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너티독의 남은 미련은 무엇일까?
2017.08.30 11:52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론칭 트레일러 (영상출처: PS 공식 유튜브)
기자는 2016년 발매된 ‘언차티드 4’에 대해 ‘박수칠 때 떠났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식상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1편에서 유적지를 활보하고, 보물을 노리는 적과 총격전을 벌이던 주인공 ‘네이트’는 4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점이라면 그의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는 것 정도. 그래서 깔끔하게 시리즈를 끝낸 너티독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많은 게임들이 시리즈를 끝낼 타이밍을 찾지 못해 질질 끌다가 팬들을 실망시킨 경우가 있는 만큼, ‘언차티드’라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미련 없이 마침표를 찍겠다는 결단이 굉장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난 8월 22일, 너티독은 새로운 ‘언차티드’를 내놓았다. 당초 스토리 DLC로 기획되었지만, 제작과정에서 분량이 늘어나 단독 타이틀이 된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이하 잃어버린 유산)’이다. 과연 너티독은 못 다한 이야기가 얼마나 남았기에 DLC를 단독 타이틀로 만들었을까? 기자는 제작사의 미련을 찾아내보고자 ‘잃어버린 유산’을 직접 플레이했다. 그리고 게임을 끝낼 쯤에는 되려 기자가 미련이 남았다. 후속작을 더 보고 싶다는.
▲ 과연 너티독은 어떤 미련이 남았던 걸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시리즈 전통의 재미는 그대로
‘언차티드’란 무엇인가. 게이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PS의 수호신’이다. 잊혀진 고대 문명, 신비한 장치가 즐비한 유적. 역사를 기반으로 신비한 이야기가 얽힌 모험담, 중간중간 덮쳐오는 사악한 적, 양념처럼 뿌려지는 ‘네이트’와 친구들의 유쾌한 만담까지. 이 모든 요소가 착착 맞아 떨어지면서 ‘언차티드’는 대작으로 거듭났다.
이번에도 ‘언차티드’ 시리즈의 공식은 유지된다. ‘잃어버린 유산’은 2, 3편에서 ‘네이트’를 돕던 동료, ‘클로에 프레이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클로에는 고대 인도 호이살라 왕국의 유산, ‘가네샤의 황금 엄니’가 전쟁광 ‘아사브’의 손에 떨어지기 전에 먼저 찾으려 한다. 이에 그녀는 4편에서 네이트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여성 용병 ‘나딘 로스’와 손을 잡고 서고츠산맥으로 향한다. 그리고 갖은 고생을 함께 겪는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도 ‘언차티드’ 다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 고대 인도의 유산을 찾기 위해 나서는 클로에와 나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잃어버린 유산’에서 펼쳐지는 모험의 기본적인 골자는 지금까지의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DLC로 기획되었던 만큼, 게임의 전체적인 인상은 ‘언차티드 4’와 비슷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자연환경, 산전수전을 겪는 캐릭터들이 땀에 젖고 온 몸에 상처가 나는 디테일 등, 눈에 보이는 완성도는 여전히 뛰어나다.
▲ 전체적인 인상은 '언차티드 4'와 유사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는 클로에가 되어 고대 인도의 유산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장엄한 고대 인도의 유적을 탐험하고 감춰진 비밀을 파헤친다. 그리고 지혜를 발휘해 다양한 장치를 파훼한다. 물론 어드벤처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사브’의 군세는 어느새 앞질러서 진을 치고 있으니 전투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고대 유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나딘과 이를 놀리는 클로에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인기 요인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 '가네샤의 황금엄니'를 둘러싼 진실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위키피디아 꺼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인공이 바뀌니 액션이 달라지네
물론 ‘잃어버린 유산’이 전작과 모든 면에서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큰 구성은 같아도, 주인공이 달라진 만큼 풀어내는 방식이 새로워진 것이다. 이런 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전투’다. 네이트가 다소 무지막지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편이었다면, 클로에는 좀 더 전문가답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무술로 적을 상대한다.
▲ 무술 실력이 뛰어난 클로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총격전에서는 네이트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낮은 탓에 금세 쓰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 병력과 전면전을 펼치기 보다는 풀숲에 숨어 한 명씩 암살하는 잠입 플레이가 필수적이다. 기존 ‘언차티드’ 시리즈가 4편이 되어서야 맛보기 수준의 잠입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잃어버린 유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전투를 색다른 방향으로 풀어나가게 유도한다.
▲ 전면전을 펼치기에는 다소 힘이 든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몰래 접근해서 하나씩 제거하는 '잠입플레이'가 필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클로에에게는 자물쇠 따기라는 새로운 능력도 주어졌다. 이를 통해 잠긴 문을 열고 새로운 길을 찾거나, ‘아사브’ 세력의 보급품 상자를 열어 무기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도 한다. 단순한 미니게임 형식이긴 하지만,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플레이어와 게임 속 세계가 좀 더 폭넓게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변화를 통해, 지금까지 ‘언차티드’를 플레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전체적인 틀은 기존 시리즈와 같지만, 색다르게 변주해낸 것이다.
▲ 이 세상에 안 열리는 자물쇠는 없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오픈 필드 모험의 시작, 신선하네
‘잃어버린 유산’의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주인공의 특징을 앞세운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언차티드 4’에서 제한적으로 선보였던 오픈 필드 탐험을 더욱 강화하며, 지금까지의 ‘언차티드’와는 차별화된 점을 선보였다. 최근 오픈 필드를 내세운 게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도 좋은 자유도를 폭넓게 부여한 것이다.
▲ 색다른 레벨 디자인이 느껴지는 '잃어버린 유산' 4챕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금까지의 ‘언차티드’는 특정 목표를 제시하고, 플레이어가 이를 찾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었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크, 캐릭터 대사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목적지를 찾아가는 선형 구조 디자인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챕터가 시작하자마자 저 멀리에 있는 높이 솟은 탑을 보여주고, 네이트가 “저기로 가야겠군”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구조지만, 흥미로운 스토리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설정, 영화같은 연출이 더해지며 몰입감을 높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유산’ 4챕터는 그러한 구조를 따르지 않았다. 4챕터는 클로에와 나딘이 겨우겨우 보물의 실마리를 찾은 뒤의 이야기다. 그들은 보물이 감춰진 장소를 찾기 위해 보다 확실한 단서가 필요하다. 이에 고대 인도 유적이 널려 있는 서고트 산맥을 조사하게 된다. 게임은 이러한 줄거리를 풀어내는데 억지로 이정표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동차와 주요 탐색 포인트가 그려진 지도를 제공한다. 즉, 플레이어에게 ‘네가 원하는 곳부터 살펴보라’고 권유하는 셈이다.
▲ 원하는 지점부터 차례로 돌아보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뜻 밖의 이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이러한 자유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부가 목표도 충실히 제공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3개의 거대 유적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그 중에 어느 것을 먼저 살펴볼지는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11개의 작은 유적들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수집 요소가 있으면 완수하고 싶은 것이 게이머의 본능. 각 유적마다 각기 다른 퍼즐과 공략 방법이 있기 때문에, 마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울러 어떤 순서로 진행하고, 어떤 것을 수집하느냐에 따라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도 달라지는 소소한 변화가 있다.
▲ 게이머의 본능이 빈 칸을 채우라고 요구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금까지 ‘언차티드’를 할 때는 메인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해 수집 요소를 무시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유산’을 할 때는 부차적인 목표에 더욱 열중하게 됐다. 클로에가 ‘이걸 다 모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빨리 전부 모아서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생기며,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일직선 진행이 이어지던 ‘언차티드’ 시리즈의 전통 아닌 전통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 자유로운 탐험이라는 콘셉트는 확실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제 가면 또 언제 보나, 미련이 남는다
‘잃어버린 유산’을 켜기 전에는 사실 ‘여느 때의 언차티드’를 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여전히 깎아지른 절벽과 거대한 고대 건축물 외벽을 타고 오를 것이고, 튀어 나오는 적들에게 총알 세례를 날리게 될 것이라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언차티드 4’를 기대하고 있던 2016년 5월에 비하면 덜 설렜던 것이 사실이다.
▲ 물론 절벽도 타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심장 떨리는 추격신도 있다. '언차티드' 재미에는 충실한 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잃어버린 유산’이 보여준 가능성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주인공으로 돌아온 클로에는 네이트와는 다른 액션과 몸놀림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4챕터에서 보여준 ‘언차티드’ 식 오픈 필드 탐험은 다소 단조롭던 레벨 디자인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큰 변화가 있던 것이다. 마치 게임이 단조롭다는 비판을 받은 너티독이 “우리도 이렇게 만들 수 있는데”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다. 이 정도라면 ‘언차티드 5’가 나와도 예전처럼 정신 없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언차티드’가 4편으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너티독이 시리즈를 끝낸다는 말을 없었던 것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잃어버린 유산’에서 선보인 신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정식 넘버링 타이틀은 나오지 않는다. 이쯤 되면 기자도 앞서 했던 말을 철회할 수밖에 없겠다. 아직 ‘언차티드’는 떠나기엔 조금 일렀던 것이 아닐까?
▲ 빨리 5편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