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 2로 새롭게 거듭난 카스 체험기!(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
2004.07.05 22:32게임메카 윤주홍
▶ 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 |
한 게임의 발전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요람에 담겨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는 듯 달랑 권총 한 자루만을 거머쥔 채 똑같은 모습의 테러리스트들과 총싸움을 벌이던 앳된 카운터스트라이크는 발전을 거듭, 세계최고의 1인칭 액션게임으로 거듭났고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수직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십 번의 환골탈태를 거듭한 카운터스트라이크라지만 지난 5월 E3에서 발표된 ‘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이하 카스: 소스)’는 일종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 중심축은 하프라이프 2 엔진을 이용한 리메이크작이라는 것에 있었고 대상이 카운터스트라이크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은 필연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카스: 소스의 시연대 |
‘양치기소년 밸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카스마니아들을 술렁이게 만든 문제의 이 작품은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스타일네트워크의 시연회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오랜 시간의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카스의 골수팬 중의 한명인 필자 역시 카스의 새로운 버전을, 나아가 하프라이프 2 엔진의 일부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아 독자 여러분께 소개의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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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라이프 2로 새롭게 거듭난 카운터스트라이크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그렇듯, 리메이크작이라는 간판은 개발사로 하여금 상당한
부담을 주는 타이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일단 도끼눈을 뜨고 조목조목 게임을 디벼보는
골수팬들의 시선을 벗어나기가 어렵고 원작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훼손했다가는 빗발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개 당시엔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지만 E3를 통해 어설프게 소개된 영상만으로 어찌 게임을 가늠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명 ‘짜고치는 고스톱’ 사건으로 하프라이프 2 인공지능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밸브의 전과를 되짚어보자니, 일반 게이머와 다를 바 없는 필자 역시 도끼눈을 뜨고 게임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카스: 소스는 (조악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친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시연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카운터스트라이크와 별다를 바 없는, 원작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카스: 소스는 제작사의 말대로 전편의 그것을 송두리 채 뽑아다 옮겨놓은 듯한 광경을 선보인다.
물론 5년의 갭을 넘긴 엔진의 세대차를 감안하면 100%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어려운 점이 많지만 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게임스타일 덕분에 첫인상만큼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하기에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무엇보다 카스: 소스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하복2 물리엔진의 적용으로 인한 다양한 연출이다. 필자가 체험해본 더스트맵(de_dust2)에서는 드럼통을 비롯 술병, 타이어, 상자 등 다양한 장애물(?)이 등장했는데, 이 모든 물체가 탄환이나 폭발,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시연회에서는 모두가 드럼통 쏘기에 여념이 없었다 -_- |
예를 들어 드럼통의 아랫부분을 조준사격하면 타격방향으로 드럼통이 기울어지면서 넘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넘어진 드럼통은 경사진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하는데, 평지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물론 멈춘 드럼통은 게이머가 앉아서 앞으로 미는 방식으로 하나의 은폐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카스라는 게임이 워낙 스피디하기에 이러한 엄폐물의 활용도가 높을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어쨌든 전술의 다양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만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발매된 수많은 액션게임이 뛰어난 물리엔진을 도입하고 있기에 눈에 확연히 들어올만한 특징으로 볼 순 없지만 아즈텍맵 다리 위에서 총에 맞아 허물어지듯 물가로 떨어지는 캐릭터의 모습과 타격방향에 따라 각각의 관절이 따로 반응하는 시체의 움직임 등은 오랜시간동안 카스를 즐겨온 유저에겐 분명 놀라운 특징으로 부각될 만한 요소다.
타격감에 대해서는 현재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합격점을 줄만한 수준이다. 총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쩍임에 약간 오바성이 섞인 것은 사실이나 십자모양으로 넓게 퍼지는 형상은 실감나는 총격전을 벌이는데 좋은 조미료가 될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탄착군 형성에 있어 몇몇의 무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내 아쉬움을 자아낸다. 특히 AK-47 소총의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집탄률로 3점사에서도 온 사방에 탄환이 튀는 기현상이 연출된다. 1.6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화기인 파마스 역시 실망스러운 성능이었지만 M4A1의 경우 오히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정한 탄착군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분명 밸런스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 플래시뱅으로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광경 |
각종 수류탄의 효과 역시 전편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만 무엇보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효과와 기능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이룬 플래시뱅(섬광탄)에 있었다.
레인보우식스 3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는 카스: 소스에서의 플래시뱅은 전편에서 약 2초간 화면을 하얗게 만들어버리는 눈부심 효과 외에도 2~3개의 장면이 오버랩 되는 착시현상까지 겹쳐져 팀 전체에 상당한 데미지를 가져온다. 특히 새로운 플래시뱅은 폭파와 동시에 주변의 소리가 고주파음에 묻혀버리는 효과와 함께 아예 총을 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해 전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신적 데미지(?)를 유발한다.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한글화 수준도 상당했다. 스팀서비스가 하나의 골격을 기준으로 구성된 시스템이고 카스 자체도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현지화가 그다지 필요 없는 타이틀인 만큼 수준의 높낮이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시연회 현장에선 뜬금없이 나타나는 한글을 보고 놀라는 유저가 꽤 많은 편이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불찰도 있으나 그래픽이 원작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특히 MP5, AWP를 비롯한 각종 화기의 모습과 캐릭터들의 복장이 너무 점잖은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수년전에 등장한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카스 관련 스키너(화기나 기타 복장 등의 텍스처 그래픽을 작업하는 유저)들이 다양한 활약을 펼치기에 지금까지도 그다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그 이유로 작용하겠지만 놀라울만한 엔진의 성능으로 보다 빼어난 그래픽을 원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요구사항은 아닐 듯 하다.
어쨌든 카스: 소스는 현재진행형으로 개발되고 있는 작품이다. 두달 남짓 남은 개발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전편이 그랬듯 카스: 소스도 수많은 유저들의 손을 거치고 난 후엔 빼어난 호남으로 태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 기대는 하프라이프 2 엔진이라는 강력한 뼈대가 지원군으로 버티고 있기에 한번쯤은 상상해볼만한 꿈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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