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스 체험기, 오랜만에 등장한 `물건`입니다
2010.05.12 22:12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문득 인터넷에서 본 수십개의 패티가 끼워져 있는 엽기 맥도널드 햄버거가 떠오릅니다. ‘미소스’ 체험기에 뜬금없이 무슨 햄버거 이야기냐구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미소스’를 맞이한 첫 느낌이 마치 그 엽기 햄버거를 보는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먹음직스러운데 너무 많은 패티 때문에 빵과 빵 사이의 균형이 어긋나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그런 아리까리한 기분 말이죠. 물론 어떻게 먹든 맛 자체는 다르지 않겠죠. 하지만 한 개의 패티만을 끼웠다고 해서 그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문제는 그 패티의 소스가 소고기냐, 돼지고기냐, 그리고 어떤 요리법을 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게임의 콘텐츠도 무조건 많다고 좋은 법은 아닙니다. 김대기의 적절한 5:5 가르마처럼 양과 질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아야 하는 법이죠.
콘텐츠의 양이 엄청나 살짝 부담스러운 첫 느낌
‘미소스’ 월드에 접속하면 사실 굉장히 설렙니다. 판타지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어 빨리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아우라를 풍기기 때문이지요. 초보자 마을에서 기초적인 사냥을 배우고, 인터페이스를 익히는 부분도 꽤 짜임새 있게 구성돼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전 버전의 ‘미소스’는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 느낌은 잘 모르지만, 이번에 공개된 버전은 확실히 완성도에서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첫인상을 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퍼부었으리라, 이런 인식이 자연스레 박히더란 말입니다.
일단 기자는 ‘미소스’를 일반 MMORPG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구 때려 부수고 좋은 아이템 골라 먹는 ‘디아블로’식 핵앤슬래시 던전 액션RPG로만 생각하고 있었지요. 가볍게 즐길 수 있으리라, 머리 아픈 일 없으리라, 앞만 보고 쭉쭉 나아가면 되리라, 이런 계획만을 잡아둔 채 무작정 접속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꽤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콘텐츠가 준비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퀘스트부터 시작해 업적, 제작 시스템, 스킬 등 '미소스'는 초반부터 꽤 많은 지식의 습득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진행이 단순한 게임은 아니더란 말이죠.
이는 최근 온라인 게임들이 ‘콘텐츠 고갈’에 따라 이용자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미소스’는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애초부터 많은 분량의 콘텐츠를 구현해 둔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취지 자체는 높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이 부분이 계속 거슬립니다. 아니, 거슬린다기보다
살짝 아쉬웠다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까요? 일단 퀘스트를 예로 들어보죠. 초보
마을에서 시작된 퀘스트는 일반 마을로 넘어와도 꾸준히 등장합니다. 하나를 완료하면
두개가 생기고, 두개를 완료하면 세개가 생기는 구조죠. 그만큼 많은 양의 퀘스트가
준비돼 있고, 크게 어렵지 않아 하나씩 치워나갈 수 있습니다. 던전 입장에 목적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죠. 소위
말하는 ‘닥사냥’보다 퀘스트 진행이 경험치 획득 면에서 훨씬 이익이기 때문에
퀘스트 중심으로 플레이를 해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아쉬운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이 정도의 퀘스트 물량 공세는 ‘아이온’ 정도 되는 대형 사이즈 MMORPG에서나 더 어울릴법합니다. 퀘스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정성스레 만들어둔 지역과 전투 자체에 더 의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자연스레 ‘모험’이라는 목적의식도 분명해지고 말이죠. 쉬운 퀘스트가 눈앞에 있으니 일단 덥석 물 수밖에 없고, 자기도 모르게 얽매이게 되죠.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전투만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에게는 퀘스트로 빽빽이 들어찬 로고는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 파티 퀘스트를 진행하는 장면, 얏얏 죽엇 곰팅이!
퀘스트가 아닌 제작 아이템이나 업적 등의 시스템도 분명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나
처음부터 굳이 다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초반에는 던전 탐험과 캐릭터의
스킬 등을 부각해 전투를 먼저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그 이후에 차근차근 콘텐츠를
불려나가는 형태가 되도 충분할 거란 생각입니다. 지금은 '우리 게임 콘텐츠 많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물론 이러한 콘텐츠 공세가 무조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없는 것보다야
훨씬 좋지요. 다만 ‘미소스’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뿌려주길 바라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꺼내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베이스가 좋은 게임이니 온라인 버전으로 재가공하며 개발자들도 엄청난 고민을
했을 테지요.
전투는 재미있어 액션RPG로써 점수는 A-
확실히 전투는 재미있습니다. 맵의 형태와 몬스터의 종류가 다양해 다음 던전을 향할 때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나름 잘 다듬어진 타격감 때문에 금방 질리지도 않습니다. 전투 자체는 ‘미소스’와 자주 비교가 되는 ‘토치라이트’처럼 순간적으로 화끈하고 과격한 느낌을 선사하는 형태가 아니지만, 이보다 조금 더 아기자기하면서 깊은 맛을 내려고 노력한 듯 보였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스킬트리에 따른 자유도 높은 성장방식입니다. ‘미소스’에는 근거리, 원거리, 마법을 사용하는 세 가지 직업이 등장하는데 모두 다른 스킬 트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마법사인 ‘불의 지배자’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스킬트리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죠. ‘불의 지배자’라도 육탄전 쪽에 스킬을 투자하면 꼭 원거리에서 마법 뿅뿅 쏘는 게 아니라 근접전도 펼칠 수 있습니다. 용개처럼 화염 펑펑 터뜨리는 형태로 싸우느냐, 간달프처럼 지팡이로 두들켜 패느냐는 플레이어의 몫이란 거죠.
▲ 검에 불 속성을 부여하고 육탄전을 벌이는 '불의마법사'
몬스터도 일반 몬스터뿐 아니라 챔피언급, 히어로급 몬스터들이 간간이 등장해
지루함을 덜어내 줍니다. 일반 몬스터는 싹 모아 쓸어 담는 통쾌한 맛이 있고,
챔피언 몬스터는 살짝 긴장하게 해주는 맛이, 그리고 히어로 몬스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 드랍될 아이템을 기대하게 해주는 맛이 있었습니다.앞서 콘텐츠 물량 공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는데, 몬스터 물량 공세는 언제라도
대환영입니다.
(웃음)
다만 대부분의 던전이 좁고, 분위기 자체가 어두운 것은 좀 아쉽더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더 밝은 톤으로 색감을 한 번 더 조절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번째 지역이 사막이고, 세 번째 지역이 설원인데 맵이 확 바뀌었다는 느낌은 강렬하게 스며들지만 어둡고 좁은 느낌은 크게 달라지지 않더군요.
비주얼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야
‘미소스’의 그래픽 퀄리티는 까놓고 말해 좋은 편은 아닙니다. 디테일한 면에서 최신식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죠. 하지만 디자인이 잘 나온 편이고, 모델링도 훌륭한 수준이라 못봐줄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테라'를 하다와도 크게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란 거죠.
특히 가장 만족스러운 건 이펙트 효과입니다. 과잉 없이 처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개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덕분에 정신없는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했고, 몬스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었습니다. 방만하지 않은 것이 매우 훌륭하죠. 때문에 파티 플레이나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전투가 더 흥미로워지는 효과가 있고, 전투를 오래 해도 시각적 부담이 덜해 밤새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 레벨이 오를수록 이펙트 효과는 점점 화려해집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강약조절은 필요해 보입니다. 과잉 없이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강약조절은 게임에 탄력성을 불어넣어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레벨업을 했을 때나 특정
업적을 달성했을 때 좀 더 강력한 이펙트 효과를 부여한다면 순간 ‘목적 달성’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시점 변화입니다. '미소스'는 쿼터뷰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유시점 모드를 제공합니다. 이 모드에서는 일반 3D MMORPG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사용하며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아직 답답함이 전부 씻겨지지 않아 완성도는 살짝 부족해 보였는데, 조금만 더 다듬으면 차별화된 특징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네요.
▲ 내 캐릭터 정면보기! 확실히 시점모드에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게임 시스템은 '디아블로'에 '미소스' 색 입혀
게임 시스템은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은 전부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랜덤 시스템의 경우?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구조가 바뀌어 같은 곳이 돌고 또 돌아도 쉽게 지루해지지 않습니다. 던전은 층으로 분류돼 있어 하나씩 클리어하고 올라가는 형태죠. 물론 더 깊숙이 갈수록 더 어려운 난이도와 훌륭한 보상 아이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탈이 없기 때문에 사망하면 다시 뛰어와야 하지만, 마지막 층으로 보내주는 NPC가 따로 있어 이를 통해 재도전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집니다.
확인되지 않은 아이템을 주워 하나씩 열어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디아블로’를 해봤던 게이머라면 이 느낌에 대해 잘 알 수 있겠죠. 강화 시스템은 아이템에 뚫린 구멍에 소켓을 박는 기본적인 형태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상은 확인을 못했군요. 이 외에도 겜블, 스탯분배, 속성저항, 스킬 트리, 평판 등 '디아블로'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다양한 시스템은 충분히 구현돼 있습니다.
종합해 정리하면 게임 시스템은 ‘디아블로’의 시스템을 많이 차용했고, 여기에 몇 가지를 ‘미소스’식으로 풀어냈다고 보면 됩니다. 아쉬운 건 퀘스트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미소스’만의 고유한 색깔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너무 안정빵으로만 구성된 느낌이랄까요? 강력한 한방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게임 롱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한번쯤 되짚어 볼만합니다.
▲ 크흑 힘들게 잡았더니 겨우 파랑템.. 난 보라색이 좋단 말이다
그래도 해볼만한 게임은 분명하니까요!
사실 던전RPG를 표방하고 만들어진 게임은 정말 최악이 아닌 이상, 어느정도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접속을 종료한 이후죠.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다시 접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안 들고에 따라 게임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깊이의 차이니까요. '미소스'는 전자입니다.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임입니다. 만렙 이후에 어떤 콘텐츠가 준비돼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평가는 이렇게 하고 싶네요. 물론 "이건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라고 억지로 추천해 드리고 싶진 않지만, '디아블로'의 향수가 그리운 분들이나 무거운 MMORPG에 지쳐 있는 분들에게는 꼭 한번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꽤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참 '미소스'는 내일(목요일)부터 최종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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