 생각하자
이런 단순한 게임 구성 덕에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도시를 발전시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기본적으로 일꾼과 일자리의 숫자에 신경쓰면 되고, 심즈들의 만족도를 높여 주면 된다.
덧붙여 ‘소사이어티’에서 새로 등장한 개념인 부, 창조성, 지식, 권위 등의 수치에 신경을 쓰면된다. ‘소사이어티’의 각 건물에는 특정한 수치가 설정되어 있어 이를 늘려주거나 소비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조정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레코딩 스튜디오를 지으면 (아티스트들의 창조의 고통이 따르듯) 일정 수준의 창조성을 필요로 하게 되고, 필요한 수치가 부족하면 레코딩 스튜디오는 문을 열지 않는다. 창조성을 높이려면 주로 예술과 관련된 건물이나 장식이 필요한데 공공 벽화 같은 것들이 있다. 얼핏 봐서는 복잡한 개념 같지만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쉽다. 장식 같은 것들은 위치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도시 한 켠에 수치는 많이 올려주면서 크기는 작은 것들로 꽉꽉 채워버리는 거다!
▲ 어이쿠, 부가 부족해요? 이러면 되죠-_-;
넌 행복하니? 난 괴롭다
‘소사이어티’에 사는 심즈들은 단순하고 본능에 충실한 녀석들이다. 너무 행복해서 자아도취에 빠진 녀석들도 있는가 하면 기분 좀 더럽다고 부랑자가 되어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도로는 넘치는 차들로 막히게 되고, 한껏 찡그린 이모티콘을 머리 위에 띄우며 거칠게 운전을 한다. 매연이 심해지면 숨이 막힌다고 투덜거린다.
▲ 원래 이랬던 녀석들이
▲ 공기가 탁해지니까 찡그리기 시작한다
좋은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즈들이 행복하도록 갖은 정성을 써주어야 한다. 특히 매연을 내뿜는 발전소나 대형 공장, 쓰레기 처리 시설 같은 것은 심즈들의 행복 지수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때문에 발전소는 무공해 풍력발전소가 좋지만 발전량이 적기 때문에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심시티2000’에서도 공해를 없애기 위해 일부러 폭포를 만들어놓고 수력발전소를 잔뜩 지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발전소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 문제지만.
▲ 시간이 갈수록 도시 한쪽은 풍력발전소화 돼 버리는 현실
명성에 못 미치는 아쉬움
사실 ‘소사이어티’를 두고 '심시티'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게임성이나 독창성에서 어느 하나 발전된 부분이 없고, 그래픽이 특출난 것이 아님에도 사양은 왜 그리 높은지 듀얼코어 6400, 지포스 7600GS, 램 2기가의 사양으로 ‘중옵’을 돌리기도 벅찼다. 도시가 한 화면 정도의 크기로 성장하면 프레임은 10 미만을 가리키며 행복해하는 심즈들과는 반대로 필자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 낮은 옵션으로 플레이를 한 관계로 다소 퀄리티가 떨어지는 스크린샷을 보여줄 수 밖에 없음을 미리 밝혀 둔다. (그 우울한 기분을 풀기 위해 필자는 지진과 허리케인을 부르고 운석을 떨어뜨리며 즐거워했다) 심즈들의 불평거리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은 그런대로 들어 줄만 했다.
▲ 재난을 일으키고 기뻐하는 건 나 뿐인가?
어쨌든 ‘소사이어티’는 조언가들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머리 아파할 필요가 없고, 지역은 정해줬는데 건물들이 솟아 오르지 않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귀찮게 수도관을 매설하지 않아도, 전봇대를 세우지 않아도, 지하철은 입구만 만들어 놓아도 도시는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런 단순함으로 ‘심시티’ 매니아들의 입맛을 채워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시티’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겠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건 심시티가 아니에요오오오!’ 라고 외쳐주고 싶다. 한 가지 봐줄 만한 점이라면 여러 방향의 시점 제공으로 다양한 스샷을 보관할 수 있는 점이라고나 할까? 팬의 입장에서 보면 복잡한 걸 싫어하는 유저들에게 추천할만 하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장점인 것 같다.
▲ 시점만 다양한 심시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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