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요뿌요, 2편 룰에 '피버' 더해 e스포츠로 거듭났다
2018.09.20 23:18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한국 게임계에서 e스포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까지. 많은 게이머들이 e스포츠 대회를 보며 선수를 응원하고, 게임에 흥미를 붙이고 있다. 중국은 한 술 더 떠 e스포츠 팀이 전용 경기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e스포츠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던 중 작년 '도쿄게임쇼 2017'에서부터 'e스포츠 크로스'와 같은 특설 무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하더니, 올해 2월에는 일본 e스포츠 연합이 세워지기도 했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에는 'PES 2018' 종목에서 일본 선수가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내에 e스포츠 바람이 불고 있는 와중, 세가에서도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오는 10월 25일 퍼즐게임 신작 '뿌요뿌요 e스포츠'를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명백히 e스포츠를 겨냥하고 있다. 과연 세가가 e스포츠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TGS 2018 현장에서 세가 미야자키 히로유키 아시아 영업부 부사업부장 겸 e스포츠 추진실장에게 들어보았다.
▲ '뿌요뿌요 e스포츠'에 대해 소개한 세가게임즈 미야자키 히로유키 e스포츠 추진실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상금을 못 받는다고? 일본 e스포츠 달라졌다
지금까지 일본 e스포츠가 성행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는 일본 '경품법'이라고 알려져 왔다.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좀처럼 대규모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세가가 '뿌요뿌요 e스포츠'라는 게임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미야자키 실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미 '뿌요뿌요' e스포츠 대회가 3번이나 열렸고, 프로 게이머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장 오는 23일에는 1위 상금만 100만 엔(한화 약 997만 원)인 '뿌요뿌요' 4번째 대회가 개최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일본의 법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이에 대해 미야자키 실장은 "법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애매모호하던 기준이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하자면 일본에서도 프로 게이머에게 상금을 주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프로 게이머는 뛰어난 게임플레이를 보여 주며 상금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마추어에게 큰 금액을 주는 것은 합법인지 불법인지 경계가 애매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올해 2월부터 일본e스포츠연합이 발족하며 프로게이머 인가를 내주고 있다. 즉, 일본에서는 2018년 2월부터 프로 게이머란 직업이 생겨났고, 이와 함께 상금을 건 e스포츠 대회도 열리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프로 게이머란 직업 자체가 없었기에 e스포츠 대회도 열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 일본e스포츠연합이 주최하는 'e스포츠 크로스' (사진: 일본e스포츠연합 공식 홈페이지)
또한, 앞으로도 일본 e스포츠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확실히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은 e스포츠에 어울리는 타이틀을 다수 배출한 나라다. 따라서 그 게임들에 익숙한 일본 게이머들이 e스포츠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특히 일본은 내년부터 일종의 전국체전이라 할 수 있는 '국민체육대회'에 e스포츠를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접근성 높인 '뿌요뿌요 e스포츠', 한일 대항전 열릴지도?
전세계와 함께 일본에서도 e스포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세가가 내놓은 것이 바로 '뿌요뿌요 e스포츠'다. 특히 이번 게임은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2가지 무기를 택했다.
첫 번째는 바로 간단한 규칙이다. '뿌요뿌요 e스포츠'에는 많은 게이머로부터 호평을 받은 '뿌요뿌요 2'와 '뿌요뿌요 피버' 게임 룰이 들어간다. 미야자키 실장은 "'뿌요뿌요 2'는 시리즈 룰을 확립시킨 작품이다. 이후 게임이 우연적인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에, 유저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2편이 e스포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뿌요뿌요 피버'는 시리즈를 리셋해 새로 만든 게임으로, 일발 역전이 가능한 '피버 모드'로 인기가 있어 채택했다. 간단하면서도 익숙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e스포츠 특유의 재미까지 살릴 수 있는 룰을 택한 것이다.
특히 미야자키 실장은 '뿌요뿌요'가 보기와 달리 e스포츠에 맞는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야자키 실장은 "축구는 5 대 0에서 역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뿌요뿌요'는 연쇄라는 것이 있어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빠요엔(바요엔)'이라 불릴 정도로 고수와 초보자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내가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손흥민의 슛을 막을 순 없다. 만약 쉽게 막는다면 재미가 없다. e스포츠도 스포츠라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식 경기와 달리 친구들과의 친선경기에서는 불리한 사람을 돕는 시스템도 있다고.
▲ e스포츠와 '뿌요뿌요'의 궁합은 좋다! (사진제공: 세가퍼블리싱코리아)
또 다른 무기는 바로 접근성이다. '뿌요뿌요 e스포츠'는 패키지 발매 없이 디지털 다운로드 전용으로 발매되는데, 국내 기준 1만 9,8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시리즈 최초로 PS4와 닌텐도 스위치로 동시에 발매된다. 미야자키 실장은 "가격 장벽을 낮추고, 여러 플랫폼으로 동시에 발매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끔 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인터넷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먼저 네트워크 대전을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e스포츠가 도쿄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플레이어는 참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인터넷으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위치 제약을 크게 줄인다. 여기에 '뿌요뿌요 e스포츠'를 위한 전용 커뮤니티 '뿌요뿌요 캠프'까지 운영하고 있다. '뿌요뿌요 캠프'에서는 자신의 플레이를 공유하거나 대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유저 모임을 만들어 다른 '뿌요뿌요' 유저들과 친목을 다질 수도 있다.
▲ 프로와 아마, 모든 '뿌요뿌요' 유저들이 모이는 '뿌요뿌요 캠프' (사진출처: 뿌요뿌요 캠프 갈무리)
다만, 일본 바깥을 넘어 '뿌요뿌요 e스포츠'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에서는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뿌요뿌요 e스포츠'도 네트워크 대전을 즐길 수 없다. 여기에 처음부터 큰 규모 대회를 여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다만, 미야자키 실장은 "타이페이 게임쇼나 지스타 등 현지 게임쇼에서 초청전을 여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며, "지스타에서 한국 '뿌요뿌요' 1위 유저를 결정하고, 일본의 프로를 데려가 한일 대항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궁극적인 목표는 퍼즐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뿌요뿌요'를 스포츠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실장은 국내 게이머에게 "이번 기회에 한국 게이머에게도 '뿌요뿌요'를 스포츠로서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며, "일본에서 '뿌요뿌요' 대회가 진행되고 있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잇다. 관심이 있다면 꼭 시청해주길 바란다"고 전햇다.
▲ 한국에서도 '뿌요뿌요' e스포츠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는 미야자키 실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