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카트, 이제는 물총이다! 버블파이터
2008.12.24 17:06게임메카 정요한 기자
그동안 FPS(First Person Shooting)라는 게임 장르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좀더 사실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FPS게임의 초기에는 중력에 상관없이 캐릭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이퍼 FPS’가 대세였지만, 이제는 현실성에 초점을 맞춘 ‘밀리터리 FPS’가 대세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리엔진과 타격효과의 발전이 FPS게임의 장르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한편 FPS게임이 밀리터리 중심으로 변화해가면서, FPS게임은 게임의 폭력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장르가 되었다. 총기가 등장하는 게임 특성상 과격한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실제로 PC방에서 FPS게임을 하며 욕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의 ‘버블파이터’(클로즈베타 테스트중)는 매우 건전한 FPS게임이다. (‘버블파이터’는 정확히 말하자면 TPS(Third Person Shooting)게임이지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총을 쓰기는 하지만 실총이 아니라 물총을 사용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가 나와 거부감을 주지도 않는다. 피격당했다고 피가 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 건전한 FPS게임이 기존의 FPS 게임에 물든 아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맞추고, 터트려라! 물풍선 터트리기
앞서 말했듯이, 버블파이터에서는 HP가 다 소모되었다고 해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지 않는다. 대신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에서 그랬던 것처럼 물풍선 속에 갇히게 된다. 이때 적군이 다가와서 풍선을 치면 캐릭터가 완전히 쓰러지고, 다시 시작지점에서 부활한다. 반대로 아군이 물풍선에 갖힌 플레이어를 구해주면 다시 싸울 수 있다. 물론 HP가 거의 소모된 상태라 이 상황에서 다시 피격당하면 그때는 물풍선 속에 갇히지 않고 곧바로 쓰러진다. 쉽게 말해 옛날 놀이 ‘얼음땡’같이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헬프! 헬프!
기존의 FPS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쓰러지면 거기서 끝이었다. 하지만 ‘버블파이터’는 물풍선 속에 캐릭터가 갇힌다는 점이 다른 FPS게임과 차별점을 부여한다. 아군이 교전중에 갇혔을 때, 아군을 구하러 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싸울 것인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적군을 물풍선에 가두면 상대방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로서 굉장한 심리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캐주얼 FPS게임에 엄폐기능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한 ‘기어즈 오브 워’같은 일부 FPS게임에서 선보였던 엄폐 기능도 있다. 벽에 다가가서 전진키를 누르면, 벽을 등지고 선 상태로 자세가 변경된다. 이 상황에서는 들킬 위험 없이 적군을 지켜볼 수도 있고, 약간 머리를 내밀어서 사격을 할 수도 있다. 단순한 캐주얼 FPS게임라 보기에는 상당히 뛰어난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엄폐기능과 구르기 같은 특수동작은 있으면서, 왜 점프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우주최강’ 스나이퍼 라이플
버블파이터에서 쓸 수 있는 무기는 다른 FPS게임에 비해 상당히 적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으니 만큼 무기의 종류가 적고 단순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주 무기는 라이플, 샷건, 스나이퍼 라이플의 3종류로 나뉘고, 근접무기는 '피스톨'과 '박치기' 두 개 뿐이다.
▲방에 들어가면 7~80%는 스나전을 외친다
이것만으로도 싸우는 데에는 별 무리는 없겠지만, 무기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방에 들어가서 보면 모든 플레이어가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고있고 하나같이 ‘스나전’(‘스나이퍼 라이플’을 쓰는 게임)을 외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무기는 너무 약하고 ‘스나이퍼 라이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스나이퍼 라이플’의 데미지를 조금만 낮추고, 라이플과 ‘샷건’을 좀더 쓸만하게 만든다면 무기 사용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더 첨언하자면, 근접무기로 나오는 ‘피스톨’은 근접무기로 쓰기에는 힘든 관계로 그냥 ‘박치기’를 쓰는 것이 좋겠다.
▲스나이핑의 쾌감은 써본 사람만 안다
그래도 ‘스나이퍼 라이플’이 밸런스를 떠나 가장 타격감을 잘 보여주는 무기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게임의 타격감의 대부분은 ‘스나이퍼 라이플’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스나이퍼 라이플’로 적군을 맞춰 물풍선으로 가둘때, 그때의 효과음과 물이 튀는 연출은 정말 짜릿하다. 사람들이 ‘스나이퍼 라이플’을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충 쏴도 잘 맞는다
▲네모난 곳 안에만 적이 들어오면 맞기때문에 조준의 어려움은 없다.
조준하기도 쉽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가 머리가 큰 관계로, 줌 없이 가늠으로 머리만 살짝 겨눠도 정말 잘 맞는다. 이것은 스나이퍼 라이플은 물론이고 일반 라이플도 마찬가지다. 조준범위가 넓어, 화면 가운데의 영역 안에만 적군이 들어가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쉽게 쏴서 쉽게 맞추다 보니 적응하기가 쉬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초심자를 위한 FPS 게임
‘버블파이터’는 매우 즐기기 쉬운 FPS게임이다. 아마도 기존 밀리터리 FPS게임의 마니아라면 캐릭터가 유치하고, 사격이 너무 쉬워서 이런 건 FPS게임도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FPS게임이 전쟁 같은 분위기를 보여줬다면, ‘버블파이터’는 애들의 ‘물총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같은 FPS게임이야말로 낮은 연령층과 게임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쉽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피가 튀고 사지가 날아가고 괴물이 나오는 FPS게임은 모든 연령층을 커버할 수 없고, 더군다나 그런 게임을 아이들에게 권할 수 없다. 그렇다고 FPS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하지말라”고 말해야 할까? 이럴 때 거부감 없이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버블파이터’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버블파이터’는 다른 FPS게임에 비해 더욱 쉬운 조준과 짜릿한 타격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FPS게임에 입문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거기에 기존의 FPS게임을 하던 아이들까지 온다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