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미약한 변화 같았지만 결과는 완벽했다, 스플래툰 3
2022.09.13 18:24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스플래툰 시리즈의 인기는 말 그대로 세계적이다. 이번 신작 '스플래툰 3'가 일본 내에서만 출시 3일 만에 판매량 345만 장을 기록하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꺾고 일본 내 스위치 게임 역대 초동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도 매년 대규모 e스포츠 대회가 열리고 있을 정도다. 스플래툰은 분명, 닌텐도의 새로운 대표 브랜드이자 IP라 할 수 있다.
이번 스플래툰 3는 전작들과 달리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2편까지는 국내에서 처참한 인지도를 지니고 있던 이 IP가 시리즈 최초 한국어화, 처음으로 외국과 동시 발매 등 국내 팬들 입장에선 너무나 반가운 소식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1편과 2편 모두 국내 시장을 패스했던 게임이 TV 광고까지 펼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과연 스플래툰 3의 한국 진출은 성공적이었냐 묻는다면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와 재미를 보여줬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있겠다. 일전에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2편의 DLC를 적극 참고한 싱글플레이와 새로운 스페셜 웨폰과 무기, 맵으로 구성된 멀티플레이의 조합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훌륭했다. 전반적으로 무리해서 변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장점에 한껏 집중해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마리오와 포켓몬의 뒤를 잇는 닌텐도의 IP라 할 만했다.
이 게임이 3편인 이유
스플래툰 3에서 전작과 달라진 점을 한 눈에 보기는 쉽지 않다. 일단 큰 틀에서 게임의 구조와 외형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는 색칠을 많이 한 팀이 이기는 영역 배틀, 여러 규칙으로 교체되며 진행되는 랭크 배틀(본작에선 카오폴리스 배틀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PvE 개념에 해당하는 연어런으로 구성돼 있고, 스토리 모드 겸 초심자가 게임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는 히어로 모드도 건재하다. 능력치가 달려 있는 의상인 기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게임 내부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달라진 점은 상당히 많다. 6개의 맵이 새로 등장했으며, 2편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1편의 맵도 만나볼 수 있다. 리스폰 방식도 땅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징어 상태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가능케 해주는 ‘징어롤’과 벽을 타고 오르다가 높이 점프할 수 있는 ‘징어클라임’처럼 새로운 기술도 생겼다. 전작 DLC에서 추가된 옥타리안을 기본 캐릭터로 고를 수 있게 된 점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무기 체계도 달라졌는데, 일단 활에 해당하는 스트링거와 검처럼 사용하는 와이퍼가 추가됐다. 더불어 서브 웨폰에도 유성 매직을 닮은 독특한 무기 라인 마커가 추가됐다. 스페셜 웨폰은 15개 중 4개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 채워졌다. 게 모양 로봇에 탑승하는 크랩 탱크부터 국지를 방어할 수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스파이더맨처럼 맵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쇼크원더 등 언제나 그렇듯 신선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무기로 가득하다.
얼핏 미미한 변화 같지만 하나하나 놓고 보면...?
사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게 정말 후속작이라고 할 만한 스케일인가 의심이 들 법도 하다. 분명 이 변화들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합해서 생기는 변화는 상당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스플래툰 시리즈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스플래툰은 얼핏 그냥 색을 많이 칠하면 이기는 게임으로 보이지만, 그를 위해선 각 주무기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가령, 같은 슈터라도 탄 퍼짐이 적은 무기는 색칠보다는 적을 죽이는 것에 특화돼 있으며, 사정거리가 길다면 고지대나 후방에서 화력지원을, 사정거리가 짧다면 적진에 직접 파고들어 킬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연사 속도, 킬을 내기 위해 적중시켜야 하는 탄 수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보기엔 쉽지만 정확히 이해하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스플래툰의 전투를 구성하는 요소가 많은 만큼 주무기와 서브 웨폰, 스페셜 웨폰과의 조합에 따라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움직이는 방법이 달라진다. 가령, 전작에서 높은 정확도와 연사속도를 자랑했던 샤프 마커는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하는 서브웨폰 포이즌 미스트, 우수한 화력의 스페셜 웨폰 제트 팩을 장착해 쉽게 킬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본작에선 그 둘이 각각 퀵밤과 크랩 탱크로 바뀌면서 킬을 올리기보다는 전선에서 방어를 하는 역할에 더 어울리게 됐다. 스페셜 웨폰이 대폭 바뀌었다는 건 결국 위에서 말한 식으로 주무기의 운용법 또한 대폭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 추가된 활 '트라잉거'와 칼 '와이퍼'는 사용 방법이 꽤 흥미롭다. 둘 다 지상에선 가로로, 공중에선 세로로 잉크를 흩뿌리는데, 확정적으로 킬을 올리기는 애매하지만 화력 지원에는 굉장히 유용해 보였다. 특히 근접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사무 와이퍼는 스페셜 웨폰인 쇼크원더의 입체 기동과 훌륭한 마리아주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새로 추가된 액션인 징어롤과 징어클라임도 연구가 끝나고 정확한 사용법이 알려지게 되면 게임이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디어 밝혀진 세계관의 과거와 ‘포유류’의 운명
콘텐츠적으로도 달라진 점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으로 싱글플레이 콘텐츠인 히어로 모드가 2편은 물론 진행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정확히는 2020년에 출시된 2편의 DLC인 옥토 패스의 싱글플레이 콘텐츠와 많이 닮아 있다. 게임의 진행 루트를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점이나 스테이지를 시작할 때 액션 등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싱글플레이 자체의 난이도도 전작 본편보다는 조금 어렵고 굉장히 어려운 편이었던 옥토 패스보다는 쉽다.
그래서 즐기기에는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역시나 굉장히 재밌다. 퍼즐과 전투, 조작이 잘 배합돼 있으며, 이런 단순한 게임에서 이런 복잡한 퍼즐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클리아 방식이 다양한 점도 좋다. 스플래툰 초심자라면 트레이닝 개념이라 생각해 천천히 클리어할 수 있고, 멀티 플레이가 좋은 유저라면 보스전만 빠르게 클리어해서 엔딩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게임 내에서 명확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세계관의 비밀을 꽤나 소상히 다루고 있다. 특히 어류가 인류로 진화한 이 세계에서 포유류는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흥미롭다.
기존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즐길 수 있었던 '연어런'을 수시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굉장히 흥미롭다. 단순히 빈도만 늘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맵도 제공해주며, 연어런 전용 맵 외에 기존 영역 배틀 맵을 연어런 맵으로 종종 사용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구석이 매우 많다. 여기에 기존과는 새로운 공략법을 사용해야 하는 거물 연어도 새로운 종이 4종이나 추가됐다. 전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콘텐츠가 한층 더 강화돼서 돌아온 만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 밖에도 매치를 찾는 동안 로비에서 연습을 하거나 무기를 바꿀 수 있게 만든 점, 연습실 환경이 달라진 부분부터 굳이 걸어가지 않고도 무기 상점 등에 들를 수 있게 된 점 등 편의성도 크게 향상됐다. 종합하자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의도한 변화는 모두 게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인물이 나서서 뉴비를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단점은 소위 말하는 '뉴비'들이 게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의 근본적인 시스템과 룰은 3편에 다다를 동안 그대로 유지됐고, 그 기간동안 게이머들과 경기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그나마 룰이 단순한 영역 배틀은 무기를 잘 골라서 안 죽고 색칠만 잘해도 괜찮지만, 랭크 매치는 정말 치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만큼 초심자라면 여러번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다. 특히나 한국어 지원과 함께 새로 게임에 투입된 국내 유저들 사이에선 말 그대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실 이는 3편으로 넘어오면서 유저들의 모든 랭크와 MMR 기록을 일괄적으로 삭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랭크 매치의 경우는 S랭크 이상에 위치했던 천상계 유저도 똑같이 B-로 랭크가 떨어졌기 때문에 말그대로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다. 어지간한 숙련자도 게임을 원하는 대로 진행하기가 힘들 정도다. 참고로 전작에서 전 모드 S+ 등급을 받았던 기자도 초반에는 랭크 매치는커녕 영역 배틀에서조차 고전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심도깊은 튜토리얼이 없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튜토리얼은 아주 기본적인 것만 알려주며, 이번에 새로 도입된 액션인 징어롤과 징어클라임조차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조작법은 심지어 게임 내에서도 찾을 수 없다. 배틀 방식까지 고려하면 더 골치 아파진다. 이번에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배틀이 시작하자마자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물론, 위기 때 슈퍼점프를 사용해 리스폰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 색을 꼼꼼히 칠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도 알 수 없다. 공식 커뮤니티라도 발달해 있다면 모를까 국내 팬들은 유튜브나 사이트를 뒤져가며 공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완전한 세대교체
위에서 열거한 단점은 분명 멀티플레이 게임에선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면, 기존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나서서 게임의 여러 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3편 출시와 함께 이전부터 스플래툰 시리즈를 즐겼던 국내 고수들이 하나 둘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더불어 메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영역 배틀은 룰이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맵에만 좀 익숙해진다면, 킬을 내지 않고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랭크 매치도 며칠 안에 고수들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면, 초보자도 실력에 맞는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면, 위에서 말했듯이 스플래툰 3는 사실 단순 점수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잘 만들었다. 전작에서 바뀐 부분들이 모두 게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얼핏 소소해 보이지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닌텐도의 세대교체는 완성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