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대표에 ‘답정너’ 질문 이어간 손혜원 의원
2018.10.29 17:0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국정감사 현장에 참여한 김택진 대표 (사진제공: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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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택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다. 손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김택진 대표 의견을 듣기 위해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장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손혜원 의원은 초반에는 호의적으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손 의원은 “게임업계 대표로 이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드린다. 브랜드 업계에서 40년 동안 일하면서 해마다 히트상품을 뽑는데 그 요건 중 하나가 출시 1년에 매출 100억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리니지M’은 1년 만에 1조라는 놀라운 결과를 냈다”라며 입을 열었고, 이후에도 “리니지M은 정말 위대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직접 해보니 이래서 사람들이 탐닉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손혜원 의원은 김택진 대표의 답변에 관계없이 주장을 이어갔다. 손 의원의 주장은 간단하다.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같은 사행성이 있으며, 특히 모바일에는 온라인처럼 결제 한도가 없어서 피해가 더 막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택진 대표의 답변과 상관없이 본인 주장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 김택진 대표에 질의 중인 손혜원 의원 (사진제공: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
일례로 손 의원은 “리니지M에서 부분적으로 사행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냐”고 물었고 김택진 대표는 이에 대해 “리니지M은 20년 전에 개발한 ‘리니지’를 모바일로 만든 게임이다. ‘리니지M’은 ‘리니지’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긴 RPG이며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다”라고 답변을 이어나갔으나 손혜원 의원은 “그것은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라며 김 대표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본인의 말을 했다.
이후에도 손혜원 의원은 답변과 관계없이 질문을 이어나갔다.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이냐’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게임 내에서는 사행성을 유도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예상되는 질문은 ‘왜 사행성을 유도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느냐?’다. 그러나 손혜원 의원은 이 답변 후 갑자기 ‘사행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했다. 김 대표의 답변을 더 파고들어 심도 있는 내용을 끌어내지 않고 준비한 내용만 늘어놓은 것이다.
▲ 손혜원 의원은 '사행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했다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손혜원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도 구멍이 있다. 우선 손 의원은 슬롯머신이 돌아가는 속도와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개봉하는 속도가 비슷하다며 둘을 비교한 영상을 자료로 제시했다. 하지만 손 의원 본인이 말했듯이 영상에 나오는 게임은 ‘리니지M’이 아니라 ‘그라나도 에스파다’ 게임 화면이다.
손혜원 의원 역시 “이 화면은 리니지M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니지M’을 대표 사례로 삼아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자리에서 엔씨소프트가 아닌 다른 회사 게임을 증거로 제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리니지M’에도 ‘변신주문서’와 같은 확률형 아이템이 있고 이를 뽑는 장면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리니지M’이 아닌 게임을 제시한 것이다.
▲ 슬롯머신 배팅 속도와 '그라나도 에스파다' 확률형 아이템 개봉을 비교한 영상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적이냐, 아니냐에 대한 이슈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다. 중요한 현안을 국정감사로 끌고 온 손혜원 의원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 공감을 살만한 주제다. 하지만 국내 대표 게임사를 창업한 김택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음에도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다소 부실했고, 김택진 대표를 상대로 알맹이 있는 답변을 끌어내는 날카로운 질문도 없었다. 질문이 예리하지 않았기에 답변 역시 원론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택진 대표를 향한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은 다른 의원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극도로 낮은 확률을 토대로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자, 복권이다”라며 미성년자에게는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 복권과 달리 게임 결과물이 현금이나 실제 물건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극도로 낮은 확률만 보고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도박이나 복권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 역시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더 강력한 자율규제를 준비 중이다.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한국소비자원과 공동으로 자율규제 이행 현황을 파악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율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청소년 보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위원은 김택진 대표에게 모바일게임에서 청소년에 대한 결제 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모바일에서는 앱스토어라는 중간 판매자를 거친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저 개인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애플, 구글 같은 앱스토어 사업자가 개인정보보호를 명목으로 게임사에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모바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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