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간판 캐릭터 실바나스 윈드러너, 정체성 파괴 논란
2021.12.09 16:02게임메카 김경민 기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세계관을 대표하는 캐릭터 실바나스 윈드러너(이하 실바나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9일, 와우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시네마틱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실바나스의 영혼은 분열되었다’는 우서의 발언을 통해 시작되며, 우주의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간수 조바알의 계획을 막기 위해 우서가 직접 실바나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깨운다는 내용이다.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해당 스토리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실바나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바나스는 자신을 밴시로 만든 아서스에 대한 복수와 자신이 만든 단체 포세이큰의 구원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해온 인물이다. 뒤틀렸지만 신념을 가지고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다수의 팬덤을 형성하며 와우를 대표하는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어둠땅 스토리가 진행되고 이번 영상으로 평가가 역전되려 하고 있다. ‘사실은 실바나스의 행동은 전부 순수한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라는 뜬금없는 설정이 붙었기 때문이다.
해당 설정은 영상에서 부각된다. 영상에는 밴시 실바나스와 하이엘프 실바나스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서리한에 베이면 영혼이 나뉜다는 설정 때문이다. 실바나스가 아서스에게 죽을 당시 영혼이 나뉘어졌고, 이를 조바알이 가지고 있다가 다시 돌려줌으로써 두 영혼이 공존하게 됐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행보를 보였지만, 우서의 도움으로 하이엘프 실바나스가 밴시 실바나스의 악행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는다는 묘사를 보여주면서 선역으로의 전환을 암시했다.
이에 대한 와우 유저들의 반응은 와우에서 흔히 보여주는 ‘신분 세탁’ 형식의 고전적 전개가 또 이루어진다는 비판 일색이다. 이전까지 팬들이 좋아했던 실바나스의 모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으며, 사실은 조바알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에 불구했다는 설명 때문이다. 그리고 선역으로 전환되면서 과거의 매력적인 악역 실바나스가 사라진 데 대한 불만과, 의미 없는 전쟁과 학살 등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온 과거까지 세탁되려 하고 있다는 데서 반발이 심하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블리자드의 악역 캐릭터 미화가, 과연 실바나스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