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넘어 세계로, 이변의 주인공 '롱주 게이밍' 출사표

이변 그 자체. 만년 약체로 평가 받던 롱주 게이밍이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서머(이하 롤챔스 서머)’ 결승전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최다 우승팀 SKT T1을 끝내 잡아냈다. 창단 이래 무려 1918일 만에 우승이다.
이로써 강동훈 감독은 오랜 숙원을 달성했고 ‘프레이’ 김종인 선수와 ‘고릴라’ 강범현’ 선수는 퇴물이란 일각의 혹평을 완벽히 맞받아쳤다. 신인 선수인 ‘커즈’ 문우찬 선우는 데뷔 시즌 우승이라는 더 없는 영광을 품에 안았다.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긴 최고의 순간, 그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직 승부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경기 직후 롱주 게이밍 일동을 만났다

▲ 창단 이래 첫 롤챔스 우승과 롤드컵 진출을 거머쥔 롱주 게이밍 (사진출처: 게임메카)

강팀을 상대로 많이 긴장했을 텐데, 언제 이길 수 있단 확신이 들었나

강범현(고릴라): 첫 세트는 수월하게 가져가면서 이길 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큰 무대에선 긴장도 되고 서로 전략을 몰라 밴픽에서도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일단 이기고 나자 ‘아 오늘 일 내겠구나’ 싶었다.

3세트에서 패배하며 한 차례 휘청거렸을 땐 어땠나

김종인(프레이): 1, 2세트도 그리 무난히 이겼다고 여기지 않는다. SKT T1의 저항이 거세다고 느끼던 차에 3세트에서 허를 찔렸다. 이후 밴픽을 면밀히 재설정한 덕분에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세계 최강 미드라이너라 불리우는 ‘페이커’를 대적한 감상은

곽보성(비디디): 큰 무대이다 보니 긴장이 되더라. 그래도 패기 있게 승부에 임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혁 선수는 이전부터 굉장히 잘한다고 보았고 직접 겨뤄보니 역시나 정글과의 연계 압박에 아주 능숙하더라.

‘프레이’는 이걸로 세 번 다 다른 팀에서 롤챔스 우승을 한 셈이다

김종인(프레이): 나진, 락스 그리고 롱주 게이밍에서 한 번씩 했다. 사실 스프링 시즌에 부진한 탓에 올해는 우승이랑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동생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팀원 복이 참 많은 것 같다.

최근 탑은 탱커가 대세인데 계속대서 딜러를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

김동하(칸): 탱커 메타가 각광 받으며 몇몇 챔피언이 급부상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밴이 다섯 개니까 이들을 제한해버리면 충분히 딜러도 뽑아들 만하다. 나 스스로 딜러 챔피언을 선호하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마지막 세트에서 ‘제이스’ 밴이 풀렸을 때 이거라면 SKT T1이 보여준 전법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커즈’는 데뷔 시즌에 곧장 우승까지 올랐는데 지금 어떤 기분인가

문우찬(커즈): 서머 시즌 한 달 전에 데뷔하게 돼 팀플레이를 너무 몰라 걱정했다. 다행히 경험 많은 바텀 듀오 형들과 실력 있는 탑, 미드가 곁에 있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팀원들과 함께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세트 중반에 ‘커즈’ 선수로 인해 잠시 경기가 중단됐는데

문우찬(커즈): 아 그게… 한 차례 접전에서 이기고 맵에 핑을 찍으며 동시에 전적을 확인하려다 Alt+Tab 조작이 되어 윈도우 창으로 나가버렸다. 게임 화면을 복구하는 사이에 불상사가 날 수도 있어 팀원에게 잠시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프레이’는 꽤 오래 휴식을 했음에도 다시금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김종인(프레이): 6~7개월 정도 쉬면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새삼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다시 한번 e스포츠 무대에서 뭇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뛰고 싶었고. 그래서 다시는 휴식기 따윈 없다는 심정으로 기량이 떨어질 것 같으면 밤을 새서라도 훈련했다.

내내 ‘마오카이’를 밴하다 마지막 세트에서 풀어준 이유가 궁금하다

김정수 코치: 김동하(칸) 선수가 탱커 운용이 서툴다. 그래서 단점을 애써 극복하기 보단 장점을 극대화시키고자 아예 밴을 시켜 김동하 선수가 날뛸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 그런데 SKT T1이 공격적인 정글러로 자꾸 이쪽 정글을 침입하니 차라리 ‘마오카이’를 주고 이쪽을 막자고 판단했다.

1918일 만에 우승이다. 강동훈 감독은 그간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강동훈 감독: 힘든 시기가 많았다. 개인이 팀을 운영한다는 것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줄 모르고, 열정만 가지고 일을 벌이다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그래서 항상 가난한 팀이었고 그것이 굴레가 되어 점점 더 수렁에 빠졌다.
올해는 모처럼 좋은 선수들이 들어왔음에도 스폰서와 커뮤니케이션 미스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이어졌다. 그 때문에 김종인(프레이)와 강범현(고릴라) 선수가 마음 고생을 많이 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앞으로는 다방면으로 더욱 더 열심히 서포트할 각오다.

▲ 롱주는 부진했던 스프링 시즌과 완전히 다른 팀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우승할 수 있었던 강점과 롤드컵을 위해 보완해야 할 단점이 있다면

최승민 코치: 멘탈이 굉장히 좋다. 많은 선수가 연습 경기 도중 연패를 하면 화를 참지 못하는데 우리는 웃으며 서로 다독여준다. 반면 보완해야 할 점은 이번 결승전에서 드러났듯 챔피언 선택폭이 다소 좁다. 이것만 극복하면 롤드컵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강동훈 감독: 게임에서 느껴지는 팀의 분위기가 실제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가끔은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 없을 정도로 다들 활기차다. 그것이 롱주 게이밍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적극 밀어주려 한다. 감독과 코치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김종인(프레이)와 강범현(고릴라) 선수가 잘 채워주고 있다.

앞서 미디어데이에서 숨겨진 밴픽 전략이 있다고 했는데 뭐였나

최승민 코치: 실은 현재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동하(프로즌) 선수가 미드 ‘케인’이 진짜 좋다고 추천해줬다. 그런데 우리 팀 선수들에게 시켜보니 여덟 판을 내리 질 정도로 별로더라. 이렇게 된 바에야 언론플레이에라도 이용해야지 싶었다. 그리고 강범현(고릴라) 선수의 ‘럭스’는 연습 경기에서 성적이 굉장히 좋았지만 밴픽 구도가 안 나와 꺼내진 않았다.

롱주 게이밍 소속이었던 '프로즌'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나

강동훈 감독: 계속 연락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 얼마 전 귀국해서는 터키에서 자기네 팀이 롤드컵에 나가게 됐다고 꼭 그곳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그러면서 유니폼을 선물해줬는데 그 기운을 받았는지 정말로 우승해 매우 기쁘다.

‘칸’과 ‘커즈’는 로얄로더(첫 진출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가 됐다

김동하(칸): 난 사실 로얄로더라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중국에서 활동한 3년이란 세월이 아까운 시간이 된 것 같다. 첫 시즌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잘해준 정글러와 미드라이너,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바텀 듀오와 함께한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문우찬(커즈): 사실 로얄로더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내 앞을 가로막는 문제와 팀을 위한 자세만을 생각하며 달려오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다.

스프링 시즌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비결이 무엇인가

강범현(고릴라): 가장 큰 변화는 팀의 분위기겠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워낙 쾌활하다. 보통 주전과 예비 선수는 경쟁을 하다 보면 서먹해지기 쉬운데 그런 것 하나 없이 서로 띄워주더라.

강동훈 감독: 스프링 시즌에도 선수 역량이나 밴픽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그보다는 코치가 갑자기 나가거나 스폰서와 불화 등 외부의 흔들림이 이번 시즌과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

다가올 롤드컵에 대한 각자의 기대감과 포부를 듣고 싶다

김동하(칸): 팀에 롤드컵을 경험해본 선수와 코치가 계셔서 이런저런 얘길 들었다. 직접 가보면 확 다르다던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탱커도 문제 없이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서 무조건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

문우찬(커즈): 기대조차 못했던 롤드컵에 가게 돼 정말 기쁘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큼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꼭 훌륭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곽보성(비디디): 해외 미드라이너들이 굉장히 잘하기에 승부가 기대된다. 또한 함께 롤드컵 진출하게 된 SKT T1 ‘페이커’ 선수와 다시금 겨뤄보고 싶다.

김종인(프레이): 이번에 팀을 찾을 때 꼭 롤드컵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롱주 게이밍과 함께 진출하게 됐다. 다들 롤드컵이 처음이라지만 마침 이번 무대가 중국이라 익숙할 것이다.

강범현(고릴라): 나는 어쩌다 보니 4년 연속으로 롤드컵에 가게 됐다. 그래도 갈 때마다 늘 새로운 무대다. 많은 경험을 살려 신인 선수들을 돌보겠다.

김정수 코치: 해외 팀 수준이 많이 높아져 우리나라 못지 않다. 그들을 상대하며 우리 선수들이 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이제부터 해외 메타를 분석하며 착실히 준비하겠다.

최승민 코치: 이번 결승전은 모두가 SKT T1 절대 우세를 예상했지만 우리는 긴장하지 않고 재실력을 보여줬다.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분명 저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

강동훈 감독: 롤드컵이란 늘 설레는 말이다. 난 롤드컵 진출은 처음이지만 해외 대회 경험이 수십 번이 넘기에 선수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좋은 성적을 가지고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