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를 뛰어넘을 정도의 워밍업은 충분했는가?(라스트 카오스)
2004.11.12 09:54게임메카 박진호
지금까지 상당수의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MMORPG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다기보다 ‘리니지 2’라는 큰 벽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렸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이 MMORPG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온라인게임시장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MMORPG라고 할 수 있다.
▲카트라이더가 PC방을 휩쓸고 있어도 결국 메인은 MMORPG |
그리고 라그하임으로 온라인게임의 본격적인 3D화 열풍을 몰고 온 나코인터랙티브의 신작 라스트카오스는 온라인게임시장 춘추전국시대에 새로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리니지를 표방하며 아크로드, RF온라인, 로한 등과 함께 리니지 2란 벽을 넘어 온라인게임시장의 판도를 새로 바꾸기 위해 수십억의 개발비를 들여가며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급의 MMORPG로 개발돼 온 라스트카오스는 노멀범프맵 랜더링과 형광효과기법을 통한 고퀄리티의 그래픽, 퍼스널던전시스템, ERAS시스템 등 라스트카오스만의 게임특징을 내세우고 있다.
라스트카오스는 지난 8월 17일부터 지난 11월 8일까지 3개월에 걸쳐 총 5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면서 게임의 내부적인 문제점을 수정해 게임완성도를 높여가면서 리니지 2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최종 클로즈베타테스트가 모두 종료된 시점에서 ‘라스트카오스, 과연 리니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쉽게 ‘그렇다’라고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라스트카오스의 퀄리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리니지 2와 비교되기는 이른감이 있다 |
물론 베타테스트의 목적이 게임컨텐츠의 평가가 아닌 결함이 생길 수 있는 게임의 내부적인 문제점을 짚어내 그를 해결하고 게임의 첫 번째 가능성을 평가받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용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의 그것과 같은 수준으로 게임내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통해 게임내용에 대한 어느 정도 가능성은 예상해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번 프리뷰에서는 5차에 걸쳐 실시돼 온 라스트카오스의 클로즈베타테스트 결과를 두고 크게 게임 내, 외부적인 측면과 유저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평가해 라스트카오스가 리니지 2의 아성을 뛰어넘을 정도 충분히 워밍업을 실시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차 클베에서 발견된 문제가 5차까지
총 5번에 걸쳐 실시된 라스트카오스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 가장 눈에 띤 것은 그날 발생된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수정해 해당문제가 다음 날까지 연장되지 않도록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라스트카오스는 서버안정화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5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 이르러서도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1차 클베당시에는 '리니지 2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작품'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저들의 관심이 높아져 테스터가 아닌 유저들까지 클라이언트를 다운받으면서 예상지 못했던 접속자 폭주가 일어나 해당문제가 생겼다고 하지만 그런 문제를 거의 해결했다고 하는 5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도 여전히 접속불량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클베때 접속지연 화면(왼쪽)이 5차 클베때도 등장했다. 보고싶지 않았건만 |
결국 라스트카오스는 접속불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된 서버를 신속하게 증설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나코인터랙티브는 이를 접속폭주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했던 최상의 서버 및 네트워크 관련 기술력, 문제 발생시 신속하게 처리하는 발 빠른 대응자세로 설명했다.
▲테스트서버는 빠른 속도로 마련되긴 했지만 사전에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한 것일까? |
이런 문제가 1, 2차 클베에서 드러났다면 수정을 기다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접속불량에 대한 문제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첫 날부터 충분한 테스트서버를 오픈하지 않고 접속불량에 대한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유저입장에서는 개발사와는 다른 기준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차(왼쪽)때와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5차(오른쪽). 필자는 공성전 하는 줄 알았다 |
▲리니지 2를 봤는가 라스트카오스를 봤는가?
테스터들이 하나같이 모두 라스트카오스의 가장 발전가능성이 있는 부분으로 꼽은 것은 그래픽과 사운드. 라스트카오스는 유저가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보고 느끼는 부분이 그래픽과 사운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게임을 개발했다.
▲라스트카오스는 5번의 클베를 거쳐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
그래서 기존 패키지게임에서 주로 사용해 왔던 노말범프맵 랜더링 기술과 블러필터링 기술을 온라인게임에 처음 응용해 제작한 라스트카오스의 그래픽은 꽤 훌륭한 모습으로 구현됐고 이는 단순히 퀄리티가 뛰어나기만 한 것이 아닌 대부분의 게임요소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으며 리니지 2의 그래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유저에게 낮은 부담을 주면서 높은 퀄리티를 구현하기에는 조금 모자람이 있지만 캐릭터와 몬스터의 랜더링 수준이나 주변 오프젝트의 디테일함은 차후 발전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래픽 퀄리티는 라스트카오스의 향후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키기 충분하다 |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움직일 때의 경쾌한 발자국소리라든가 공격시의 타격음 등은 전투나 이동이 반복되더라도 유저가 쉽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것들이 리니지 2의 탈을 벗었냐 하는 것이다.
라스트카오스는 클로즈베타테스트 전부터 불거져온 리니지 2 표절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클로즈베타테스트 기간동안 게임의 많은 부분을 수정해 가며 리니지 2의 탈을 벗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터페이스를
포함해 다양한 부분을 수정해 가며 라스트카오스는 리니지 2의 탈을 벗으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포함한 외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라스트카오스의 모습은 게이머의 조작능력과는 상관없이 단순한 몬스터 사냥에만 집착을 보이는 기존의 MMORPG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차후 라스트카오스만의 게임시스템을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겠지만 적어도 필자는 라스트카오스를 하면서 리니지 2를 봤다는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외형만 벗었을 뿐, 아직 라스트카오스가 보여준 잠재력은 리니지 2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아직까지는 잘 만들어진 MMORPG라는 느낌 뿐 |
▲발전 가능성이 충분했던 라카만의 게임요소
라스트카오스가 다른 게임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는 간편성과 개성이 조합된 시스템과 다양한 연출이 돋보인 퍼스널 던전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라스트카오스의 캐릭터성장은 레벨 업에 의한 자동성장과 레벨 업을 했을 때 주어지는 성장포인트분배를 통한 성장, SP를 소모해 특정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강화스킬 성장 등 세 가지 성장방식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레벨업에 의한 자동성장방식은 성장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즐겨야하는MMORPG의 특성상 유저가 직접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은 유저의 캐릭터에 들어가는 애정의 정도가 적어지는 것은 물론 캐릭터의 차별화가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라스트카오스의 복합적인 성장방식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라스트카오스는 다양한 성장방식을 제공해 유저들은 캐릭터의 밸런스 있는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성장방식에 대한 알고리즘 습득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은 캐릭터의 밸런스 있는 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라스트카오스는 이런 성장시스템뿐만 아니라 국내 MMORPG의 전투부분에서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스틸, 캠핑, PK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라스트카오스가 내놓은 대안은 바로 플레이어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퍼스널 던전시스템. 라스트카오스의 퍼스널 던전시스템은 플레이어 혼자 던전에 입장해 즐기게 되는 방식으로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플레이어가 동시에 플레이하는 온라인게임의 한계상 보여줄 수 없었던 독특한 요소를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퍼스널던전에 들어가게 되면 이렇게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듯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점이 있다면 혼자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한다는 것 뿐 |
실제로 퍼스널 던전 내부에서는 기존의 MMORPG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플레이어의 접근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문, 창문을 깨고 등장하는 적, 바닥으로부터 솟아나오는 몬스터, 천장으로부터 떨어지는 몬스터, 무너지는 바닥이나 벽을 부수고 등장하는 몬스터 등 기존 콘솔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개성적인 연출이 등장해 유저에게 MMORPG에서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장비착용 및 스킬사용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액세서리 시스템과 반복, 수집퀘스트에 도움이 될 메모리 스크롤 시스템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어 향후 다양한 시스템과의 접목을 통한 발전이 기대된다.
▲다양한 서브시스템을 통해 MMORPG의 고정된 틀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발로 뛰는 유저서비스, 매너리즘에만 빠지지 말기를
경쟁력 있는 MMORPG를 추구하고 있는 라스트카오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퀄리티 있는 그래픽, 실감나는 사운드, 독특한 방식의 게임시스템이 아닌 바로 유저서비스 부분이다.
지난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실시 당시부터 라스트카오스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아온 유저서비스는 크게 ‘GM시스템’과 ‘일일 베타테스트 보고서’ 등 두 가지로 이뤄졌다.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실시 당시부터 ‘잠자지 않는 GM’이란 별명을 얻게 된 라스트카오스의 GM들은 약 20명 정도로 구성됐으며 2교대 근무를 하면서 게임 내 진정사항 뿐만 아니라 테스터 게시판에 올라온 버그리포트와 문의사항을 거의 모두 소화해 내고 있어 테스터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고압적인 자세가 아닌 일반 유저와 같은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유저의 의견을 구하고 테스트를 기다리는 유저들의 잡담도 재치 있게 받아치는 등 친 유저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GM시스템 외에도 라스트카오스는 온라인게임 사상 최초로 테스터들에게 테스트에 대한 일일 보고서를 발송하고 있어 유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테스터들에게
매일 발송되는 일일 테스트리포트
일일 테스트보고서는 매일 발견되는 버그 및 수정사항, 추가 업데이트 내용 등에 대한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홈페이지와 메일로 공지함으로서 테스터가 게임 내 변경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게임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나코인터랙티브는 “이미 2001년에 온라인게임 라그하임을 통해 국내에는 처음으로 24시간 서비스운영체제 시스템을 도입함과 동시에 실시간에 가까운 고객불만처리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며 “이번 일일 테스트 보고서 발송은 유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러한 다양하고 인터랙티브한 유저서비스는 유저입장에서는 테스트를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하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테스터를 지속적으로 테스트에 임할 수 있게 하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 서비스가 오래 지속되더라도 서비스에 대한 정성된 마음이 변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수기에 새로운 물을 갈아 넣듯이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정해진 폼에 그날그날 넣어야하는 게임자료를 채워 고객에게 발송하는 것으로 고객서비스가 마무리될 거란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매일매일 새로운 게임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유저들이 보기 편한 방향으로 재작성해서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꽤 정성이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지만 마치 공장에서 기계들이 상품을 찍어내듯이 그렇게 고객서비스가 변해간다면 그것은 오히려 유저들에게 별로 좋지 못한 인상만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뿐이다.
▲공개적인 심판대에 오르기 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뛰어난 그래픽이 결코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눈이 즐거운 게임이 더 맘에 들어 보이는 것은 사람의 본성일 것이다. 라스트카오스는 그런 시각적인 측면에서 기존 게임들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래픽 퀄리티에 비해 게임사양이 높지 않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라스트카오스의 외적인 측면이 이렇다면 내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성장방향을 제시하는 성장방식이나 각종 재미있는 연출들로 가득 찬 퍼스널 던전시스템 등으로 참신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테스트를 진행하는 사이 매일 버그리포트를 테스터들에게 제공해 개발사의 게임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유저는 언제나 재미있으면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원한다.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하는 동안 보여준 라스트카오스의 모습은 그런 면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곧 시작될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라스트카오스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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