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장르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19.05.15 18:57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기 게임 장르에는 수명이 있다. 이는 게임 한 두개가 잘 나간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금도 인기순위 1위라고 해서 지금이 AOS 장르가 대세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 소수 인기 작품만 살아남고, 신작 출시가 뚝 끊긴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 게임 장르의 수명은 시장을 지배할 만큼 인기가 있으면서도, 경쟁력 있는 신작이 꾸준하게 유입되는 시기까지를 의미한다.
PC게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래 시장을 지배한 장르는 RTS를 시작으로 MMORPG, 온라인 FPS, AOS를 거쳐 최근 배틀로얄까지 다양했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이러한 인기 게임 장르들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RTS부터 MMORPG를 거쳐 FPS까지, 시대를 뒤흔든 인기 장르들
가장 먼저 RTS 장르는 1992년 웨스트우드의 ‘듄 2’를 시작으로 2000년대 중순까지 게임업계를 장기 집권했다. ‘듄 2’ 이후 ‘커맨드 앤 컨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 수많은 RTS 게임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RTS 장르에 한 획을 그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개발사로서 입지를 닦았다. 국내에서도 1995년 등장한 국산 RTS ‘광개토대왕’을 시작으로 ‘임진록’, ‘삼국지 천명’, ‘쥬라기 원시전’, ‘킹덤 언더 파이어’ 등이 연이어 출시됐다. 이러한 RTS 열풍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다, 급격히 시들었다.
RTS의 뒤는 MMORPG가 채웠다. ‘울티마 온라인’과 ‘바람의 나라’가 각각 서양과 한국에서 MMORPG 기반을 닦았고, 1998년 출시된 ‘리니지’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MMORPG는 주류에 올랐다. 이 때부터 시작된 MMORPG 전성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출시된 2004년 전후로 절정을 맞이한다.
실제 2000년대 중반에는 ‘와우’ 성공에 영향을 받아 국내외에서 MMORPG 신작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아이온: 영원의 탑’,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등이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 실제로 이 당시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을 보면 대부분이 MMORPG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붐은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잦아들었다. 이후 MMORPG는 모바일로 자리를 옮겨 또 다시 활약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온라인 FPS도 MMORPG와 함께 대세 장르 중 하나였다. 2004년 ‘스페셜포스’와 2005년 ‘서든어택’을 통해 불이 붙은 FPS 장르는 이내 ‘아바(A.V.A)’,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크로스파이어’ 등 다양한 후속 주자를 거느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넷마블은 '총마블'이란 별명이 붙었을 만큼 많은 FPS를 보유했고, '스페셜포스'와 '아바'를 서비스하던 네오위즈도 '블랙스쿼드', '아이언사이트', 'S4리그' 등 수많은 작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넥슨 역시 '워페이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2' 등을 선보인 데 이어 게임하이 인수를 통해 '서든어택'을 확보하는 등 당시 국내 게임사들은 온라인 FPS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작품 대부분이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고, 많은 게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2014년을 기점으로 신작 출시가 대폭 줄어들며 온라인 FPS는 인기 장르로서 수명을 다했다.
점점 짧아지는 인기 게임 장르의 수명
위 인기 장르들의 수명을 보면, RTS는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 MMORPG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 온라인 FPS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로 정리할 수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몇 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10여년은 가뿐히 지속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기 게임 장르의 수명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2010년 이후 대세 장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AOS다. AOS 장르는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3' 유즈맵으로 시작했으나, 별도 게임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1년 부터다. 앞서 여느 인기 장르가 그래 왔듯, 수많은 AOS 게임이 '포스트 LOL'을 꿈꾸며 쏟아져 나왔다. '도타 2’, ‘사이퍼즈’, ‘히어로즈 오브 스톰’, '파라곤', '하이퍼 유니버스', '배틀본', ‘카오스 온라인’, ‘배틀라이트’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신작이 출시됐으며, ‘크로스파이어’에 추가된 ‘웨이브 모드’ 같이 기존 인기 게임들도 모드를 통해 AOS를 구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열풍은 2017년 전후로 끝났다. 즉, AOS의 인기 장르로서 수명은 대략 5~6년 정도로, RTS나 MMORPG, FPS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AOS 이후에는 배틀로얄 장르의 시대가 열렸다. 시작은 2017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였으며, 이후 '포트나이트'가 가세하며 배틀로얄 장르는 일약 대세로 떠올랐다. 2018년 부터는 ‘스컴’, ‘이그리스’, ‘라스트 맨 시팅’ 등 각기 다른 소재를 앞세운 신작이 공개됐으며, ‘배틀라이트’, '검은사막', '콜 오브 듀티' 등 기존 게임들도 배틀로얄 모드를 앞다퉈 적용했다. 2019년에도 '배틀필드 5'가 '파이어스톰' 배틀로얄 모드를 출시했으며, '에이펙스 레전드'도 출시 초반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를 뛰어넘는 화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도 중순으로 접어든 현재, 배틀로얄 장르에 대한 주목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 연이어 나온 게임들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앞다퉈 발표하던 배틀로얄 신작 소식도 꽤나 뜸해졌다. 여기에 배틀로얄 대부로 불리는 '플레이어언노운' 브랜든 그린마저 새로운 장르 도전을 선언하는 등, 불과 2년 만에 배틀로얄 장르의 수명은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기 게임 장르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는 이유는 단순히 한두 마디로 요악할 수 없다. 게임 개발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유저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신작에 대한 피로도를 이전보다 빨리 느끼게 됐고, 디지털 구매 플랫폼 등으로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짐에 따라 더 이상 한 장르에 목메지 않게 된 이유도 크다. 아니면 단순히 AOS나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시류에 더 민감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유행하는 장르가 앞으로도 몇 년은 가겠거니 하며 여유롭게 있다간, 기차가 떠난 후 뒷북만 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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